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먹고 안 입고 안 쓰는 게 상책?
▲ 중국 슈퍼마켓에서 치약을 고르고 있는 한 시민. 가격을 낮추기 위해 글리세린 대신 자동차 부동액으로 쓰이는 디에틸렌 글리콜을 사용한 ‘독성 치약’ 때문에 미국 호주 도미니카 공화국 등지에서 큰 파문이 일었다. | ||
전세계 사람들이 ‘중국발 공포’에 떨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는 물론, 미주 유럽 남미 할 것 없이 중국산 제품의 그림자가 드리우지 않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중국산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하면 무엇보다도 저렴한 가격이었다. 하지만 값싼 만큼 그 대가는 혹독했다. 최근 터진 ‘멜라민 파동’은 지금까지 벌어졌던 크고 작은 ‘중국산 파동’의 연장선에 놓여 있는 것일 뿐 사실 이미 예견된 바나 다름없었다. 이에 이미 수년 전부터 세계 곳곳에서는 중국산 제품 없이 살아보자는 ‘차이나 프리’ 등 경각심을 일깨우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었으며, 지난해에는 <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 살아보기>라는 책이 출간되어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중국산 파동 사례들을 살펴 보았다.
# 발암 물고기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먹거리’다. 특히 가공식품의 경우에는 첨가된 재료들의 원산지가 불명확하거나 설령 기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원산지 자체가 수십 개국에 달할 경우에는 일일이 나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령 20가지 원료를 사용해서 만든 가공식품의 경우, 20가지 원료를 모두 수입해서 제조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식탁 위에 불량 중국식품을 올리지 않으려면 가능한 가공식품보다는 과일과 야채 등 비교적 원산지가 확실한 식품을 많이 먹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꼭 가공식품만이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미 정부는 다섯 가지 종류의 중국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한 바 있다. 메기, 새우, 황어, 뱀장어, 팡가시우(메기의 일종) 등 모두 양식어들이었다.
문제는 이 수산물에 암을 유발하는 방부제와 항생제 등 화학약품이 다량 검출됐다는 것이었다. 인체에 쌓이면 암이나 돌연변이를 유발하는 항생제인 니트로푸란과 발암물질인 말라카트 그린, 살균제인 젠티안 바이올렛, 장기간 섭취할 경우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생길 수 있는 플루르퀴놀린 등이 그것이었다. 이에 미국에서는 ‘월마트’ 등의 대형 매장과 ‘레드 랍스터’ 등 해산물 레스토랑에 수입된 해당 수산물들이 전량 회수되는 등 한바탕 난리를 겪었다.
얼마 전 멜라민이 검출되었다고 알려진 애완동물 사료도 이미 한 차례 문제가 제기된 바 있었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일부 애완동물 사료에서 독성물질이 검출되었으며, 이 사료에 쓰인 원료가 중국산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던져준 바 있다. 사료의 원료 가운데 하나인 밀단백질에 유해 화학물질인 멜라민이 다량 함유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에 중국산 밀단백질을 수입해서 제조한 ‘내추럴 밸런스’사의 사료는 600만 개가 리콜되었으며, ‘메뉴 푸드’사의 제품 800t도 즉각 회수되었다.
생각보다 문제는 심각했다. 지난해 이 사료를 먹고 신장 질환으로 죽거나 병든 개와 고양이들이 미 전역에 걸쳐 수천 마리에 달했던 것이다. 당시 분노와 공포에 떨었던 애완동물 주인들은 사료업자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한 당시 중국 산둥성 장추 인근의 해당 사료 제조업자들 역시 적발되어 처벌을 받기도 했다. 이들의 말에 따르면 사슴고기나 콩 또는 옥수수로 만든 진짜 단백질을 사용할 경우에는 사료 1t당 6달러(약 7000원)가 들지만 멜라민을 사용할 경우에는 1달러 20센트(약 1400원)면 충분했다.
이밖에도 크고 작은 ‘먹거리 파동’ 사례는 많았다. 암을 유발하는 화학물질을 함유한 말린 사과, 말린 자두, 살충제를 뿌린 버섯 등 그 종류도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가장 최근에는 중국산 막대 사탕에서 금속 성분이 검출되기도 했다. 미 메릴랜드의 ‘셰어우드’ 수입업체가 중국에서 수입한 ‘포크맨’사의 사탕이 바로 그것이었다. 올해 초 플로리다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밸런타인데이 파티용으로 대량 구입한 이 사탕에서 못 조각이 발견된 것이었다. 또한 며칠 후에는 같은 제품에서 면도날 조각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에 미 전역 소매점에 배포되어 있던 40만 개의 사탕이 전부 회수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비록 해외로 수출되진 않았지만 중국 내에서는 지난 2006년 ‘독성 오리알’ 파동이 벌어졌다. 중국 허베이성의 몇몇 농가에서 발암물질인 ‘수단 IV’ 염료를 먹여서 키운 오리들이 적발된 것이다. 이 공업용 염료는 바닥재나 구두의 광을 낼 때 사용되는 것으로 인체에 치명적이다.
이 염료가 사용된 것은 알의 노른자가 선명한 붉은 빛을 띠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중국에서는 노른자가 붉을수록 신선하고 영양이 높아 인기가 있으며, 따라서 가격도 일반 노른자의 알보다 더 비싸다.
당시 염료를 먹은 오리 5000마리가 폐사되었으며, 300㎏의 오리알이 폐기되었다.
# 방부제 소파
최근 유럽에서는 중국산 소파에 대한 공포가 엄습했다. 광둥성 둥완에 위치한 ‘링크와이즈’사가 제조한 소파에서 곰팡이균 발생을 억제하는 다량의 독성 방부제가 사용됐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방부제는 신장 및 심장 등에 영향을 미치고 중추신경계 장애를 일으키는 물질인 DMF였다.
해당 소파에는 허용치의 무려 10배가 넘는 방부제가 들어 있었으며, 봉지에 넣은 채 소파 안에 들어 있어서 피해가 더욱 심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파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피부 발진과 습진 등을 호소했으며, 심한 경우에는 마치 화상을 입은 것처럼 온 몸이 붓고 피부가 벗겨지기도 했다. 어떤 사람들은 뜨거운 물에 데거나 장시간 뙤약볕 아래에 있었던 양 피부가 벌겋게 변했고, 또 어떤 사람들은 이로 인해 흉터가 남기도 했으며, 심지어 피부질환을 앓다가 우울증까지 생긴 사람들도 있었다. 애완견의 경우에는 이유 없이 털이 빠지기도 했다.
▲ 중국산 장난감에서는 허용치의 180배를 넘는 납성분이 검출되었으며(왼쪽), 영국에서는 방부제가 들어있던 소파 때문에 1000여 명이 피부질환에 걸렸다(오른쪽). | ||
피부가 연약한 갓난아기들의 경우에는 문제가 더욱 심각했다. 버밍햄에서 중국산 소파를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던 레베카 로이드 베넷은 9개월 된 아들을 기저귀만 채운 채 소파에 눕혀 재우다가 봉변을 당했다. 아기의 온몸에 물집이 생겼으며, 간지러움을 호소하는 아기가 긁어대는 통에 피부가 벗겨져 할 수 없이 장갑을 끼워줘야 했다.
프랑스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수입업체인 ‘콩포라마’사는 매장에서 해당 제품을 전부 철수시켰으며, 800여 개의 제품이 반품되었다. 한동안 소파를 사용했던 캐롤린 모린은 수개월 동안 피부병을 앓아 왔지만 정작 소파 때문이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결국은 의자가 아니라 폭탄을 깔고 앉았던 셈”이라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또한 돌로레스 엔리치는 “몸이 안 좋았던 날 오랜 시간에 걸쳐 소파에 앉아 있었는데 결국 왼쪽 허벅지와 등, 왼쪽 팔에 습진이 나서 1년 동안 고생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 납 장난감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에서 납 성분이 검출된 사례도 있었다. 중국에서 제조된 ‘토마스와 친구들’의 목재 장난감 기차와 유명 완구업체인 ‘마텔’사의 장난감 등이 대표적인 예다.
미국의 RC2사가 자발적으로 리콜 조치한 ‘토마스와 친구들’의 장난감 기차의 경우, 페인트에 납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아이들이 입에 물 경우 위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납 성분은 인체에 쌓일 경우 두뇌 및 혈액 장애를 유발할 수 있으며, 이에 당시 20만 개가 리콜되었다.
또한 ‘마텔’사의 경우에는 미국에서만 100만 개 가까운 제품이 리콜되었으며, 허용치보다 무려 180배가 넘는 납 성분이 검출되어 사람들을 분노에 떨게 했다.
비단 납 성분만이 아니었다. ‘하스브로’사가 중국에서 제조해서 판매한 ‘이지 베이크 오븐’이라는 장난감은 손가락이 절단되거나 화상을 입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해 100만 개의 제품이 회수 조치되었다. 당시 오븐의 문에 손가락이 낀 사건만 249건이 발생했으며, 77명의 아이들이 화상을 입었는가 하면, 이 중 다섯 살 난 여자 어린이는 결국 손가락을 절단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안구 모양의 인형에서는 등유 성분이 검출되었는가 하면, 갓난아기용 딸랑이는 질식 위험으로 리콜되는 등 중국산 완구에 대한 불신은 끊이지 않고 있다.
# 부동액 치약
미국, 호주, 도미니카 공화국, 파나마 등을 공포에 떨게 했던 ‘독성 치약’의 경우 유독 화학물질인 디에틸렌 글리콜(DEG)이 문제였다. 이 화학물질은 자동차 부동액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값이 싸다는 이유로 보통 치약의 쓴맛을 없애기 위해서 첨가하는 글리세린 대신 사용되었다. 치약 한 개당 최대 3~4%가 함유되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치약을 그대로 삼키거나 충분히 헹구지 않을 경우 신장이나 간이 약한 환자, 혹은 어린이에게 매우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렴한 가격 때문에 주로 할인매장이나 교도소, 병원 등에 공급되고 있었다.
파나마에서는 지난해 가짜 글리세린으로 100여 명이 사망한 끔찍한 경우도 있었다. DEG가 함유된 감기약 시럽을 먹은 사람들이 일부 신체의 기능이 멈추거나 마비 증세를 일으키면서 사망했던 것이다.
# 불량 타이어
불량 타이어로 목숨을 잃은 사례도 있었다. 중국 2위의 타이어 제조업체인 ‘항저우중처 러버’사 제품이 말썽이었다. 미국의 수입업체 ‘포린 타이어 세일즈’가 수입해서 판매했던 이 타이어는 주로 픽업트럭과 SUV 차량에 사용됐다.
문제는 타이어 파열을 방지하는 ‘검 스트립’이 아예 없거나 기준치의 절반에도 못 미칠 정도로 불량 제품이 많았다는 데 있었다. ‘검 스트립’이 없을 경우 타이어 사이가 벌어지면서 주행 중에 균형을 잃어 전복될 위험이 매우 높다.
2006년 미국에서는 이 불량 타이어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해당 타이어가 장착된 밴을 타고 가던 남성들이 운전 도중 타이어가 파열되면서 자동차가 전복되는 사고를 당했으며, 탑승하고 있던 두 명의 남성은 숨졌고 한 명은 뇌손상을 입었다.
결국 당시 사건으로 미국에서는 25만 5000개의 해당 타이어가 리콜되었다.
# 6가 크롬 구두
가장 최근 이탈리아에서는 유독성 물질을 함유한 구두가 당국에 적발되었다. 중국에서 수입한 가죽 구두에서 가죽 가공시 사용됐던 유독성 물질 ‘6가 크롬’이 다량 검출된 것이다. ‘6가 크롬’은 피부암과 폐암을 유발하는 화학물질로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인체에 치명적이다. 이탈리아에서만 약 170만 켤레가 수입되었으며, 현재 전량 회수되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