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발전기금 1,500만원 내라”… 이장의 황당 갑질 /법대로 준공 받은 애견훈련소 ‘떼법’에 막혀 망할 판
경기 양평군 지평면 수곡리에 현대식 시설로 지어진 애견훈련장(사진 위)과 마을주민들이 100여장의 반대 현수막을 부착한 애견훈련장 주변도로
[양평=일요신문] 김현술 기자 = ‘떼법’은 떼로 몰려다니며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해 법치를 무시하고 생떼를 쓰며 억지 주장을 하거나 시위 등의 단체 행동을 벌이는 행위를 이르는 말이다.
애견훈련소를 놓고 주민들이 발전기금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A씨는 지평면 수곡리에 인명구조견 등을 훈련시키는 애견훈련소를 짓기 위해 5월 건축면적 342㎡, 2층 규모의 견사(최대 30마리)와 운동장, 놀이터, 수영장 등을 조성하는 건축허가를 신청하고 건축을 시작했다. 9월에는 사업자등록을 마치고 영업 중이다. 현재 인명구조견과 에스키모인 말레뮤트족이 개량한 썰매개인 ‘말라뮤트’를 훈련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 곳 주변에 육견사육장이 있어 애견훈련장은 문제가 없으리라고 생각한 A씨는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곧바로 알 수 있었다. 건축을 시작하자 마을 주민들이 군청 앞과 애견훈련장 입구에서 반대 집회를 열고 영업을 방해하고 있는 것. 지난 3월 이웃한 옥현리의 애견훈련장 분쟁에 이어 ‘떼법’ 분쟁이 또 다시 터져 나온 것이다.
현재 마을 주민들은 애견훈련장 주변 도로에 100여장 가까운 반대 현수막을 내걸었고, 지난 1일에는 애견훈련장 입구에 장기집회를 위한 비닐하우스를 설치했다.
A씨는 “지난 3월 공사 시작 전 마을 이장에게 주민들에게 설명회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마을기금을 달라는 요구만 했었다”며 “공사를 시작하니 마을 주민들을 동원해 반대집회를 여는 등 거세게 반대했고 현재까지 영업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며칠 전 새로 이장으로 선출된 B씨는 “견사가 들어선 땅이 최씨 종중의 제사를 모시는 제실 바로 건너편이고, 소음과 각종 오염이 우려된다며 반대하고 있는 것”이라며 “다른 토지에 이전할 것을 제안했지만 사업주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마을발전기금 역시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사업주 A씨는 “교환하자는 토지가 임야로 현 사업지보다 훨씬 싼 토지인데 가능한 얘기냐”면서, “자신들은 이제껏 제실 앞에 육견사육장을 설치하고, 또 뒤편에는 오리농장도 있었다. 마을기금을 많이 받기 위해 억지를 부리는 것”이라고 억울해 했다.
A씨는 “처음에는 마을기금으로 수백만원을 요구하더니 최근에는 1,500만원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땅을 담보로 은행대출을 받아 건축을 했는데 주민들의 영업방해로 은행 이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애견훈련을 위해 찾은 견주들이 도로에 붙은 현수막을 보고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허다해 망할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A씨는 이어 “법에 규정된 가축사육제한거리와 생활환경보전과 상수원의 수질보전을 위한 각종 시설을 완벽하게 갖춘 애견훈련소를 ‘육견사육장’으로 치부해 반대하는 건 ‘떼법’ 논리”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각종 개발사업을 하는 사업주체들은 ‘떼법’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으며, 이런 사례는 지역에서 부지기수로 알려졌다.
행정은 법 조항에 따라 일관성 있게 인허가를 내줘야 하고, 위법사항이 없을 경우 ‘떼법’이 통해서는 안 되어야 ‘법과 원칙이 바로선 사회’가 될 것이다.
마을발전기금을 늘리는 가장 쉬운 방법이 마을에 들어서는 사업주들에게 ‘떼법’을 쓰는 게 최고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최근 다른 지자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해 논란이 되자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이장 등 주민들이 화물차로 장의차를 가로막고 500만원을 요구했고, 유족들은 요구가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어쩔 수 없이 돈을 건넸고, 이후 유족들이 청와대에 진정서를 넣어 결국 경찰수사가 진행됐다.
주민들은 경찰 조사에서 “유족에게서 받은 돈은 마을발전기금 명목”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마을 주민들이 장의차를 가로막고 돈을 받은 행동이 형법상 장례식 등의 방해, 공갈 혐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이장 등을 입건했다.
마을발전기금을 개인용도로 유용해 업무상 횡령 혐의로 적발된 사례도 부지기수다, 경찰은 돈의 출원이 기부형식이다 보니 철저한 감사나 회계 관리 없이 사용되고 마을 주민들도 사용내역을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선출직들이 표를 의식해 ‘떼법’에 동조하면서 불법 마을발전기금 조성을 위한 주민들의 주장을 용인하는 폐단이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법과 원칙이 바로서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집단 이기주의와 법질서 무시의 이런 ‘떼법’이 통용될 수 없도록 선출직들의 올바른 자세가 필요하다는 게 지역사회의 공통된 의견이다.
ilyo0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