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놓칠세라 ‘꼬옥’ 엄마의 슬픔 고스란히
티 없이 밝은 말레이시아 미얀마 난민학교 초등학생들.
미술과 음악. 미얀마 본토에서는 정규과정에 없는 과목입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에게 가장 즐거운 시간은 미술시간입니다. 데생, 공작, 그리기 등을 직접 해보는 시간에는 표정이 다릅니다. 아이들이 그리는 그림에는 엄마가 많습니다. 어린 동생을 안고 있는 모습, 자신을 안고 평안히 잠자는 엄마의 모습입니다. 이 그림들을 보면 가슴이 뭉클합니다. 어린 아이들은 엄마가 힘들게 살아온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교실 벽에 붙은 그림들. 미술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아이들의 그림을 모아 작년엔 달력을 만들었다.
미얀마에 민주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여기도 ‘정치적 난민’이 많았습니다. 인권을 유린당하거나 종교박해, 사회적 억압을 받은 난민에게는 유엔에서 난민카드를 발급해 미국, 호주 등지로 이주시켰습니다. 지금은 정치적인 이유보다는 경제적인 이유로 국경을 넘습니다. ‘경제적 빈민’입니다. 그래서 난민카드 발급이 중지된 상태입니다. 모두 미얀마 본토로 돌아가거나 합법적인 워킹비자를 받아야 합니다.
아이들과 엄마아빠들이 이 나라로 오기까지는 숨 막히는 나날들이 있었습니다. 태국의 강을 건너 말레이시아 카메룬 하이랜드의 깊은 정글을 통과해야 했습니다. 미얀마 남부 끝에서 배를 타고 밤바다를 빠져나가야 했습니다. 국경을 통과하며 그간 많은 난민들이 죽었습니다. 또 말레이시아에 도착해도 불법체류로 잡히면 난민수용소 감옥으로 갑니다. 지금은 그런 탈출행렬이 급감했지만 감옥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엄마에 대한 기억을 담고 있는 그림들.
이 학교에 호주에서 온 한 여선생님이 있습니다. 젊고 아름다운 분입니다. 이 학교가 설립되면서부터 미술과 영어를 가르쳤습니다. 여기 아이들은 미술을 가르치는 이 선생님이 있어 행복합니다. 이분은 엄마를 일찍 잃어서 엄마를 그리워하고, 아이들을 유난히 좋아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먼 나라까지 와서 오랫동안 자원봉사를 하는 모습이 참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이 선생님은 작년에 아이들의 그림을 모아 달력을 만들었습니다. 자신은 무보수인 데도 그 달력을 팔거나 선물로 나누어 난민학교 후원기금을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지극합니다.
수업이 끝난 빈 교실에서 벽에 붙어 있는 그림을 봅니다. 엄마와 나, 미얀마의 동물들. 초등학생 그림처럼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성숙한 청년의 그림 같습니다. 엄마의 슬픔이 담겨 있습니다. 아이를 너무 꼭 껴안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정글 속에서, 배 위에서, 숨어 살던 도시의 옥탑방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까요? 그럼에도 이젠 티 없이 밝은 난민학교 아이들. 이 아이들의 중학과정과 고등과정이 큰 문제입니다. 영국계, 중국계 NGO가 만든 중고등 과정이 있지만 소수의 학생들만 다닐 수 있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난민학교를 졸업하면 그 어린 나이에 생활전선으로 나가야 합니다. 그림 속 엄마처럼.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