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크라운해태제과가 개최한 ‘한여름의 눈조각전’에서 시민들이 미디어아트를 보고 있다.
“오늘을 위해 지난해부터 준비해왔습니다.”
사각형의 대형 눈조각 앞에 선 크라운해태홀딩스 직원의 말이다. 그는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들리자, 주변에 놓인 눈조각을 위한 갖가지 도구들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인터뷰 내내 웃음을 보이던 그는 비장한 표정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곧 광화문 하늘에 눈꽃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지난 8월 12일 오후 6시, 서울광화문광장에서 크라운해태홀딩스의 ‘한여름밤의 눈조각전’이 열렸다. 이번 전시회는 서울시가 ‘문화바캉스’를 주제로 8월 11일부터 12일까지 개최하는 ‘서울문화의 밤 축제’ 행사 중 하나다. 서울 광화문광장 역사물길을 따라 700m 거리에 눈블럭 300개가 설치됐다.
눈블럭 한 개의 크기는 높이 160㎝, 가로x세로 110㎝로 1개의 무게만 1.5톤에 달한다. 이날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 직원 등 600명이 2인 1조로 2시간 동안 동시에 조각했다. 회사 관계자는 “오랜 준비 과정을 거쳐 진행하는 전시회다. 세계 최초 여름철 눈조각 퍼포먼스로, 기네스북 등재도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KRI한국기록원은 한국 최초 기록으로 인정했다.
크라운해태제과가 12일에 개최한 ‘한여름밤 눈조각전’에서 임직원 600명이 ‘평화’와 ‘광복’을 주제로 300개의 눈조각을 동시에 만들고 있다.
이 전시회의 기획자는 윤영달 크라운해태홀딩스 회장이다. 지난 2013년부터 겨울 경기도 양주에서 열리는 눈꽃축제에서 눈조각 전시회를 개최한 윤 회장은 올해 장소와 시기를 여름, 광화문광장으로 옮겼다. 윤 회장은 “2013년부터 직원 100여 명씩 눈조각 전시회가 발달한 해외 명소로 보내 600명을 선발했다”며 “지난해 가을부터는 근무시간 틈틈이 전문 조각가들로부터 눈조각 교육도 받았다. 실력도 눈에 띄게 늘었고 직원들도 즐겁게 참여했다”고 말했다.
눈조각전은 그동안 이어온 윤 회장의 문화예술 활동 가운데 하나다. 그는 경기도 양주시 송추유원지 인근 300만㎡ (100만 평)에 ‘아트밸리’를 조성 중이다. 크라운해태연수원 인근으로, 부친이 30년 전에 사놓았던 땅을 문화예술 테마파크로 활용했다. 대규모 사업을 한꺼번에 진행하기보다 시간을 들여 주변 숙박업소나 음식점 등을 하나씩 매입해 예술가들이 생활하고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등 영역을 넓히고 있다.
윤영달 회장과 이배용 이화여대 전 총장(사진 가운데). 사진=문상현 기자.
윤 회장은 국악에도 후원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퓨전국악공연 ‘창신제’를 주최했고, 2007년엔 민간기업 중 처음으로 국악단을 만들기도 했다. 윤 회장은 “광화문 눈전시회와 같이 민속예술도 대중이 신선하게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다면 관심도도 더욱 높아지고, 이는 곧 문화 브랜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이어 “비슷한 연구와 기술로 만든 제품은 결국 차별화가 될 수 없다”며 “예술 감성을 경영에 도입하고 있다. 예술적 감성을 얹은 경영과 사회활동의 부가가치는 긍정적인 성과로 나타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문상현 비즈한국 기자 moon@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