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그램
[포항=일요신문] 김재원 임병섭 기자 = 신용카드 뒷면에 붙은 무지개빛의 스티커나, 5만원권 지폐에 길게 붙은 은선은 모두 홀로그램을 이용한 위조방지 장치다. 이러한 홀로그램 기술은 공연이나 영상에도 활용되지만, 무엇보다 광원이 없이 외부의 빛을 그대로 반사해 영상을 띄우는 차세대 ‘반사형 디스플레이’ 기술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반사형 디스플레이는 화면에 영상을 내보내는 전력이 필요 없어 전기 소모가 적은 ‘에코 디스플레이’로도 알려져 있다. 실제로 아마존의 전자책인 ‘킨들’이 바로 이 디스플레이를 사용해 주목을 받은 바 있기도 하다.
포항공과대학교(총장 김도연)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 노준석 교수팀이 실리콘의 이중 자기공명 현상을 이용하여 휴대폰 플래시 같은 간단한 조명으로도 홀로그램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메타 홀로그램을 구현하는 데 성공, 학계는 물론 산업계로부터도 크게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히, 이미 다양한 전자소자로 활용되고 있는 실리콘을 이용했기 때문에 기존의 공정을 이용해 빠르게 상용화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
메타물질로 만들어진 홀로그램, ‘메타 홀로그램’은 이론적으로 광학적 특성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홀로그램과 달리 가시광선 모든 영역에서 작동할 수 있는 홀로그램이지만, 금속을 이용할 경우에는 일부 손실이 일어나는 단점이 있었다.
연구팀은 가시광선 파장의 1/4 두께의 실리콘 나노구조를 이용, 이중자기공명 현상을 일으키는 플랫폼을 구현했다. 그 결과 높은 효율을 가지는 반사형 홀로그램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자연광과 같은 특정 조명은 물론, 휴대폰 플래시 같은 간편한 조명에도 홀로그램이 선명하게 나타나는 결과를 얻었다.
이 연구결과는 광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 반사형 디스플레이 개발에도 접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이 연구성과가 매력적인 이유는 어떤 조명환경에서도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주 적은 빛에서도 홀로그램이 나타나기 때문에 전쟁터와 같은 극한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군사용 디스플레이는 물론, 특정 조명에서만 홀로그램이 나타나도록 하게 되면 위조 방지나 정보 보안 기술에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세계적 나노분야 학술지 ACS Nano 지에 게재된 이번 연구는 싱가포르국립대(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와 중국 우한대(Wuhan University)와의 공동 연구로서, 포스코의 그린 사이언스 프로그램, LG디스플레이 인큐베이션 프로그램,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또 이 연구는 포항공대 산학일체교수 1호로 부임한 김욱성 교수가 과거 LG디스플레이에서 인큐베이션 프로그램 리더를 맡아 반사형 디스플레이 연구로서 방향을 이끌었던 인연이 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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