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다가 눈물 나는 ‘’생존 몸부림‘’
영국의 쇠락한 탄광촌을 배경으로 한 영화 <풀몬티>에서는 갑자기 일터를 잃고 스트립 댄서가 된 광산노동자들의 모습이 관객들의 눈물과 웃음을 자아낸다.
그런데 최근 이 영화 속 상황이 현실에 그대로 재현되고 있어 화제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오락 방송채널인 SKY1은 최근 <신용불량 몬티(Credit Crunch Monty)>라는 90분짜리 새 프로그램에 신인 스트립 댄서들을 출연시키기로 했다. 이들은 다름 아닌 전직 시청공무원, 건설노동자 등이 포함된 실직남성들이다. 오는 여름 방송을 앞두고 한창 제작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이들 남성들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완전한 누드 상태로 ‘화끈한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이 쇼에는 실직 남성들의 적나라한 몸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직장을 잃은 후 겪은 그간의 고통과 살아온 이야기, 그리고 자신감을 회복하고 당당히 카메라 앞에 서게 된 과정도 함께 그려질 예정이다.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에 대해 해당방송사 관계자들은 ‘경제 침체조차 웃음거리로 만들 수 있는 영국인의 불도그 근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며 이 다소 짓궂은 쇼가 ‘경제위기의 해독제’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경제 위기의 진앙지인 뉴욕의 월가는 사정이 더 심각하다. 전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던 금융사들이 줄줄이 도산하면서 화이트칼라의 대명사인 ‘월가맨’들도 실업자 신세가 되고 말았다. 요즘 월가에는 아예 월가를 떠나 다른 도시나 해외에서 직장을 구하거나 안전한 중소금융사로 이직하려는 구직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뉴욕의 한 헤드헌팅 관계자는 ‘몰려드는 구직자 수에 비해 일자리가 부족하다’며 어려운 월가의 상황을 토로했다.
이런 마당에 최근 <뉴욕타임스>는 경제위기의 주범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월가의 실직자들을 위한 유망 직종들을 소개하는 다소 ‘뼈있는’ 기사를 실었다.
첫 도전 직종은 도보여행 관광가이드. 월가를 포함한 뉴욕은 패션과 금융의 중심지로 세계적인 관광지이기도 하다. 기사에 따르면 풍부한 경제지식을 비롯해 월가의 역사와 뉴욕의 명소들을 꿰고 있는 월가맨들이야말로 이 지역 관광가이드로 최고의 자질을 겸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한 여행업체의 대표는 전직 월가맨들의 이력서를 받았지만 채용할 뜻은 없다고 밝혔다.
다음은 집사. 연봉 7000달러(약 1000만 원)에서 1만 5000달러(약 2300만 원)의 고소득 직업으로 특히 최상급 보모는 1만 달러(약 1500만 원)를 추가로 벌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월가맨들의 도전 대상으로 ‘집사’를 꼽은 까닭에 대해서는 ‘잘 살아본 사람들이 잘 사는 집의 관리에 적격’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밖에도 시가를 많이 피우는 월가맨들의 취향을 고려한 ‘시가가게 주인’ ‘파티용 광대’ ‘문서 분쇄업자’ 등이 전직 월가맨들의 제2의 인생을 위한 유망직(?)으로 꼽혔다.
그렇다면 일본과 중국은 어떨까. 지난 2월 중순 일본의 실직자들과 임시직 및 계약직 근로자 수백여 명이 무분별한 해고를 비판하고 고용확대와 주택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거리 시위를 펼쳤다. 이들 중 500여 명은 인근 공원에 텐트를 치고 계속 농성 중이다. 시위에 동참한 한 야당 의원은 시위자들을 대변해 이렇게 말했다. ‘죽기 아니면 살기다.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
한편 경제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중국에서는 최근 고향으로 돌아가는 실직자들의 행렬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1억 30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의 이주 노동자들에게 실직은 당장 의식주와 직결된다.
일례로 위안산 출신인 푸칭성 씨의 가족은 광둥지방의 항구도시 산터우에서 남편은 소위 ‘툭툭’이라 불리는 삼륜차를 몰고 아내와 아이는 폐플라스틱을 수집하며 생활해왔다. 그러나 경기 불황으로 요금이 저렴한 삼륜차마저 손님이 끊기고 일하던 공장도 문을 닫자 하는 수 없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중국의 신화통신은 중국 전체 이주근로자 중 약 2000만 명이 실직 후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이예준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