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반 튼튼’ ‘진원지는 원전 바로 아래 아닌 먼 곳’ ‘내진 설계 수치 엄격’ 등 이유로 ‘안전’ 진단
지난 15일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 지점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곳은 월성 원전 6기와 45㎞ 떨어진 곳이다. 원전은 과연 지진에도 안전할까. 사진은 경북 경주시 월성원자력발전소.
―포항에서 5.4 규모의 지진이 일어나 피해 규모가 만만치 않다. 이번 지진으로 벌써부터 주변지역 원전 안전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원자핵 전문가 입장에서 본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은 어떠한가.
“이번 포항 지진의 진원지는 포항 북구에서 북쪽으로 6㎞ 떨어진 곳이었는데, 진원지가 원전 바로 밑에 있었나? 그렇지 않다. 그나마 가까운 곳은 진원지에서 45㎞ 떨어진 경주시 월성 원전 6기다. 물리적인 거리가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아무리 거리가 멀다 하더라도 이번 포항 지진의 강도면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을까.
“구조물을 설계할 때 지진 강도를 측정한다. 이 측정 과정에서 건물에 압력을 주는 지진 강도는 그 구조물 바로 밑, 즉 0㎞ 거리에서 발생하도록 시뮬레이션한다. 실제 상황처럼 멀리서 발생하는 경우는 계산하지 않는다. 극한 상황을 가정하는 시험 과정이기 때문이다. 만약 원전이 지진 강도 6에서 버텼다면, 실제로는 지진 강도 7~8에서도 끄떡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지어진 원전들 또한 이 같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지진 강도를 측정한 것인가.
“그렇다. 원전의 강도가 지진 6이라면 원전에서 수직으로 내려간 바로 그 지점에서 발생하는 지진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의 진원지는 원전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이기 때문이다.“
―원전 바로 밑에, 또는 그 근처에 진원지가 없다는 것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나.
“지진이라는 것은 땅속 깊은 곳에 위치한 커다란 판들이 움직이면서 부딪히는 과정에서 생기는 충돌을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판에 속해있지 않다. 필리핀과 일본의 경우 큰 판의 경계에 올라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판의 경계가 아니라 판 위에 올라가 있다. 따라서 지진은 일본이 다 흡수해버리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큰 지진이 찾아올 수가 없다. 그것 또한 고려하고 설계하는 것이 원전이다.”
이은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 그는 이번 포항 지진과 관련 ”원전 안전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일요신문DB
“원전은 아무 데에나 짓는 것이 아니다. 큰 암반(화강암)이 있는 곳에 원전을 짓고, 일반 땅에 짓는다고 하더라도 암반만큼의 안전성을 갖추기 위해 굉장히 튼튼한 기초공사를 하게 된다. 이 때문에 다른 곳에서 지진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원전의 안전성은 보장할 수 있다.”
―지질학적으로 우리나라가 안전한 위치에 있다면, 실제로 한반도 역사에서 큰 지진은 없었나.
“‘역대급’ 지진이 있긴 있었다. 통일신라 때 ‘집성촌에 있는 초가집이 무너졌다’는 기록을 찾을 수 있다. 초가집은 겉보기에는 약해 보이지만, 지진에 잘 버티는 강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당시 초가집이 무너졌다는 말은 아주 거대한 힘을 가진 지진이 왔다는 것이다. 때문에 지진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학자들이 가상의 초가집을 만들어 실제 지진 강도를 확인해봤더니 그 결과는 강도 6.3이었다. 이번 포항 지진은 5.4다. 강도 6.3과는 비교도 안 된다.”
―지진으로 인한 사고라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빠뜨릴 수 없다. 2011년 당시 지진으로 인해 원전 사고가 일어났기 때문에 이번 지진 또한 원전 사고의 안전성과 완전히 분리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당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지진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었다. 그때 지진이 발전소에 준 영향은 진도 7.2~7.3이었다. 후쿠시마에 있던 원자력발전소는 지진이 발생하자마자 발전소를 중단시키고 한 시간 동안 핵 원료를 냉각시켰다. 그때까지만 해도 원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고 잘 돌아갔다. 결국 지진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뜻이다.”
―직접적인 사고 원인 즉, 1차 원인은 다른 이유일 수 있지만 간접적인 2차 원인은 지진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한 시간 동안 아무런 이상 없이 발전소가 잘 작동됐다는 것은 지진과 관련이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어떤 이유에서 발생한 것인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간이 만든 재앙이다. 지진 후 1시간 동안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그 이후 쓰나미가 몰아쳤다. 쓰나미는 해안가의 방벽을 넘어서 원전으로 들어왔다가 다시 빠져나갔다. 그 순간에도 원전에는 문제가 없었다. 진짜 문제는 디젤 발전기였다. 원전에 전기를 공급해주는 디젤 발전기가 발전소 지하에 위치해 있었던 것이다. 지하에 들어온 바닷물이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결국 전기 공급이 안 돼서 그런 참사가 일어난 것이다.”
―왜 발전기를 지하에 설계했을까. 혹시 해일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그들이 방벽을 높게 쌓았다는 것은 바닷물이 넘쳐 들어오는 것을 예상은 했다는 뜻이다. 발전기를 지하에 두는 이유는 딱 하나가 있다. 경제적 이유다. 바닷바람은 염분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디젤 발전기 외부 금속이 염분에 의해 부식되면 이를 자주 교체해줘야 하는데, 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바닷바람이 덜 들어오는 지하에 뒀던 것 같다.”
―경제 대국인 일본이 금전적인 문제로 발전기를 위험한 곳에 위치시켰다는 점이 쉽게 이해가 가질 않는다.
“우리나라는 반관반민이라고 하지만 거의 국가가 운영하는 시스템이고, 정부는 그 안전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일본의 원자력발전소는 민간이 운영한다. 100억 원에 달하는 디젤 발전기를 민간이 운영할 수 있었을까(민간이기 때문에 안전성보단 경제성에 초점을 맞춰 운영했다는 의미). 결국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우리나라 원전에도 발전기가 위험한 곳에 있나.
“우리나라의 원전들은 디젤 발전기를 지상에 있도록 설계해 놨다. 지진과 해일이 닥쳤을 때, 원전 내부는 괜찮겠지만 바깥 전봇대 같은 것이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는 있다. 일본 후쿠시마 사고 규모까지는 아니지만 이보다 가벼운 결과는 가져올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대처만 잘했더라면 사고를 막았을 수 있었을까.
“사고가 났을 때 원전 안에 있는 핵연료의 온도가 상당히 높게 올라가서 기체를 빼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컨트롤타워는 간 나오토 전 총리였다. 사고가 터졌을 때, 그가 도쿄전력에 기체를 빼낼 것을 지시했으나, 도쿄전력 사장은 ‘우리가 해결할 수 있다’며 정부의 개입을 거부했다. 결국 기체의 압력을 이기지 못해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물론 시작은 자연재해였다. 하지만 사람이 이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이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지진으로 제1원전 1·2호기가 부서졌다. 연합뉴스
―결국 우리나라에 있는 원전들은 안전하다고 할 수 있나.
“안전하다. 하나, 암반이 튼튼하다. 둘, 우리나라는 판이 부딪히는 경계가 아닌 판 위에 있다. 셋, 진원지의 위치는 원전 바로 아래가 아닌 먼 곳이다. 넷, 내진 설계의 수치가 엄격하다.”
―내진 설계 수치란 무엇을 말하나.
“원전이 진도 6.5에 견딜 수 있다는 것은 원전 안에 부착된 기기들의 내진 설계 수치를 말해준다. 실제로 건물 그 자체는 더 높은 내진 설계가 돼 있기 때문에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설계의 기준은 ‘보수성’이다. 100%의 보수성이 아니라 130~140%의 보수성을 갖춰야만 설계의 허가가 나는 것이다.”
―지진의 진원지가 원전이 위치한 바로 그곳에서 발생했고, 해일까지 들어왔다는 극단적인 가정을 한다면?
“사고가 발생한 뒤 대피를 하는 데에 시간이 있느냐는 염려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원전의 작동이 멈췄다고 바로 원전의 터지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 있는 핵 원료의 열이 올라가 폭발하는 데까지 24시간이 걸린다. 이마저도 우리나라 원전은 72시간이다.”
―우리나라는 왜 72시간인가.
“원전의 크기도 크고 압력을 낮추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197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도 원전 사고가 난 적이 있다. 핵 원료가 다 녹아버렸지만, 밖으로 하나도 유출되지 않았다. 외부로 방사능이 나가지 않았다. 이보다도 우리나라 원전들의 규모가 훨씬 더 크다. 시간상 대응할 수 있는 여유가 크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번 포항 지진을 원전의 위험성과 연결짓는 것은 결국 기우인가.
“지진이 원전 바로 밑에서 강하게 일어나서 원전에 직접적인 충격을 준다고 가정하자. 결국 지진이라는 자연재해로 원전 내부의 기기들이 다 부서질 수는 있다. 하지만 이 이상의 사고는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있다. 외부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방사능이 유출되지 않게 인간이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안심해도 되는 걸까.
“그렇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다만 원전을 두고 정치권이 싸움만 벌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