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팔리는데 입금은 감감…“따질 길 막막”
중국의 온라인 다단계 쇼핑몰 tps138 홈페이지. 국내 접속은 차단된 상태다.
tps138은 중국 심천에 본사를 둔 글로벌 쇼핑몰 플랫폼 기업 TPS의 자회사격으로 지난 2015년 8월 문을 연 온라인 다단계 쇼핑몰이다. TPS 국내 홍보용 자료 등에 따르면 TPS는 공장에서 소비자에게 유통마진 없이 직접 전달되는 F2C(Factory To Customers)를 지향하는 국가간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외에도 중국, 미국 등지에서 올라온 제품을 직거래할 수 있다.
tps138은 회원제로 운영되며 회원들은 쇼핑몰에 올라온 물품들을 구매하고 등급에 따라 일정부분 배당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구조다. 제품군은 치약, 칫솔, 샴푸 등 생필품부터 식품, 의류, 잡화까지 다양하다. 이는 과거 공유마케팅 방식과 흡사한데 회원이 최대 100만 원을 투자하면 100만 원어치의 제품을 제공받으며 추가로 ‘배당’이라는 명목으로 가입자에게 일정부분 포인트를 지급한다. 이 포인트는 현금으로 환급이 가능하다.
하지만 정작 tps138에 물건을 납품하는 공급 업체들은 수개월째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TPS에 물건을 납품했지만 TPS가 대금을 치르지 않아 원부자재, 물류 등에 드는 비용 결제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수금 규모만 해도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파산 위기에 몰리고 있다.
이에 미수금이 발생한 공급업체들 중 40여 개 업체가 tps138과 거래중단을 선언하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연락망을 구축하며 비상대책위원회 격의 ‘피해자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어 대응책을 고심 중이다. 특히 모임이 만들어지자 커뮤니티에는 tps138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했다는 공급업체들의 피해사례 제보가 빗발치고 있다. 이 커뮤니티 관계자는 “현재 등록된 500여 개 업체 중 100여 개 업체가 대금을 못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한 공급업체 관계자는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지난 7월부터 납품 대금이 입금되지 않아 피해가 크다”며 “8월에는 9월에 입금해준다고 하더니 9월 되니 추석 이후에 보내준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돈이 들어와야 밀린 결제도 해주는데 계속 미수금이 늘어나니 원부자재 납품업체와 택배 회사들에게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tps138의 운영 방식이 변경된 것도 피해업체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커뮤니티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오픈 당시 tps138은 공급업체들에 선결제 방식으로 1년 넘게 대금을 지급해 오다 지난 4월 지급 방식을 후결제 방식으로 변경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공급계약서를 다 작성하고 납품을 했는데, 갑자기 결제조건을 선불제에서 후불제로 바꾸겠다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통보를 받고도 대금을 받지 못하다가 70일 후에야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TPS에 따르면 대금 지급이 늦어지는 이유는 해외송금 한도 제한 때문이다. 후불결제로 전환하고 나서 월말 또는 결제일에 송금해야 할 금액이 커져 이체한도 초과가 걸려 자금 이체가 늦어졌다는 게 TPS의 설명이다. 답답한 나머지 직접 이메일로 대금 결제 지연 이유를 물은 한 업체 관계자는 TPS에 “1년 사이 엄청난 발전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시스템의 문제일 뿐 자금 부족은 아니다”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7월 납품 분에 대한 결제를 받은 곳도 있고 아직 못 받은 업체도 있는 등 대금결제가 원칙 없이 들쑥날쑥한다”며 “지급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자 자금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한 사례도 있다. 커뮤니티 관계자에 따르면 식품 게장으로 tps138과 공급계약을 맺은 한 업체는 1억여 원의 미수금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폐업했다. 주문 받은 게장을 납품했으나 대금을 받지 못해 자금 압박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특히 식품의 경우 일반 제품과 달리 스티로폼 포장 등 물류에 추가로 드는 비용이 많다”며 “쇼핑몰에서 자주 찾는 게 식품이라 바로바로 팔리는데 납품대금을 받지 못하면 회사 운영에 타격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요거트를 납품하던 한 업체는 물건이 잘 팔리자 수억 원을 들여 생산설비를 늘렸지만 정작 납품 대금 지급이 3억 원까지 쌓여 지난 7월 폐업한 사례도 있었다.
tps138의 국내 홍보자료 중 일부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새로운 신규 계약을 맺는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앞으로의 피해가 점진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커뮤니티 대표 심 아무개 씨는 “지금 대금 미지급이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은 모르고 팔리긴 잘 팔리니 사업이 된다는 얘기만 듣고 새롭게 들어오는 공급 업체들이 많다”며 “피해금액을 정확히 추정할 수 없지만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초 공급계약을 맺었다는 한 업체 관계자는 “아직 결제일이 되지 않았지만 지급받지 못한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 줄 몰랐다”며 “지난달 납품대금만 받으면 거래를 그만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2015년부터 미등록 다단계 영업을 이어온 tps138에 대해 지난해 11월 경찰 수사를 의뢰하고 방송통심위원회에 tps138 인터넷 사이트 차단 조치를 요청했다. 현재 국내 IP 주소로는 이 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다. 하지만 TPS 일부 회원들은 각종 커뮤니티나 오프라인 강의를 통해 프로토콜 변경이나 프락시서버, VPN 등을 통한 우회 접속방법으로 홍보를 이어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국내에서 활동하려면 지사라든가 사업장 등록이 돼 있어야 하는데 TPS는 그게 아니라 국내 등록을 안하고 다단계영업을 하고 있다고 판단돼 수사의뢰를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이들을 구제할 마땅한 법의 테두리는 없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행법상 TPS는 직접거래공제조합이나 특수판매공제조합 등 국내에 정식 등록된 업체가 아니고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다 보니 문제가 되더라도 보상할 방법이 없다. 더군다나 납품업체가 대금을 못받고 있는 상황은 현행 방문판매거래법에도 저촉되지 않는다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TPS의 국적이 중국인 관계로 처벌주체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수사가 쉽지 않으리라는 예단도 나온다.
이 때문에 위험성이 높은 미등록 다단계 쇼핑몰보다는 국내 공제회 등에 정식 등록된 업체를 이용해야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유사수신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수당 보너스가 하나 더 생겨 좋아보이겠지만 그럴 바에는 차라리 한국의 정식등록된 쇼핑몰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게 안전하고 좋다”고 권고했다. 피해자구제모임 대표 심 씨도 “커뮤니티를 만든 진짜 목적은 우리처럼 했다가 피해를 본 경험을 잠재적 신규 가입자가 겪지 않도록 위험성을 알리는 데도 목적이 있다”며 “달콤함만 생각해 무작정 들어왔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
“썬라이즈 사태 2탄 우려” tps 어떤 곳? tps138에 물건을 납품하는 공급업체들의 피해 사례가 빗발치는 가운데 TPS가 과거 국내에서도 불법 다단계로 기승을 부린 바 있는 미국 다단계 업체 ‘썬라이즈’의 2탄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015년 8월 설립된 TPS는, 과거 미국에 본사를 두고 피라미드 영업을 해오다 사법처리된 썬라이즈의 후속 업체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 따르면 TPS 설립자인 중국계 미국인 제프 판(Jeff Pan)은 지난 2014년 썬라이즈 온라인 다단계 쇼핑몰 분양사업을 해오다 피라미드 사기 혐의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소된 바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썬라이즈에 피라미드 사기 혐의로 영업중지와 함께 자산동결조치를 내렸고, 연방법원은 같은해 12월 썬라이즈를 폐쇄조치했다. 이들의 사기행각으로 인해 한국에서도 수백만 원에서 수억 원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무더기로 발생한 바 있다. 그리고 8개월 뒤 제프 판은 중국으로 넘어와 TPS를 설립한다. 방식도 비슷하다. 썬라이즈와 마찬가지로 tps138 역시 별도의 한국 지사를 두고 있지 않고 일부 판매원들에 의해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방통위로부터 홈페이지 차단 조치를 당한 뒤부터는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으며 회원 단속을 이어가고 있다. 다단계 피해 구제를 위해 활동하는 한 전문가도 “조희팔 사건 역시 피해 규모가 커지기 전에 수차례 언론에 보도되면서 주의경보를 울렸지만 사법기관이 수수방관한 결과 무려 4조 원이 넘는 피해금액이 발생했다”며 “TPS가 불법, 범죄집단이라 예단할 수는 없지만 주의를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