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커뮤니티에서 남편 저주하며 스트레스 해소…회원수 1만 명 돌파
일본의 중년 탤런트 마쓰이 가즈요가 공개적으로 남편의 불륜을 주장하고 나서 화제다. 트위터에 “비아그라 100ml 후나코시 에이치로와 전면전쟁 시작!”이라는 피켓을 든 자신의 사진을 올렸다.
마쓰이의 주장은 이러했다. 남편 후나코시는 중증 당뇨병을 앓고 있는 탓에 성기능 저하로 부부관계를 피해왔다. 하지만 2015년 봄, 그가 다량의 비아그라를 복용하면서 불륜녀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이에 마쓰이는 “남편을 정말 사랑해 부부관계가 없어도, 손만 잡고 자도 행복했었다”며 “배신감에 자살까지 생각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덧붙여 마쓰이는 “남편이 피해자인 척 거짓말을 늘어놓는 것도 모자라, 나를 악처로 만들어 이혼하려 한다. 모든 걸 파헤치기 위해 <주간문춘>에 제보했으나 오히려 기자들은 남편에게 유리한 말을 하고 있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인터넷을 통한 고백뿐”이라고 밝혔다.
이후 마쓰이는 한층 거침없는 폭로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유튜브, 블로그, 트위터, 라인까지 SNS를 총동원해 연일 남편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비아그라 100ml 후나코시 에이치로와 전면전쟁 시작!” “비아그라 남자 덤벼라” “나, 마쓰이 가즈요는 목숨을 걸고 싸웁니다” 등의 문구를 적은 피켓도 손수 만들었다.
그러나 맹공격은 양날의 칼과 같았다. 마쓰이에 대한 일부 동정론도 차츰 바뀌어 “이쯤 되면 무장단체 IS보다 마쓰이가 더 무서운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이와 관련 <주간문춘>은 “취재 과정에서 마쓰이의 증언에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고 보도했다. <주간문춘>에 따르면, 2015년 11월 후나코시는 마쓰이에게 이혼 의사를 전달했으나 마쓰이가 거부했고 이후 두 사람은 별거생활에 돌입했다. 지난해 5월 다시 이혼 이야기가 나왔으나 마쓰이가 “내년 2월까지 기다려주면 응하겠다”고 답하면서 기한을 연장했다.
다만 마쓰이는 후나코시의 불륜을 주장하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는 부정행위를 입증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이다. 후나코시 또한 불륜 사실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으며, 마쓰이를 상대로 이혼조정 신청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상처 난 부부관계를 복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향후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진흙탕 싸움, 이혼재판이다.
전문가들은 “설령 마쓰이가 남편의 불륜 증거를 입수해 재판에서 인정받더라도, 지금 상황으로는 마쓰이가 불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야마구치 노리타카 변호사는 “간통을 저지른 측이 지불하는 위자료는 일반적으로 1000만 원 정도다. 하지만 이번처럼 유튜브에 상대를 비난하는 동영상을 올리거나 블로그에 인신공격성 글을 다수 게재할 경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명예훼손의 위자료는 약 500만 원 전후다.
그동안 마쓰이가 올린 진위불명의 게시물은 ▽후나코시가 비아그라를 복용해 불륜을 저질렀다 ▽후나코시 PC에는 포르노가 수두룩하다 ▽후나코시가 재산을 뺏으려 한다 등등이다. 이 가운데 마쓰이가 처음 올린 유튜브 동영상 조회수는 현재 300만 뷰를 넘어섰다. 남편의 사생활을 전 세계에 대대적으로 폭로한 셈이다.
게다가 후나코시가 실제로 불륜을 저지르지 않았고, 마쓰이가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경우라면 위계업무방해죄로 형사사건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마쓰이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이처럼 마쓰이 부부 기사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와중에, 갑작스레 주목 받기 시작한 사이트가 있다. 바로 ‘남편 데스노트’라는 익명 커뮤니티다. <주간겐다이>는 “남편의 불륜을 의심하고 비난공세를 퍼붓는 마쓰이는 애교 수준이다. 정말 무서운 것은 남편의 죽음을 바라는 아내”라면서 사이트 ‘남편 데스노트’를 집중 보도했다.
‘남편 데스노트’ 사이트. 아내들이 남편에 대한 불만을 익명으로 올리는 커뮤니티다.
‘남편 데스노트’는 이름에서 연상되듯 남편에 대한 불만을 익명으로 올리는 커뮤니티다. 말하자면 웹상에서 아내들이 분풀이를 하는 공간이라 할 수 있겠다. 이곳은 다른 커뮤니티와 달리 “마쓰이 씨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한다” “마쓰이 씨 상처가 매우 클 것 같다”며 그녀를 응원하는 글들이 더 많다.
이에 대해, 사이트 관리자인 ‘사신(ID)’은 “어릴 적 어머니로부터 아버지 험담을 듣고 자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머니의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여 폭발한 게 아닐까 싶다. 그럴 바엔 ‘속 시원하게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면 좋겠다’는 바람에 사이트를 개설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한 것 같다. 아내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 현재 회원수가 1만 명을 돌파했기 때문이다.
‘남편 데스노트’의 하루 평균 접속건수는 약 20만 건. 네티즌들에게 “마쓰이보다 섬뜩한 아내들의 커뮤니티”로 화제가 되면서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례로 게시판에 오른 글들을 살펴보면 “남편의 칫솔로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있다. 칫솔 쓰는 모습을 보는 것이 내 유일한 즐거움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남편이 차가운 주검이 돼 있기를 소망한다” “마마보이 남편이 오늘도 살아 있다. 부탁이니까 제발 당장 죽어줘” “그가 지옥에 떨어져도 아팠으면 좋겠다” 등 오싹한 말투로 남편을 저주하는 내용이 대다수다.
이런 내용도 있다. ‘영면’이란 제목 아래 “겨우 남편이 죽어줬다. 술을 마시고 쓰러져 그대로 세상 떠났다”며 남편의 죽음을 성취한 글이 올라오자 “축하합니다” “정말로 부럽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이에 <주간겐다이>는 “마쓰이가 SNS를 활용해 남편을 비난하는 모습은 너무 솔직해서 귀여울 정도다. 진짜로 무서운 것은 지금 당신 앞에서 웃고 있는 아내일지 모른다”고 전했다.
한편, 오사카대학 인간과학연구과의 이시쿠라 후미노부 교수는 “아내가 남편에게 불평을 한다는 것은 아직 부부관계 복원이 가능하다는 걸 의미한다. 오히려 아내가 입을 꾹 다물고 있을 경우 심각하다”고 조언했다. 덧붙여, 한 경찰 관계자는 사이트 이용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남편의 이름이나 직장 등 개인정보를 구체적으로 적으면 사생활침해나 협박죄에 해당돼 처벌받을 수 있다”며 “도를 넘어선 언행은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