그룹 수장 오른 지 7개월 만에…형 강문석과의 ‘얄궂은 운명’ 새삼 화제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이 7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위해 부산지법 동부지원에 들어가고 있다(맨 왼쪽). 가운데는 강신호 명예회장, 오른쪽은 강문석 전 수석무역 대표. 사진=연합뉴스·일요신문DB
검찰은 강정석 회장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법인 자금 521억 원을 빼돌리고, 경영진에 부과된 개인 세금을 법인에 전가하는 등 720억 원대 회사 자금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횡령을 허위비용 처리로 감추면서 법인세를 제대로 내지 않은 데는 170억 원대 조세포탈 혐의가 적용됐다.
강 회장은 또 2009년부터 최근까지 전국 20여 개 병원지점 관계자에게 자사 제품을 처방해 주는 대가로 리베이트 55억 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강 회장이 1999년 동아제약 이사회 구성원으로 재임한 이후 동아제약 영업본부장, 대표이사 부사장, 지주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까지 맡으며 사실상 리베이트 행위의 최고 결정권자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강 회장은 병원 리베이트는 일선 영업직원들의 실적 욕심이 빚은 개인적인 일탈이거나 회사와 무관하게 도매상이 저지른 것이라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최경서 영장전담 판사는 전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거쳐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이 우려된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동아쏘시오홀딩스 측은 “구속은 유무죄 결정이 아니다. 향후 재판과정서 의혹에 대해 소명할 수 있도록 성실히 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강 회장의 부재로 인한 경영공백 우려에 대해서는 “2013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각 사별 전문경영인 체제로 독립경영을 유지하고 있다. 회장 구속에 따른 대규모 투자 판단 등 중요한 의사결정은 각 사별 책임경영을 통해 회장 공백을 최소화하고, 현 상황에 대해 전사적 역량을 모아 헤쳐 나가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강 회장은 올해 1월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에 올라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은 지 약 7개월 만에 영어의 몸이 됐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35년 동안 그룹을 이끌어온 강신호 회장(90)이 올해 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명예회장으로 추대되면서 강정석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 강정석 회장 구속으로 강신호 명예회장이 경영에 복귀할 가능성에 대해 동아쏘시오홀딩스 관계자는 “복귀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강 회장 구속으로 새삼 동아그룹 후계자 자리를 두고 경쟁하던 강 회장의 이복형 강문석 전 수석무역 대표(56)와의 엇갈린 운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애초 강신호 명예회장이 후계자로 점찍었던 이는 강문석 전 대표다. 강 명예회장의 차남인 강문석 전 대표는 장남 강의석 씨(64)를 대신해 후계자 수업을 받아왔다. 강의석 씨는 건강상의 이유로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다.
부자 갈등은 강 전 대표가 1990년대 기획조정실장 및 전무이사를 맡아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이후다. 강 전 대표는 당시 32개 계열사 중 부실한 곳이 많아 이대로 두다간 모기업인 동아제약마저 위태롭다는 판단을 했다. 그러나 강 명예회장은 자신이 애정을 가진 회사들이 아들에 의해 문 닫는 것을 꺼렸다.
강문석 전 대표는 2003년 동아제약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지만, 2년 뒤인 2005년 1월 돌연 주류 수입업을 하는 계열사 수석무역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반면 그의 이복동생인 강정석 회장은 2005년 동아제약 영업본부장, 2006년 동아오츠카 사장을 거쳐 2007년 3월 동아제약 대표이사 부사장에 올랐다.
당시 이를 두고 세간에서는 본처와 후처 간의 세력다툼에서 강 명예회장이 후처의 손을 들어 준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강 명예회장은 세 명의 부인 사이에 4남 4녀를 뒀다. 이 중 강문석 전 대표의 어머니이자 강신호 명예회장의 첫 부인인 박 아무개 씨는 2006년 7월 법원의 조정을 통해 이혼했다. 후계자가 뒤바뀐 시기와 겹친다.
동아제약에서 물러난 강문석 전 대표는 동아제약 주식을 매집하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시도할 정도로 아버지에 맞서는 모습을 보였다. 동아제약 경영권 다툼이 여의치 않자 강 전 대표는 2008년 동아제약 지분을 모두 처분하고 2년 뒤 우리들제약 인수에 나섰다.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수석무역은 2008년 디지털오션을 인수했고, 디지털오션을 통해 우리들제약 인수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강 전 대표는 공금 45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2012년 6월 구속됐다. 수석무역이 우리들제약을 인수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디지털오션에서 빌려주었으나 수석무역이 이를 갚지 못한 것이다. 당시 검찰은 강 전 대표가 회사자금을 동원해 개인사업에 유용한 것으로 봤다. 그해 12월 강 전 대표는 법원으로부터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이후 외부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그가 실형을 사는 동안 서울 한남동 집은 경매로 매각되는 등 재기할 여건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제약업계 리베이트는 동아제약만의 문제가 아닌 업계의 오래된 관행이다. 2010년 리베이트에 대한 쌍벌죄가 적용되면서 리베이트를 준 제약사뿐만 아니라 받은 의사도 처벌하게 되자 업계에서 대놓고 리베이트를 주는 관행은 사라져 가는 듯 보였다. 당시 제약사가 후원하는 대형 세미나에 초청된 의사에게 거액의 강의료를 지급하는 것도 리베이트 우회 지급으로 보고 금지하는 등 강도 높은 제제가 시행됐다.
만약 강문석 전 대표가 동아제약을 지금도 이끌고 있었다면 이번 리베이트 수사의 책임은 그가 져야 했을 것이다. 검찰은 구속된 강정석 회장에게 리베이트 총책임자로서의 책임을 물었기 때문이다. 현역에서 물러난 강신호 명예회장도 올해 1월 회장 자리를 내주지 않고 회장직을 유지했더라면 이번 수사망을 피해가지 못했을 수도 있다.
강정석 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업무상횡령, 약사법위반, 조세포탈이다. 횡령은 700억 원대, 리베이트는 55억 원대, 조세포탈은 170억 원대다. 가볍지 않은 범죄혐의다. 이제 ‘동아제약 3부자’ 앞엔 또 어떤 운명의 장난이 도사리고 있을까.
우종국 비즈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