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찰·조건수정·재공모 등 거쳐…신대철 “반대하는 특정단체 의견 반영, 공정한 입찰 의심”
문체부의 ‘홍대 앞 인디페스티벌’ 개최지원 사업자 선정 과정에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신대철 바음협 이사장. 사진=신대철 페이스북
지난 9월 12일 문체부는 ‘홍대 앞 인디페스티벌(가칭)’ 개최 지원 사업을 위한 보조사업자에 라이브클럽협동조합 등을 선정했다. 이번 사업은 홍대 인근에서 인디 음악인들이 참여하는 공연 등을 열어 인디음악을 활성화하고 지역 관광자원과 연계한다는 내용으로 기획됐다. 이 사업은 정부가 5억 원의 경비를 지원한다.
그런데 사업자 선정 과정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한 번의 공모 유찰과 적격자 없음에 따른 재공모를 추진하는 등 세 번째 만에 사업자가 선정됐다. 하지만 바른음원협동조합(바음협)의 신대철 이사장은 이 과정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신 이사장은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 씨의 장남으로 헤비메탈 그룹 시나위의 리더이기도 하다.
처음 사업자 선정을 위한 문체부의 입찰 공고가 나온 것은 6월 9일이다. 당시는 바음협만 입찰에 지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단독 입찰이 돼 심사가 이뤄지지 않고 유찰됐다.
이후 6월 23일 문체부는 사업 내용과 시기 등을 변경한 수정 공고를 발표했다. 이번에는 바음협과 라이브음악문화발전협회(라음협) 두 군데가 참여해 경쟁 입찰에 들어갔다. 하지만 결과는 두 단체 모두 떨어져 사업자가 선정되지 않았다. 선정하지 않은 사유에 대해 문체부는 ‘적격자 없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공모가 진행되는 동안 바깥에서는 문체부의 사업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홍대 앞에서 활동하는 인디음악인과 공연기획자 등이 이번 사업이 일회성 축제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면서 사업에 거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반짝행사로 진행할 경우 관객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결국 비싼 돈을 들여 인지도 높은 밴드 등을 부르게 되고, 결국 인디음악인들이 소외돼 ‘음악 공연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주장이었다.
이들은 긴급 모임을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라이브클럽협동조합, 뮤지션유니온, 서교음악자치회, 잔다리컬처컴퍼니,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 등이 공동명의로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문체부는 3차 재공모를 내기 전 8월 7일 ‘홍대 앞 인디페스티벌 개최 지원 사업 의견수렴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문체부 관계자들과 앞서 입찰에 참여한 바음협, 라음협 측 관계자뿐 아니라 반대 목소리를 내던 6개 단체 관계자들까지 참석했다.
열흘 뒤인 8월 16일 3차 공모가 진행됐다. 그런데 이번 재공모에는 평가 기준이 조금 변경됐다. 평가항목 중 ‘사업계획의 우수성 및 적정성’ 부문의 기존 세부적 착안 내용은 ‘1. 인디음악 페스티벌 개최를 위한 사업기획 및 집행계획 등을 취지와 여건에 맞게 적정하게 마련하고 있는가’였다. 그런데 그 밑에 ‘2. 인디음악의 여러 이해관계자가 함께하는 참여와 상생의 사업취지를 계획에 잘 반영하였는가’라는 항목이 하나 더 추가됐다. 그러면서 배점 역시 35점으로 다른 부문보다 높아졌다.
그리고 결국 보조사업자에 라이브클럽협동조합 등 6개 단체가 선정됐다. 처음에 이 사업을 반대하던 이들이 사업권을 가져간 것이다. 보조사업자로 함께 선정된 홍우주협동조합은 선정 발표 직후인 9월 13일 SNS를 통해 “문체부와 손혜원 의원실 미팅 등을 통해 홍대 앞 인디음악 주체들의 생각을 전했고, 그것이 받아들여져 일정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신대철 이사장은 “‘그것이 받아들여졌다’가 무슨 의미인가. 입찰 공모에서 특정 단체의 의견을 반영해 조건을 수정하는 건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 단체의 의견이 중요하고 반영해줘야 했다면, 입찰 과정을 왜 거쳤나. 차라리 수의계약을 하지. 바음협이나 라음협은 들러리였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 이사장은 “바음협과 라음협이 경쟁한 첫 심사 당시 심사위원들이 ‘밖에 반대하는 단체들이 있는데 어떻게 할 거냐’ ‘만약 바음협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는데, 밖에서 계속 반대하면 이 사업을 포기할 수 있느냐’고도 질문했다. 우리는 사업을 하려 할 뿐, 그들을 배격하지 않았는데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이상했다. 결국 문체부나 심사위원들은 홍대 인근에서 활동하는 단체들의 눈치를 계속 보고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한 점은 또 있다. 사업자 선정 발표 이후 문체부 담당자가 신 이사장에게 전화해 선정 탈락에 대해 설명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 이사장은 “입찰이 공정한 방식으로 이뤄졌다면 굳이 내게 탈락 이유에 대해 해명할 필요가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문체부가 추진한 ‘홍대 앞 인디페스티벌’ 사업은 기존에 열리던 ‘잔다리 페스타’에 합쳐져 진행되고 있다. 사진=잔다리 페스티벌 공식 페이스북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해 문체부는 사업자 선정 과정을 절차적으로 공정하게 끌어오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고 밝혔다. 문체부 관계자는 “바음협 입장에서는 입찰 공모에 여러 가지 과정을 거쳤는데 결국 탈락해 많은 실망감을 느꼈을 것 같다”면서도 “선정 평가는 전적으로 심사위원들이 했다. 그들이 봤을 때 바음협과 라음협은 관련 종사자들 모두의 참여를 유도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 ‘적격자 없음’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간담회 등 의견수렴 과정에서 우리가 느낀 것은 같은 음악업계 관계자들도 이해관계와 생각이 전혀 다르다는 거다. 이에 그들이 최대한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사업 내용을 확대해 수정 공모했다”며 “문체부로서는 홍대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사업을 만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문체부의 이러한 해명은 자칫 홍대 앞에서 활동하는 음악인이나 공연기획자들이 참여하도록 요구를 반영해주고 편의를 봐줬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신대철 이사장은 “사업자 선정에 3개월 가까이 소모되면서 행사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해졌다. 페스티벌을 급하게 준비해 치를 수밖에 없어졌다”며 “국민 세금이 투입된 좋은 취지의 사업이 왜 이렇게 정당하지 못한 방식으로 진행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아쉬워했다.
한편 ‘홍대 앞 인디페스티벌’ 사업은 기존에 홍대 앞에서 진행되던 ‘잔다리 페스타’와 합쳐져 ‘잔다리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9월 28일 시작됐다. 잔다리 페스타와 잔다리 클럽 투어, 잔다리 뮤직 스트리트, 잔다리 골목 페스타 등 크게 네 개 축으로 나뉘어 진행되는 이번 페스티벌은 오는 12월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라이브클럽협동조합 관계자는 “이번 문제제기를 하는 이는 공모에서 떨어진 신대철 이사장이다. 서운한 점이 있을 수 있지만, 이번 사업 자체에 대해 흠집 내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안타깝다”며 “하지만 사업자 공모는 문체부에서 진행한 것이다. 때문에 우리가 말을 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홍대 인디신의 각기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공통의 문제제기를 하고 목표를 가지며 20년 만에 모였다. 이 논란의 과정을 지나 홍대 인디신이 더 튼튼해지는 계기가 되길 바라면서, 잔다리 페스티벌을 의미 있게 진행하고 있다.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