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부대’ 의혹 속 60~70대 어르신들 우르르
구국포럼의 폰의병대 양성 홍보 포스터. 사진=구국포럼 제공
첨부된 사진에 따르면 구국포럼은 현재 ‘폰 의병대’ 교관 1기생을 모집하고 9월 21일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5주 동안 강연에 나선다. 이번 강좌는 초급반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수강생들은 스마트폰의 환경, 카카오톡·페이스북 등의 소셜 미디어,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 등의 이용법을 배울 예정이다. 회비는 무료며 수료 시 특전으로 고급반 신청 자격과 구국포럼 교관 활동 자격이 부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강연자로 나서는 신백훈 하모니십연구소장이 발간한 <신법명심보감>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고 홍보했다.
강사를 맡은 신백훈 하모니십연구소장은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장을 역임하고 지난 2010년 농협중앙회 중앙본부 신용보증기획부장으로 명예 퇴임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보수집회에 참여한 인물로 지난 2월 제주항일기념관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시국 강연을 주도했다. 이어 4월에는 자유한국당에 입당 지난 5월 ‘박정희 탄생 100돌 기념 제주학술대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현재 이 포스터의 내용대로 ‘좌파 대응 SNS 전사 양성’ 프로그램은 실제 진행 중이다. 구국포럼에 따르면 9월 21일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구국포럼 사무실에서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첫 강의가 열렸다. 참석자는 대부분 60~70대 노인들로 이 가운데 일부는 다른 우파 성향 시민단체 소속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국포럼 관계자는 “실제 어르신들을 모아 보니 대부분 동사무소 같은 곳에서 기본적으로 스마트폰 지식을 배워온 분들이 많아 의견을 취합한 뒤 강의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급반은 직접 포스터를 만든다든지 기능적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좌파 대응 SNS 전사 양성’ 소식이 전해지자 일각에선 국정원 댓글부대로 여론이 시끄러운 상황에 대놓고 여론조작 부대를 만들자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한 청년단체 관계자는 “최근에도 청와대 게시판에 몰려가 남녀성대결 관련 청원글에 여론전을 펼친 게 박사모 아닌가”라며 “(폰 의병대가) 현 정부를 비방하기 위한 악플군대가 되지 말라는 법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정원 댓글부대 수사로) 과거 정부의 과오가 드러나고 있는 이 상황에서 무슨 의도를 갖고 ‘SNS 전사’를 양성한다는 건지 의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구국포럼 관계자의 소셜 미디어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댓글부대를 잘 만들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있어 이 같은 의혹을 뒷받침했다. 이 글에선 국정원 댓글부대를 대북 투쟁요원이라 설명하고 있다. 글쓴이는 “북한이 한국 교민이나 거주인으로 위장해 벌이는 대남 심리전처럼 국정원도 그들을 상대로 대북 심리전을 하듯 한 것을 정치적 공격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국포럼 측은 이에 ‘폰 의병대 양성’은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김병관 구국포럼 공동대표는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우리는 대부분 산업화 세대로 60~70대 노인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겪고 느낀 것은 젊은 세대와 소통의 부재였다”라며 “젊은 세대의 진취적인 방향과 좀 지난 세대의 경험이 하모니를 이뤄야 하는데 현 시대에 소통공간으로서 스마트폰이 적절하기 때문에 세대간, 계층간 갈등을 풀고자 기획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 불거진 ‘국정원 댓글부대 수사’를 희석하기 위한 의도라는 점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김 대표는 “정치적 의도와는 전혀 무관하다. 그동안 좌파나 우파에서 벌여온 시민운동은 정부나 정당에 하수인격으로 흘러온 경우가 많았다”며 “정당이나 정부와 상고나없이 조직을 강화해 자생력을 키우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
구국포럼 어떤 곳? “예비역 사관들이 애국 운동 주도” 구국포럼은 지난 7월 10일 창단한 우파 성향의 시민단체로 전군 구국동지연합회가 우파 세력의 사상무장과 활동방향 제시를 위해 만들었다. 전군 구국동지연합회는 예비역 사관이 주를 이루고 있는 단체다. 현재 구국포럼 상임대표는 김세환 전군 구국동지연합회장 겸 육사 총구국동지회장이 맡고 있고 김병관 서울시재향군인회 회장이 구국포럼 공동대표를 맡았다. 당시 창립식에는 류여해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을 비롯해 이건개 전 대전고검장, 장경순 전 국회부의장 등 각계 연사가 참여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총 30개의 지회를 두고 있는 구국포럼은 스마트폰 의병대 양성을 비롯해 5·18 바로 세우기 등의 프로젝트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관 구국포럼 공동대표는 “그동안 좌파 세력은 대학 때부터 의식화 교육을 받고 체계있는 활동을 한 고급 인력이 많이 있었다”면서 “반면 우리는 사회 일각에서 별 볼일 없는 친구들이 나서서 운동을 주도하다 보니 질적인 면에서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부분을 보완하고자 육사 예비역들과 힘을 합친 것”이라며 “그분들이 그동안 애국 시민운동엔 관심 없었지만 탄핵을 겪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해 앞으로 보수 운동의 큰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훈] |
‘디지털정당위’ 박사모 인사들 속속…자유한국당도 118명 SNS 전사 모집 최근 자유한국당도 온라인 전쟁을 선포하며 ‘SNS 전사 양성’을 외치고 나섰다. 지난 9월 25일 자유한국당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디지털정당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이석우 위원장 등 118명의 ‘SNS 전사’를 임명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정당위원회 출범식에서 디지털정당위원회의 여론조사 결과에 관해 토론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디지털정당위는 더불어민주당 등 다른 정당들에 비해 한국당이 온라인상 이슈 선점과 대응에 취약하다는 당내 지적에 따라 기획된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정당위는 앞으로 유튜브 등 1인 미디어를 통해 이미지·동영상·텍스트 등 형식을 가리지 않고 한국당의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게 목표다. 앞서 홍준표 대표는 지난 6월 당시 화제가 된 자유한국당 5행시 국민공모 이벤트에 대해 “‘당에서 누가 자유한국당으로 5행시를 지어달라’는 식으로 이벤트를 했나본데 그걸 찾아보면 90%가 조롱하는 것”이라며 “SNS 상의 활동은 우리가 저들의 10분의 1도 안 된다. 그 사이 전사를 못 키웠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디지털정당위 부위원장 인선에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핵심 인사들이 일부 포함돼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 시절 관제데모 논란에 휩싸인 바 있는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는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이밖에도 백경숙 전 박사모 서울북부본부장, 이상범 전 박사모 충남본부장 등도 주 씨와 함께 부위원장에 이름을 올렸다. [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