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최승복 교수.
[인천=일요신문]박창식 기자= 인하대학교 기계공학과 최승복 교수는 지난 학기까지 대학원장을 지내며 눈에 띄지는 않게 학교 행사를 도왔다. 특히 외국에서 처음으로 방문하는 이들이 어색하지 않도록 일일이 챙기는 일은 최 교수 몫이다.
교내 활동만큼이나 연구도 활발하다. 현재 진행 중인 과제만도 열 손가락이 모자라다. 바쁜 와중에도 표정은 늘 여유롭다. 최 교수는 특히 자동차, 로봇, 항공기 등 각종 기계를 제어하는 데 월등한 실력을 자랑한다. 그 중에서도 스마트 유체를 이용한 각종 시스템 제어 분야는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최근에는 전기자동차 제어연구에 빠져있다.
최 교수는 “전기자동차는 석유로 달리는 자동차에 비해 그 무게가 30% 가까이 가벼워야 해요. 그렇게 되면 차체가 가벼워져 안전에 문제가 생깁니다. 유명 외국 자동차 업계에서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서스펜션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죠.”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이제 걸음마 단계다. 최 교수는 한 자동차 회사와 손을 잡고 서스펜션 개발에 들어갔다.
“스마트유체를 사용한 서스펜션 작동기가 초당 200회가 움직여야 자동자의 승차감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어요. 우리나라는 10년 전에 비로소 본격적으로 연구에 들어가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죠. 갈 길이 멀어요.”
이 뿐만 아니다. 군용 차량이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서스펜션, 중장비 차량을 운전하는 사람이 피로감을 덜 느끼도록 하는 제어 방법 등도 관심 분야다.
“원래는 자동차가 아닌 로봇 제어기술을 전공했어요. 미국에서 석‧박사를 마치고 돌아온 게 90년 초반이었는데 당시 우리나라는 로봇을 연구하는 곳이 없었죠. 그래서 제어 기술을 써먹을 수 있는 분야가 어딜까 찾은 곳이 자동차였어요.”
마침 그 떄는 전차가 움직이는 방식이 트랙에서 바퀴로 바꾸던 시기다. 국방과학연구소는 바퀴로도 험한 산길을 오갈 수 있는 전차를 개발할 이들을 찾았고 최 교수는 그렇게 군용 차량 연구를 시작했다.
“기계 제어 분야는 연구할 수 있는 내용이 아주 다양해요. 기계는 날로 발전하고 그것을 통제하고 개발하는 인간의 능력도 그에 맞춰 가야겠죠.”
지난해에는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감사패를 받았다. 함정이 어뢰 등의 공격을 받으면 레이더 등 전자 장비가 손상된다. 최 교수는 국방과학연구소의 의뢰로 공격을 받은 함정의 피해 정도와 규모, 형태를 파악해하고 이를 기술력으로 보완할 수 있도록 테스트하는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냈다.
최 교수가 연구하는 분야는 차량에만 머물러있지 않다. 지난해부터 항공대학과의 공동연구도 진행 중이다. 항공기가 착륙할 때 그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제어 장치 개발에 들어갔다.
“비행기가 착륙할 때 지상 활주로와의 각도가 작을수록 충격은 줄어들지만 그만큼 사고 확률도 늘어납니다. 누가 어떻게 비행기를 내리든 그 충격을 덜어 탑승객과 조종사들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이죠.”
이렇게 각종 최신 연구를 섭렵하고 있는 그에게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코딩 교육에 대해 물었다.
“어떤 것이든 생각을 하고 실패하고 고민하고 다시 답을 찾아야하는데 지금 하는 코딩 교육이라는 게 답을 정해놓고 거기에 맞추도로 하고 있어요. 하라는대로 해서 작동하면 우와 하고 박수치고. 그래선 교육이라는 게 무의미하죠.”
대학 교육도 마찬가지다. 입시 공부만 했던 학생들을 보면 앞으로가 걱정이다.
“요새 대학생들을 보면 앞으로 내가 하고 있는 연구는 누가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입시 수학은 잘하지만 기계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수학은 어려워해요. 생각하지 않은 채 답만 찾으려고 하죠.”
최 교수는 “결국 우리가 연구하는 것은 우리 삶을 편하게 하는 기계에요. 인간의 리듬에 맞춘 기계는 곧 생활을 풍요롭게 하죠. 연구가 지겨워질 때까지 내가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만들어내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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