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회장 아들 라이벌 선수들 대상 “고의성 의심”…심판진 구성에 영향력 행사 의혹도
10월 20일 개막하는 제98회 전국체육대회를 앞두고 핀수영을 둘러싼 비위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체육계에 따르면 경기도체육회 직장운동부 소속 선수 3명은 지난 8월~9월 사이 20일 일정으로 중국 전지훈련을 다녀온 후 대한수중핀수영협회로부터 표적 도핑 검사를 지시받았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에 따르면 도핑 검사는 전 종목 운동선수들을 대상으로 무작위검사, 등순위검사, 표적검사 등이 이뤄진다. 이 가운데 표적검사는 특정한 시기에 무작위가 아닌 방법으로 특정 선수나 특정 선수집단을 선정해 검사를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표적검사는 협회 측의 요청이 있거나 전년도 검사에서 의심치료로 분류되는 경우가 있는 선수 등에 한해 진행된다”며 “이번 경기도 선수 검사의 경우 협회 측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회는 지난 9월 7일 이사회를 열고 경기도 핀수영팀의 도핑 검사 지시를 심의안건으로 상정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당시 이사회 회의록 일부 발췌 내용에 따르면 경기도 팀의 도핑 대상자 선정 이유는 ‘중국에서 의심가는 약을 먹었거나 주사를 맞았을 수 있다’는 추측에 따른 것이다. 아울러 회의록에는 협회 과거 이사회 결정에 따라 중국 전지훈련 시 반드시 협회에 이를 보고하고 의무적으로 도핑 검사를 받도록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 같은 협회의 결정에 따라 지난 9월 18일 한국도핑방지위원회는 경기도체육회 소속 선수 3명에 대해 소변 및 혈액 채취를 실시했다. 그날은 전국체전 개막을 앞두고 서울, 경기, 부산 등 팀이 서울체육고등학교에 한데 모여 훈련을 실시하고 있었다. 이 팀을 지도하는 A 감독은 “지도자나 선수에게 통보나 협의 없이 훈련시간에 그것도 타시도 운동선수들이 보는 앞에서 고의적인 도핑을 실시한 것”이라며 “근거 없는 소문에 의한 것인지 과연 타당성이 있는 도핑 검사인지 의심이 간다”고 밝혔다.
경기도체육회 소속 직장운동부 선수 3명에 대한 표적 도핑 검사 요청을 담은 협회 이사회 회의록 일부.
협회의 도핑검사규정에 따르면 도핑규정 위반자에 대해 표적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또 도핑규정 위반자는 중점관리 도핑 대상자로 선정해 한국도핑방지위원회에 명단을 제출, 수시로 도핑 여부를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한다고도 적시돼 있다. 하지만 협회가 선수의 과거 전력 때문이 아니라 근거 없는 소문을 이유로 표적 도핑을 실시했다는 게 A 감독의 주장이다. A 감독은 “표적검사라 하면 과거 도핑을 해서 걸렸던 것이거나 정말 의심가는 선수 및 그 팀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데 이 선수들은 걸린 적이 없다. 그래서 표적검사 대상이 될 이유도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는 지난 17일 협회에 도핑검사를 실시한 경기도 체육회 3명의 선수에 대해 모두 음성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에 체육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협회의 표적검사 의도가 다분히 고의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그 이유는 현재 협회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B 부회장 및 이사회 주요 인사들과 특정 현역 선수와의 관련성 때문이다. 현역 선수로 활약 중인 B 부회장 아들은 표적검사를 받은 경기도체육회 소속 C 선수와 같은 종목 경쟁관계에 있다. 또 의결에 참여한 이사 일부는 B 부회장의 아들을 실제 지도하고 있으며 표적검사를 받은 다른 두 선수도 각각 이들이 지도하는 선수들과 같은 종목에서 경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 감독은 “도핑규정 그 어디에도 해외 전지훈련 시 협회에 출입국 기간을 보고하고 입국 시 도핑검사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의결을 했다는 내용이 없으며 이 같은 공지를 받은 적도 없다”며 “전국체전을 앞두고 악의적이고 고의적인 표적도핑”이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체육회 관계자도 “이사회 의결만으로 도핑검사를 지시한 것은 문제가 있다” 며 “더군다나 도핑 의심 분류 선수들도 아니고 소문만 믿고 체전을 앞두고 도핑을 실시했다는 게 의아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의혹에 협회는 절차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협회에 따르면 2010년에 중국 전지훈련을 다녀온 한 선수가 도핑에 적발됐고 중국산 보충제를 먹었다고 증언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전지훈련 시 사전보고와 도핑 검사를 의무화한다는 내용을 이사회 차원에서 의결해 그 내용을 각 시도지부에 공문을 보냈다는 게 협회 측 입장이다. 반면 A 감독은 그런 공문을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도핑검사규정에 중국 전지훈련 내용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이번 중국 전지훈련 간 선수들의 경우 도핑 규정에 ‘의심가는 선수를 표적검사 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앞서 이사회에서 의결된 바 있는 안건을 적용해 도핑 검사를 실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2010년도 적발사례 이후 전지훈련 갔다고 보고한 게 전무하고 이번 도핑 건은 사전보고 없이 간 사실이 협회에 알려져 조치를 취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사회의 결정이 선수 아들을 둔 부회장 측근들로 구성돼 의도적이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밝히며 “오는 11월 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이런 저런 말들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핀수영계는 크고 작은 내홍에 휩싸여 있다. 최근엔 현직 체육회 감독이 선수 학부모들에게 금품을 받아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 10일 이 같은 사실을 보도한 <헤럴드경제>에 따르면 10여 년 전 이 감독은 당시 지도하던 선수에게 입시 대가로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시된 감독은 현재 협회 이사회에 등록돼 있는 임원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금품 등으로 출전 순서가 매겨지는 등 출전권을 가진 감독이 성적에 따라 선수 출전을 정하지 않는 등 정황이 학부모들 사이에 돌았다”며 대한체육회에 진상조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
선수 부모가 심판이라고? 대한수중핀수영협회의 심판진 구성을 두고도 의혹이 제기됐다. 전·현직 수중 스포츠선수 지도자 및 학부모는 지난 9월 18일 B 부회장이 그의 아들을 지도하는 측근 및 학부형들을 이사 및 심판진으로 구성해 불공정한 사항이 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대한체육회에 제출했다. 진정서에 따르면 현재 이사회 구성은 B 부회장 아들을 지도했거나 지도하고 있는 감독들과 현역 선수를 자녀를 둔 인물 중심으로 꾸려져 있다. 또 진정서에 나타난 주요 심판진에도 현역 선수 학부모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진정서에서 이들은 “10월 열리는 제98회 전국체전에 공정성을 위해 심판 및 이사진들의 구성원이 개인들 욕심이 아닌 진정한 협회를 위해 대한체육회의 공정하고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고 밝혔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실제 지난 8월 경북 문경에서 열린 제29회 전국종별선수권대회에서도 진정서에 언급된 심판진 가운데 3명이 참여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3명의 심판 자녀들 역시 모두 이 대회에 출전했다. 이 같은 사실은 협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제29회 전국종별선수권대회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대한체육회 심판규정에 따르면 선수 및 지도자의 친인척, 같은 대학 출신의 관계자는 심판으로 임명될 수 없다. 한 수중 스포츠계 관계자는 “대회 전 심판진 구성이 확정되면 종목과 상관없이 교체 없이 대회 내내 그 심판들이 경기에 나선다”고 말했다. 협회는 심판진 구성과 관련해서도 관련 민원을 접수한 뒤 이해관계에 있는 이들을 심판에 배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협회 관계자는 “비인기 종목이다보니 심판을 볼 수 있는 인원이 많지 않다”며 “선수 출신도 있고 일반 대회같이 주말에 하는 경우는 학부모들도 관련 자격 요건이 되면 심판 보시는 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부분과 관련해선 지금까지 민원이 한 번도 없었는데 심판진 구성과 관련해 불만사항이 들린 뒤로는 협회 차원에서 많이 배제시키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의신청제도, 영상판독시스템 등 체육회 지원을 받아 구비해놓은 제도가 있는 만큼 심판 자체 입지가 작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래도 그런 민원이 접수된 만큼 최대한 선수 및 지도자와 관련된 인물을 심판구성에서 배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