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대만·마카오 ‘국가’ 표기에 중국은 ‘부글’ CJ는 ‘아차’
CJ는 ‘2017 MAMA’ 개최를 앞두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네티즌 투표를 실시했다. 이때 중국, 대만, 홍콩, 마카오 등을 별도의 ‘국가’로 표기했다. 이는 중국이 나머지 국가를 중국의 일부로 보는 정책과 배치된다.
시나닷컴·핑구어신문 등 중국어권 매체들은 잇따라 비판 기사를 내며 “‘MAMA’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시상식, 권위 있는 음악 시상식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으나 중국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홍콩·대만·마카오를 각각의 국가로 표기했다”며 “이는 명백한 위반이자 오점”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2017 MAMA 홈페이지.
중국은 아시아권에서 가장 큰 시장. 게다가 ‘2017 MAMA’의 주요 개최지인 홍콩은 중국령이다. 발 빠르게 조치하지 않으면 이번 행사는 물론이고 향후 ‘MAMA’를 향한 시선이 곱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 때문에 ‘MAMA’ 측은 중국어 공식 웹사이트에 “여러분의 우려에 대해 우리도 공감한다. 깊이 사과한다. 현재 관련 웹 페이지는 삭제했다.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더욱 신중을 기하겠다. MAMA에 관심 가져준 많은 네티즌에게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공식 사과했다.
주최 측의 이런 조치에 중국 내 성난 여론은 수면 아래로 다소 가라앉았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국내 네티즌이 오히려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중국 시장을 무시할 순 없지만 지나치게 끌려다니는 모양새는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스타들이 주로 출연해 국내 시상식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굳이 해외에서 개최하며 중국의 눈치를 볼 필요가 있느냐?”는 뼈아픈 일침도 이어졌다.
게다가 ‘하나의 중국’은 엄밀히 말해 ‘정론’이라기보다는 중국의 ‘주장’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대만은 독립된 국가로서 주권을 내세우고 있고, 홍콩 내에서도 자치 정부에 대한 열망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대국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리가 오로지 중국의 입장에 눈높이를 맞추는 것도 온당치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20일 열린 ‘2017 MAMA’ 기자간담회에서 김현수 음악 컨벤션사업 국장은 “여러 지역, 국가들이 관계된 일이고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공감한다. 글로벌 사업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예기치 않은 부분들이 발생했고 면밀히 대응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진정성을 갖고 문화 사절단의 역할들을 충실히 수행하다 보면 언젠가는 진정성이 통할 거라고 보고 있다”는 입장을 취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를 ‘MAMA’에 국한된 것으로 보지 않는다. 매스컴에서도 ‘제2의 쯔위 사태’가 우려된다고 언급하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2015년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한 걸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쯔위는 대만 국기를 흔들었다가 직격탄을 맞았다. 때마침 진행된 대만 총통 선거에서 쯔위가 하나의 아이콘으로 쓰이며 ‘대만 독립주의자’처럼 포장됐다. 결국 쯔위는 “중국은 하나이며 나는 중국인”이라는 내용을 담은 공식 사과 영상까지 올렸다. 당시 쯔위가 속한 트와이스뿐만 아니라 그들의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들의 중국 활동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보이그룹 워너원의 대만인 멤버 라이관린.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비슷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를 통해 배출된 보이그룹 워너원의 대만인 멤버 라이관린은 방송 출연 중 그의 출신을 ‘중국 대만’이라고 쓰고 방송 프로그램 출연해 대화를 나눌 때도 ‘중국 대만’이라고 표현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대만에서는 이런 표현을 잘 쓰지 않으며, 결국 대만이 중국의 일부임을 인정하는 듯한 표현이라는 지적이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대만’이라고만 표기했으면 중국 언론과 여론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고, 이처럼 표기하자 이제는 대만 측이 문제 삼고 있다”며 “풀리지 않는 양국 관계 때문에 아시아 전체의 관심을 받는 한국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애먼 연예인들만 피해입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법은 찾기 쉽지 않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류의 특성상 그들의 눈치를 보는 행태는 바뀌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8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설치로 인한 ‘한한령’(한류콘텐츠수입규제령)이 본격화되자 중국과의 문화 교류는 전면 중단됐다. 최근 양국 간 해빙 무드로 한한령이 잦아들고 있는 상황에서 ‘2017 MAMA’를 둘러싼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며 불안감이 커졌다. 한한령으로 호되게 당했던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중국의 일사불란하고 철저한 대응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탈(脫) 중국’이 답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중국의 태도는 향후에도 크게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 경우, 불안정한 중국 시장 의존도를 줄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가요계 관계자는 “일본, 중국에 이어 한류를 활발히 소비할 제3국을 찾아야 한다”며 “수출 다변화를 통해 중국 지상주의에서 벗어나야 안정적인 한류 발전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