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지하철 ‘경의중앙선’에 대한 승객들의 불만이 날로 커지고 있다. 긴 배차간격은 물론, 시간표를 엄수하지 않는 운행 시스템에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일요신문] 대중교통의 미덕은 고객들을 배려한 알맞은 배차간격과 시간 준수입니다. 고객과의 신뢰 문제죠. 이것이 깨지면 대중교통으로서 낙제점을 받을 수 밖에 없겠죠. 하지만 그 약속을 보란듯이, 상습적으로 어기는 대중교통이 있습니다. 바로 시민들의 분통을 터뜨리는 수도권 전철 ‘경의중앙선’ 열차입니다. 시간표를 무시하기로 유명해진 경의중앙선이 각종 SNS를 중심으로 시민들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일요신문i>는 ‘경의중앙선’과 관련해 SNS에 올라온 시민들의 반응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코레일 측 답변을 직접 들어봤습니다.
일단 배차간격부터 불만이 수두룩합니다. 직장생활 3년 차인 A 씨(31)는 왕십리역과 상봉역 사이를 지나가는 경의중앙선을 타고 매일 출퇴근을 합니다. 열차의 배차간격이 20분이 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에 매일 열차의 시간표를 확인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하지만 A 씨는 “경의중앙선은 시간표가 있으나 마나…”라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그동안 시간표에 맞춰서 열차가 도착한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지하철 경의중앙선 열차 문산행 시간표 중 일부에 따르면 열차의 배차간격은 무려 20분이 넘는다. 출처= 페이스북 페이지 ‘경의-중앙선 통학러들의 한숨소리’
실제 이같은 사례는 A 씨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경의중앙선 통학러들의 한숨소리’에는 이같은 사례가 무수히 많습니다. 위의 사진은 이 페이지에 올라온 경의중앙선 ‘문산행’ 시간표의 일부입니다. 이 6개의 열차들의 배차간격은 28분, 14분, 그리고 21분, 19분입니다. 서울 지하철 2호선의 배차간격 1~2분과 비교했을 때 터무니 없이 긴 시간입니다.
출처= 페이스북 페이지 ‘경의-중앙선 통학러들의 한숨소리’
출처= 트위터 캡쳐
열차 두 대가 15개 역을 사이에 두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문에 온라인에는 “경의중앙선 배차간격이 너무 넓다”는 불만들이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출처= 트위터 캡쳐
경의중앙선이 지난달 개봉해 ‘스크린 독점’ 논란을 빚은 영화 <군함도>보다 못하다는 조롱도 나왔습니다. 실제 <군함도>는 서울 C 영화관에서 하루 73회 상영된 바 있는데, 같은날 경의중앙선 상행 전철은 총 72회 운행됐기 때문입니다.
출처= 트위터 캡쳐
하지만 긴 배차간격보다 더 큰 문제는 ‘시간표 엄수’입니다. 뒤에서 오는 KTX열차 등을 먼저 보낸다는 이유로 경의중앙선 운행 도중에 걸핏하면 운행이 중단돼 운행 시간이 들쑥날쑥합니다. 대한민국에 최적화된 열차이기 때문일까요? 경의중앙선 도착 시간은 그야말로 ‘코리안타임’입니다. 제 시간 제때 오는 경우가 잘 없다는 것입니다. 이를 두고 이용객들은 “배차 간격 긴 건 그렇다 치고, 제발 시간표좀 지켜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출처= 페이스북 페이지 ‘경의-중앙선 통학러들의 한숨소리’
한 이용객은 경의중앙선 페이스북 페이지에 “9시23분에 홍대 출발이고 다음차는 9시48분이길래 여유있게 9시30분에 홍대입구역에 도착했는데 차를 놓쳤다. 그리고 다음 차는 응봉역에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지하철이 시간표와 다르게 운행되다보니 일어난 현상으로 보입니다. 이에 승객들은 “경의선 시간표는 맨 끝에 ‘※참고용’이라고 달아놔라” “시간표가 필요 없는 열차”라고 비꼬기도 했습니다.
출처= 페이스북 페이지 ‘경의-중앙선 통학러들의 한숨소리’
패기넘치게 배차간격 20분을 넘길 때는 언제고, 상황에 따라 1분 간격으로 열차가 올 때도 있습니다. 열차 운행 상황을 알려주는 전광판에서 열차 2~3개가 연달아 나타나는 기이한 광경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를 두고 페이스북의 승객들은 “축하한다” “기분이 좋아진다”라고 말하면서도 “합성 아니냐”라며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출처= 트위터 캡쳐
아울러 경의중앙선을 이용하면 할 수록 ‘성격파탄자’가 될 것을 우려하는 승객들이 많은 만큼, 경의중앙선의 운영기관인 코레일은 그 원인에 대한 설명과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
#2탄이 이어집니다-기사 하단 관련기사 링크 콕콕!!
경의중앙선 고객을 위한 꿀팁-자리에 앉고 싶으면 등산복 입은 중년 여성을 주목하라? 출처= 페이스북 페이지 ‘경의-중앙선 통학러들의 한숨소리’ SNS공간에는 경의중앙선을 이용한 시민들을 위한 꿀팁도 전수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자리에 앉고 싶다면 등산복 입은 중년 여성을 주목하라’는 것입니다. 이 노하우는 다 경의중앙선 노선만의 특징에서 비롯됩니다. 경의중앙선은 서울 외곽을 중심으로 중년들의 가벼운 나들이 및 등산 코스와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SNS에는 “대곡역 방향으로 가는 승객들은 등산복을 입은 중년 여성을 타겟으로 좌석을 기다리는 것이 좋다”는 아주 구체적인 팁이 오가곤 합니다. [수] |
경의중앙선엔 이런 해프닝도? 출처= 페이스북 페이지 ‘경의-중앙선 통학러들의 한숨소리’ 이 뿐만이 아닙니다. 경의중앙선은 그 노선의 특징 덕에 이런저런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자연과 함께하는 경의중앙선’입니다. 경의중앙선은 도심지를 벗어나 자연과 가까운 외곽지역을 관통합니다. 이 때문에 수많은 동물들과의 에피소드가 SNS를 뜨겁게 달구곤 합니다. 특히 수많은 나방과 하늘소에 대한 목격답이 이어집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비둘기도 경의중앙선을 종종 이용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출처= 페이스북 페이지 ‘경의-중앙선 통학러들의 한숨소리’ 더불어 대학생들과 관련한 에피소들도 곧잘 등장합니다. 경의중앙선이 지나가는 곳엔 여러 대학교가 있습니다. 홍익대와 서강대, 경희대가 이 노선 근처에 있고, 한양대, 시립대, 한국항공대가 그 근처에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유독 열차 내에서 구토를 하거나 노상방뇨를 하는 대학생 승객들이 목격되곤 합니다.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