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민간인 사찰 정보공개 시작, 전 정권 인사들 참여 호소
11월 22일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을 만나 국정원의 사찰 파일 정보공개청구 운동인 내놔라 내파일 운동의 목적, 목표와 진행상황등에 대해 들어보고, 그동안 사찰받게된 이유와 경과 향후 행보등에 대해서도 들어보았다. 이종현 기자
― 왜 (국정원으로부터) 사찰을 당했다고 생각하나.
“1990년대 초반부터 정보기관에 대한 법치적․인권적 통제에 대해 관심을 가졌고 글을 발표해왔다. 1996년 안기부법 개악에 반대 운동을 하고 공청회에서 발표했던 게 결정적인 계기였을 것이다. 그 때 협박 전화를 많이 받았다. ‘너 같은 거 한 번 쑤시고 암매장 하면 쥐도 새도 몰라’ ‘아이를 다치게 하겠다’ 등의 협박을 받았다. 심지어는 어머니한테까지 전화해 ‘손자 간수 잘하라’고 하더라.”
― 사찰 당하는 걸 알고 있었나.
“교육감 시절 도청 당했다고 확신하고 있다. 내가 하는 모든 전화에 ‘뚜뚜뚜’ 하는 소리가 났다. 그래서 한 번은 다른 사람 명의로 전화를 개설한 적도 있다. 48시간이 지나니 도청 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국정원도 48시간은 못 잡는 모양이더라. 허허.”
― 국정원이 무상급식과 주민투표 국면에서 심리전 펼쳤다며 공식조사를 요청했다.
“무상급식 전선에서 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하고 대척점에 있었다. 오 시장은 이기기 위해 시장직을 걸었다. 무상급식 논쟁은 가장 이념적이고 정치적인 사안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국정원이 그냥 있었을 리 없다고 생각한다. 국정원이 무상급식 반대 논리를 개발하고 퍼트리고 찬성론에 대해 심리전을 수행했다고 본다.”
― 보수 정권과 사사건건 각을 세웠는데. 국정원에서 압박은 없었나.
“안기부법 개악 반대 싸움을 하던 1996년 방송대 교수 시절, 학교 담당 국정원 직원이 총장과 교무처장 통해서 ‘이 사람 활동 좀 중지시켜 달라’는 얘기를 했다고 하더라. 국가인권위 사무총장을 맡았을 때도 국정원 직원이 인사를 왔는데 거절했다. 서울시 교육감에 당선 됐을 때도 잘못된 관행이라고 생각해 예방을 거절했다. 나를 담당한 국정원 직원들이 모두 좌천됐다고 들었다. 아마 말이 전혀 안 먹힌다고 생각했을 거다.”
― 박근혜 정부와의 관계는 어땠나.
“나는 이명박 정부 때 교육감에 당선됐고 또 중도 낙마를 했다. 박근혜 정부 때는 야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 김영한 민정 수석의 비망록에 보면 2014년 8월 17일 ‘곽노현 전 교육감 고발’이라고 메모가 돼 있다. 2015년 1월 2일 신년 첫 수석 비서관 회의에선 ‘곽노현 전 교육감 고발-시민회의(‘바른사회시민회의’라는 보수단체)’라고 적혀 있다. 모두 김기춘 비서실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고발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유는 전혀 짐작할 수 없다. 다만 당시에 트위터를 열심히 했다. 30만 가까운 팔로워가 있었다. 세월호 사건, 댓글 사건 등 기타 폭정에 대해서 비판 글을 작성했다. 보수 정권에 미운 털이 박혔다.”
― 시민행동이 출범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국정원 적폐 1호는 무차별적인 국민 사찰이다. 노동․환경․인권․여성․운동 모든 시민 사회 활동들을 사찰했다고 보면 된다. 국정원 직원들 시켜서 적폐청산을 하고 있지만 얼마나 한계가 많겠냐. 도대체 이효리를 왜 사찰하나. 무차별적 사찰의 전모를 알기 위해선 국정원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 운동을 하는 게 답이라고 생각했다.”
― 청구인단이 얼마나 모였나. 그들은 어떤 분들인가.
“지금은 1000명이 참여했다. 청구인단엔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 등 35명의 기초단체장이 참여했다. 이 분들 가운데 32명은 사찰했다고 국정원 개혁위 조사 결과가 있었다. 이 밖에도 백기완 선생, 함세웅 신부, 명진 스님, 안도현 시인, 나꼼수 4인방 등 명망가들도 있다. 앞으로 1만 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한 달 이내에 가능할 거라고 본다.”
― 일반인들도 참여할 수 있나.
“이번 운동은 정보공개청구 운동이라기보다 국정원 적폐 청산 운동이다. 모든 시민들이 부담 없이 신청하면 된다. 결과 통지서를 보고 ‘역시 없네’라며 기분 좋은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 가운데 무차별적 민간인 사찰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 국정원이 사찰 파일을 쉽게 내놓을 것 같진 않은데, 어떤 절차를 밟게 되나.
“국정원에서 공개할 수 없다고 하면 행정 소송으로 다투게 된다.”
― 불법적인 민간인 사찰은 왜 이뤄진다고 생각하나.
“사회 통제를 위해서다. 기본적으론 비판 세력 제압이라는 데 있다. 결국 정권 안보 목적이 가장 크다고 본다. 야권 인사들은 물론 정권에 위협 되는 인물이라면 심지어 여권 인사까지 다 사찰하지 않았나.”
― 구여권 인사들도 사찰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알려졌다.
“MB․박근혜 정부 때 여권 인사임에도 사찰 당한 인사가 몇 있다. 남경필 경기지사와 정두언 전 의원이다. 지인들 괴롭히고 가정사 파헤친 것 아니냐. 이분들이야 말로 국정원 적폐 청산과 구조 개혁 운동에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유승민 의원은 배신의 정치인으로 찍혀 공천 파동이 났고 그 것이 4․13총선의 기적, 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에 일등공신이다. 유 의원에 대한 국정원의 사찰도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다른 데선 의견이 다르다고 할지라도 국민 사찰 금지, 정치 개입 금지, 정권 안보 시대 종식을 위해 힘을 보태줬으면 좋겠다. 이 분들에게 공개 러브콜을 보낸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