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와 5년 법적 분쟁 끝에 롯데 최종 승소…점주들 “상관 없다” 무덤덤, 일부 “방 뺄 우려” 뒤숭숭
인천종합터미널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인천점. 이번 대법원 판결로 신세계백화점은 롯데로 바뀌게 됐다. 연합뉴스
지난 14일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김재형)는 신세계가 인천광역시와 롯데인천개발을 상대로 제기한 ‘인천종합터미널 부지 소유권 이전 등기 말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를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당초 인천종합터미널에서는 신세계백화점이 1997년부터 20년 장기임대 계약을 맺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2년 9월 롯데가 인천시로부터 인천종합터미널 부지(7만 7815㎡)와 건물 일체를 9000억 원에 사들이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영업장에서 나가야 할 상황에 놓인 신세계 측은 “인천시가 더 비싼 가격에 터미널을 팔 목적으로 롯데와 접촉했고, 비밀리에 롯데 측에 사전실사·개발안 검토 기회를 주는 등의 특혜를 줬다”며 인천시와 롯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 2심은 “인천시가 터미널 매각 시 다른 업체들에도 매수 참여 기회를 줬기 때문에 롯데에만 특혜를 줬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 롯데의 손을 들어줬다.
애초 신세계와 인천시가 맺은 임차계약 만료 시안은 오는 19일이었다. 하지만 신세계는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나갈 수 없다”고 버텨왔지만 이번에 대법원이 다시 한 번 롯데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신세계는 더 이상 버틸 명분이 없어졌다.
대법원 판결 이후 신세계 측은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고객·협력사·협력사원·직영사원들의 혼란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롯데 측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 관계자 역시 “대법원의 합리적 판단을 존중한다”며 “인수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롯데 측은 “협력업체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현재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에 입점돼 있는 브랜드를 100% 승계해 운영하기로 했다. 이제부터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며 “리모델링이나 매장의 재배치 계획도 아직 없다. 간판 정도만 교체해 입주 매장 영업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최대한 자연스럽게 인수인계 받을 것이다. 지금은 영업 안정화가 최우선”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에서 직접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점주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많은 점주들은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른 변화에 대해 체감이 없다고 했다. A 매장의 신 아무개 씨는 “우리도 롯데로 넘어간 걸 기사를 통해 알았다”며 “아직 신세계도, 롯데도 설명이나 협의 등 피드백이 전혀 없다. 공식적인 입장이 없으니 바뀌어 봐야 알 것 같다. 아직 큰 동요는 없다”고 말했다.
B 매장의 김 아무개 씨도 “처음 문제가 불거진 4~5년 전에만 동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신경을 안 쓴다”며 “롯데나 신세계나 누가 되든 우리와는 상관없다. 오히려 대법원 판결로 이제 결론이 나서 후련한 기분이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결정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보이는 점주도 있었다. 기존에 하던 기업에서 계속 운영하는 게 점주들로서는 좋지 않겠느냐는 것. C 매장의 전 아무개 씨는 “백화점 측에서는 어떤 설명도 없다. 때문에 점주들끼리 서로 쉬쉬하고 있지만, 불안한 마음들을 가지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일한 터전을 하루아침에 잃을 수도 있다”며 “재벌들의 돈 싸움에 피해를 보는 건 결국 일선에서 일하는 직원들과 협력업체 점주 등이다”라고 지적했다.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의 한 관계자는 “아무것도 확정된 게 없다. 본사 차원에서 롯데와 협의를 잘하지 않겠느냐”며 “우리는 고객들이나 직원들, 브랜드 협력업체 사원들이 혼란스러워하지 않도록 안정화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인천=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일부 점주 “공정위 무책임” 비판…인근 롯데백 인천점은 매각공고 롯데백화점이 인천종합터미널로 입주하게 되면서 약 500m 떨어진 기존 롯데백화점 인천점은 새 주인을 찾아야 하는 신세가 됐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독과점 방지 조치로 롯데에 인천종합터미널 부지를 매입하는 대신 인천·부평·중동점 등 인천·부천지역의 기존 3개 백화점 중 인천점을 포함해 2개 점포를 매각하도록 권고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에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27일 인천점과 부평점 점포 두 곳에 대한 매각공고를 올렸다. 그렇다면 이번 매각공고에 대해 입주 매장의 점주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인천점도 마찬가지로 큰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백화점 내의 점주들의 경우 상당수가 백화점이 아닌 브랜드와 계약해, 그들이 지정해 준 지점으로 나가서 운영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따라서 롯데백화점 인천점에서 나가도 점주들은 다른 지점으로 가서 운영하면 된다는 것이다. D 매장의 정 아무개 씨는 “공고 나갔어도 언제 매각이 될지 확정된 게 없다. 그러다보니 점주들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분위기가 어수선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E 매장의 박 아무개 씨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된다”며 “그런데 백화점 측에서는 공고만 냈을 뿐, 계획에 대해 설명을 전혀 해주지 않는다. 그저 동요하지 말라는 말만 하고 있다. 협력업체는 그저 따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박 씨는 “어쩔 수 없지 않나.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매입하겠다 나서는 기업이 있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다. 포기 단계다”라고 푸념했다. F 매장의 조 아무개 씨는 “결국 재벌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결정한 것이다. 현장에서 직접 일하는 우리들의 의견은 전혀 듣지 않았다”며 “지금도 롯데는 인천종합터미널 인수에만 관심이 집중돼 있다. 기존 점포는 매각공고만 내고, 신경을 너무 안 쓴다”고 지적했다. 공정위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조 씨는 “공정위도 본인들만 생각했다. 독과점 문제가 지적되니 기존 점포 매각하라는 속편한 결정을 내렸다.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생각 안한 거 같다. 무책임하다”고 비난했다. 한편, 매각공고가 나온 롯데백화점 인천점과 부평점 입찰 일정은 오는 24일까지다. 점주들 사이에서는 매각 규모가 크고 조건이 백화점·유통에 국한돼 있어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