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로 지내기에 우린 너무 커버린걸요
2007년 등장한 후 한국의 걸그룹 역사를 새로 썼던 소녀시대가 데뷔 후 최대 변화 혹은 위기를 맞았다. 멤버 가운데 티파니·수영·서현 등 3인이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이 종료되며 소녀시대에서 이탈하게 됐다. 2014년 제시카가 떠난 후 9인조에서 8인조가 됐던 소녀시대가 다시금 5인만 남게 됐다. SM엔터테인먼트는 “소녀시대는 저희 SM에게도 팬 여러분께도 아주 소중하고 의미 있는 그룹”이라며 “멤버들 또한 해체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5인조 소녀시대’는 예전 같은 위력을 발휘하기 어렵고, 대중의 지지도 받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과연 소녀시대 내부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고, 향후 그들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
# 왜 티파니·수영·서현일까?
3인이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나는 것으로 공식화되기 전 무수한 말들이 돌았다. 소녀시대 멤버 8인 전원이 소속사와 재계약을 맺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과연 떠나는 멤버가 누가 될지를 둘러싼 설왕설래 또한 치열했다.
8인조 소녀시대 멤버들. 왼쪽부터 윤아, 수영, 티파니, 효연, 유리, 태연, 써니, 서현. 사진=서현 인스타그램
3인의 재계약 결렬 소식이 정식 발표된 후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일단 티파니와 서현은 태연과 함께 유닛 태티서로 활동하며 높은 인기를 누릴 정도로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이는 외부의 시각일 뿐이었다.
티파니의 이탈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미국 국적을 가진 티파니가 미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유학’이 아니라 ‘귀향’이 옳은 표현이다. 오랜 소녀시대 활동으로 다소 지친 그가 고향으로 돌아가고 그곳에서 새로운 삶을 꿈꾼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돌았다.
하지만 서현이 빠져나갈 것을 예상하는 이는 드물었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소녀시대와 태티서 활동 외에도 솔로 앨범, 연기 활동 등 대부분의 영역을 섭렵하며 든든한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소녀시대의 막내로서 활동 내내 불협화음 없던 그는 소녀시대와 SM에 잔류할 ‘1순위’로 손꼽혀왔다. 이에 대해 한 가요계 관계자는 “서현은 그를 바라보는 내·외부의 시각차가 가장 큰 멤버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히려 SM 이미지를 깨기 위해 그가 과감한 선택을 할 것이란 예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곤 했었다”고 귀띔했다.
수영의 경우, 배우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탈 SM’이 오히려 긍정적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07년 <못말리는 결혼>을 시작으로 이미 10년 넘게 연기 활동을 해왔다. <연애조작단; 시라노> <내 생애 봄날> <38 사기동대> 등에서 주연급 활약을 펼쳤다. 배우 정경호와 장기간 공개 열애 중인 그가 이런 선택을 하는데 연인의 조언 역시 적잖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 ‘완전체’ 소녀시대, 가능할까?
SM에는 태연, 써니, 효연, 유리, 윤아 등 5명만 남았다. 메인 보컬인 태연이 건재하고 ‘센터’를 도맡았던 윤아도 남았다. 댄스 파트의 수장이었던 효연도 재계약을 마쳤다. ‘5인조 소녀시대’의 활동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명분이다. 5명으로 활동하는 소녀시대를 대중이 받아들일지 판단해야 하고, 5명의 멤버 모두가 이에 동의해야 한다. ‘잘해야 본전’이라는 시선이 많기 때문에 부담이 적지 않다. ‘5인조 소녀시대’ 활동은 사실상 어렵다는 관측이 많은 이유다.
여기서 떠올리는 수 있는 가정은 ‘티파니·수영·서현이 계속 함께 활동한다면?’이다. 소녀시대는 항시 활동하는 그룹이 아니다. 앨범을 낼 때쯤 8명이 모두 모여 머리를 맞댈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일단 SM에서 그런 전례가 없었다. 정산 및 활동 방향 등을 두고 이견이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런 위험한 시도는 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SM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3인이 소녀시대 활동을 원치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다른 가요계 관계자는 “소녀시대는 가요계의 전설이지만, 정점은 이미 지난 걸그룹”이라며 “소녀시대라는 타이틀이 부담으로 작용해 다른 활동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연기 활동에 매진할 뜻을 가진 멤버들에게는 더 이상 소녀시대로 활동하는 것이 무의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나는 서현, 티파니, 수영(왼쪽부터). 사진=서현 인스타그램
# 소녀시대의 향후 행보는 어떻게 될까?
소녀시대는 지난 8월 데뷔 10주년을 기념해 팬미팅을 열었다. 모든 멤버들은 눈물을 쏟으며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팬미팅을 마친 후 서현은 수영, 티파니와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공개하며 “넘넘 행복했어요. 소중한 추억 하나 또 만들어줘서 고마워요”라고 적었다.
하지만 이제는 ‘각자의 길’을 택해야 할 때다. 3인뿐만 아니라 남은 5인도 이제 소녀시대가 아닌 다른 길을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태연은 솔로 가수로 이미 입지를 다졌고, 윤아는 배우 활동이 더 두드러진다. 써니와 효연은 함께 KBS 2TV <배틀트립>에 출연하는 등 예능으로 돌파구를 찾는 모양새다. 유리 역시 다수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연기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소녀시대의 리더인 태연은 데뷔 10주년을 맞은 티저 영상에서 “결국에는 사람들이 다 자기 집으로 돌아오고 자기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런 멤버들이었으면 좋겠고, 소녀시대가 소녀시대한테 그런 존재였음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제 8인은 소녀시대가 아닌 자기 자신에 더 충실할 시점이다. 그러나 언제든 소녀시대로 뭉칠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한 지상파 예능국 PD는 “몇 년이 지나면 한자리에 선 소녀시대를 그리워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계속 활동을 지속하는 것보다 그때 다시 뭉치는 것이 파괴력이 더 크다”며 “아마 그런 ‘빅 픽처’를 그리며 소녀시대를 모으려는 방송사들의 시도는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