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삼성특검 당시 확인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불법 차명계좌 1021개가 삼성계열사인 삼성증권과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에 집중적으로 개설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일요신문DB
30일 금융감독원은 지난 2008년 ‘삼성 특검’에서 밝혀낸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 자료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했다.
당시 드러난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는 총 1199개이며, 이 중 1021개 계좌가 금감원 조사를 받았다. 이들 차명계좌 가운데 20개는 지난 1993년 금융실명제 실시 전에, 나머지 1001개는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만들어졌다.
1021개 계좌 중 은행 계좌가 64개, 증권 계좌가 957개였다. 은행 계좌는 우리은행이 53개(83%)로 압도적이다. 이어 하나은행이 10개, 신한은행 1개였다.
이어 증권 계좌는 삼성증권에서 756개(79%)가 개설됐다. 그 뒤로 신한증권이 76개, 한국투자 65개, 대우증권 19개, 한양증권 19개, 한화증권 16개, 하이증권 6개 순이다.
특히 여러 증권사와 은행에서 돌아가며 만들어지던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는 지난 2003년을 기점으로 삼성증권과 우리은행에 집중적됐다. 2004년의 경우 153개 차명계좌 가운데 141개가 삼성증권, 9개가 우리은행에 만들어졌다.
이에 박찬대 의원은 “이건희 회장 차명재산 중 삼성생명·삼성전자 차명주식은 삼성증권 내 차명계좌에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
이들 계좌는 계좌 개설·거래 때 본인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비실명계좌일 뿐 아니라, 서류상 명의인과 실제 소유주가 다른 차명계좌였다.
금융실명제법에 따르면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비실명자산은 이자·배당소득에 90%의 세율로 소득세를 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금융실명제 실시 전 비실명자산의 경우 이자·배당소득에 90% 소득세 차등과세뿐 아니라, 금융실명제 실시일 당시 가액의 50%를 과징금으로 매기도록 했다.
박찬대 의원은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 경우 소득세 차등과세나 과징금 징수 등이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도 여권의 이 같은 지적을 반영해,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에 대해 90%의 세율로 소득세 과세를 검토하기로 했다.
박찬대 의원은 차명주식은 상속·증세법상 명의신탁 재산이며, 차명주식 실소유주가 명의인에게 이 주식을 증여한 것으로 의제해 증여세를 매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증여세 부과 제척 기간은 ‘부과 가능일’로부터 10년이고, ‘사기나 기타 부정한 행위’가 있는 경우 15년이라는 점을 덧붙였다.
박찬대 의원은 “2001년 명의 개서는 이듬해 말일의 이튿날인 2003년 1월 1일 증여 의제되고, 이때부터 15년인 올해 말까지의 차명주식에 증여세를 매길 수 있다”고 밝혔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