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2010 월드컵, 터키 2012 유로, 네덜란드 2016 유로 등 메이저대회 3연속 예선 탈락
거스 히딩크 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감독의 최근 A매치 성적은 신통치 않다.
[일요신문] 대한민국 축구계에 ‘히딩크 바람’이 거세다. 정확히는 ‘히딩크 모셔오기’를 촉구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지속되고 있다. 많은 이들이 1년도 남지 않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이 지난 2002년과 같은 마법을 선보이길 원하고 있다. 감독 데뷔 30년차를 맞은 히딩크 감독은 여전히 세계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유명 인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의 최근 성적이 신통치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지난 수년간 히딩크 감독은 어떤 결과를 냈을까. <일요신문>이 냉정하고도 꼼꼼히 따져봤다.
히딩크 감독은 세계를 놀라게 했던 2002 한일 월드컵에서의 영광 이후로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 나갔다. 친정팀 PSV 에인트호번과 호주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참가한 2006 독일 월드컵에서도 그의 성공시대는 계속됐다.
월드컵 성공 이후 러시아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로도 신화는 이어졌다. 소비에트 연방 해체 이후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던 러시아를 ‘유로 2008’ 4강에 올려놨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의 성공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유로 2008에서 큰 성공을 거둔 러시아는 2년 뒤 열리는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선 본선조차 밟지 못했다.
유럽지역 예선에서 러시아는 독일에 이어 조 2위를 차지했다. 현실적으로 독일이라는 벽을 넘기는 쉽지 않았다. 문제는 각조 2위 간 본선 진출을 놓고 벌이는 두 번째 라운드였다. 러시아는 슬로베니아를 만나 1승 1패를 거뒀지만 원정 다득점에 울어야 했다. 당시 슬로베니아는 월드컵 본선에서 1승조차 경험해보지 못한 약체였기에 충격이 더했다.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히딩크 감독은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지휘봉을 내려놓아야 했다.
러시아 지휘봉을 잡던 시기인 2009년에는 잉글랜드 리그 첼시 FC의 임시 감독직을 맡기도 했다. 당시 히딩크 감독은 FA컵 우승,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 등 어수선한 팀을 제 궤도에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히딩크 감독 부임을 촉구하는 글이 올라오기에 이르렀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히딩크 감독은 러시아에서 물러난 2010년 터키 대표팀을 맡았지만 연이어 메이저대회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1년 4개월여의 시간 동안 16경기를 치러 7승 4무 5패로 무난한 성적을 거둔 듯하지만 결정적인 경기에서 패했다. 유로 2012 본선 진출권이 걸린 크로아티아와의 플레이오프에서 0-3 허무한 패배를 당했다. 터키 홈에서 당한 패배였기에 더욱 아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상대가 비록 전력이 탄탄한 크로아티아였지만 터키가 전 대회에서 4강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킨 바 있기에 팬들의 기대치는 높았다.
터키에서의 실패 이후 2012년에는 러시아 프로팀 FC 안지 마하치칼라 감독으로 부임했다. 당시 안지는 구단주가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해 전 세계 스타 선수들을 사들여 유럽 축구계의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었다. 안지의 야심작 사무엘 에투(카메룬)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등을 제치고 세계 최고 연봉 선수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히딩크 감독은 안지에서 시즌 도중 사령탑을 맡은 첫 시즌 리그 5위, 두 번째 시즌 3위로 상위권 성적을 냈다. 하지만 안지는 당시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자금력으로 유리 지르코프(러시아), 라사나 디아라(프랑스), 윌리안(브라질) 등 스타 선수를 수집한 것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성적이라는 평가가 따르기도 했다.
2013년 안지 감독 사임 이후 2014년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으로 복귀했다. 네덜란드는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3위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을 상대로는 놀라운 경기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자연스레 팬들의 기대치는 올라갔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출발부터 불안했다. 이탈리아와의 평가전, 체코와의 ‘유로 2016’ 예선에서 2연패를 기록했다. 월드컵에서 성공을 거둔 선수단과 시스템을 그대로 물려받았기에 실망감은 더했다. 인구 30만의 소국 아이슬란드를 상대로도 패했고 터키에 가까스로 무승부를 거두는 등 부진이 계속됐다. 유로 탈락 위기에 몰린 네덜란드는 결국 히딩크 감독을 경질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1년도 머무르지 못했다.
2015년 12월에는 다시 한 번 첼시의 단기 감독직을 맡아 반등했다. 그는 당시 강등권에서 휘청거리던 위기의 첼시를 10위에 안착시켜 무난한 평가를 이끌어냈다. 만만치 않은 전력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널, 리버풀 등을 상대로 모두 승점을 따냈다.
첼시 감독 시절의 거스 히딩크. 첼시 FC 페이스북 캡처.
장지현 SBS sports 해설위원은 히딩크 감독을 둘러싼 현재 상황에 대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는 “세계 축구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면서 “역동적인 전술적 능력을 갖춘 젊은 감독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히딩크 감독의 오랜 감독 경험에서 나오는 운영 노하우, 순간 대처 능력, 순발력 등은 아직 가치가 있는 그만의 능력이다. 이 때문에 과거 아르헨티나 대표팀 공동 감독이나 최근 중국 리그 감독직 등 제의가 들어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 해설위원은 “현재 히딩크 감독이 감독직이 아닌 또 다른 한국 측의 제안을 기다리며 월드컵이 열리는 러시아에 가고 싶어 하는 모양새”라며 “대표팀도 스태프를 강화하는 차원과 훈련장, 적응 등 러시아 현지에서의 이점이 있기에 조언을 구하는 역할 등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여론도 무시할 수는 없다. 한국 축구와 히딩크 감독 양측이 윈윈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