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시장다워야 시장이지’… 군민 93% 할인마트나 동네 상점 이용 / 먹거리 골목 등에 혈세 100억 ‘세금 먹는 하마’… 전통시장 취소 여론
시장상인회의 상생협의 약속을 믿고 최근 공사를 마친 롯데마트 건물(사진 위). 하지만 상인회는 상생협의를 하겠다는 약속을 한 바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양평물맑은시장 전경(사진 아래)
[양평=일요신문] 김현술 기자 = 전국의 지자체마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예산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 양평군 역시 엄청난 예산을 들여 시장 활성화에 나서고 있는데 투자에 비해 효과는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양평물맑은시장은 2008년 전통시장으로 등록된 이후 100억여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그 취지와는 무색하게 뚜렷한 변화가 없다. 일각에서는 전통시장 지정을 취소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여론까지 일고 있다.
전선지중화사업, 아케이드사업, 쉼터 건립, 간판정비,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사업 등에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됐지만 당초 취지와 달리 주민들을 시장으로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으로, ‘깨진 독에 물 붓기’였다는 게 주민 대다수의 여론이다.
최근 10여년간 전국적으로 전통시장 수가 매년 30개 정도씩 늘어났다고 한다. 2008년 관련법 개정으로 전통시장으로 등록시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우후죽순 생겨난 현상이라는 것. 양평물맑은시장 역시 2008년 전통시장으로 등록된 후 엄청난 혈세가 투입됐다.
한편, 현재 양평물맑은시장 상인회가 롯데마트와의 상생협의를 거부하며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법이 두 가지가 있다. 바로 ‘전통시장 및 상점가육성을 위한 특별법’과 ’유통산업발전법‘이다.
문제는 양평물맑은시장이 과연 이 법의 취지와 목적에 맞는 ’전통시장‘이냐는 것.
’전통시장 및 상점가육성을 위한 특별법‘에서는 전통시장을 ’자연발생적으로 또는 사회적·경제적 필요에 의하여 조성되고, 상품이나 용역의 거래가 상호신뢰에 기초하여 주로 전통적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장소‘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양평물맑은시장은 결코 전통적 방식으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곳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상당수 점포가 식당, 옷가게를 비롯해 술집·노래방·유흥주점 등 유흥가로 변해 전통시장 상권이 아니라는 것.
주부 A씨는 “시장이 시장다워야 시장이지. 할인마트 외엔 제철을 맞은 수산물과 채소 등 1차 식품을 파는 점포가 한 곳도 없는 곳을 전통시장이라 할 수 있느냐”면서, “주부들이 삼겹살에 소주 먹고 노래방 가기 위해 시장가는 게 아니지 않느냐. 살 게 있어야 갈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시장다운 시장을 만드는 게 먼저다!”
전통시장은 전통시장만의 전통적 요소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시장1길만 보더라도 아케이드 설치에 20억여원을 들였지만 온통 식당과 술집뿐이다. 주부들이 시장바구니를 들고 채소 등 기본적인 식재료를 사러 다니는 전통시장이 아닌 먹거리 골목을 치장하는데 엄청난 혈세가 투입된 것.
일각에서는 전통시장으로 둔갑시켜 유통법이나 전통시장 특별법에 기대어 혈세를 빼 먹는 시장들은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에서 취소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양평군민 여론조사 결과 대형마트 규제가 전통시장 활성화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대형마트에서 판매하고 있는 품목을 팔고 있는 양평물맑은시장 상점은 극소수로 이미 군민 93%는 장을 볼 때 할인마트나 동네 상점을 이용하고 있다.
특히 ’상인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라는 상인회의 주장에 양평군민들은 부정적 견해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전통시장의 실체가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론조사 결과 양평군민 중 적극적인 찬반 응답자 중 86.3%가 대규모점포 입점을 희망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상인회의 주장은 궁색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군민들은 전통시장 활성화에 대해 “죽은 자식 뭐 만지는 격”이라는 냉소적인 반응으로, 존재하지도 않는 전통시장을 살리겠다며 엉뚱한 혈세를 낭비하기 보다는 주부들이 시장을 보러갈 수 있는 시장다운 시장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시설만 현대화한다고 해서 전통시장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삽겹살에 소주를 먹기 위해 찾는 곳이 아닌, 먹거리·특산물·볼거리 등 ‘동네시장’의 모습을 통해 사람이 찾아올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
양평물맑은시장 상인회는 상인 일부에서 관성적으로 외쳐대는 ’전통시장 활성화‘ 구호에 대해 군민들은 이미 식상해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양평군 역시 상인회와 롯데와의 상생협의에 적극 개입해 전통시장 및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본지는 다음 호에서 상인회가 ’전가의 보도‘로 여기고 있는 유통산업발전법 중 대규모점포 개설등록 등에 대한 분석 기사를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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