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노’-산 MB 대결로 가나
▲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 ||
한나라당에선 박희태 대표의 선택이 최우선 관심사다.경남 남해·하동에서 5선을 하고, 이명박 정권 탄생의 1등 공신이었지만 2008년 18대 총선에서 ‘낙천’의 비애를 맛본 박 대표로선 원내 진입의 거의 마지막 기회가 이번 양산 재선거다.특히 그는 재선거에서 당선될 경우 18대 후반기 국회의장 ‘0순위’가 될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박 대표는 미디어법과 비정규직법 처리 등 국회 상황 때문에 공식적인 출마선언은 미루고 있지만 본인의 표현대로 “마음은 이미 (출마 쪽으로) 기운 상태”다. 그는 지난 7일엔 폭우가 내리는 와중에도 부친상을 당한 허범도 전 의원의 상가(부산 동아대병원 영안실)를 찾아 문상을 했고,15일엔 국정보고대회 참석차 다시 부산을 방문해 현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는 등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박 대표는 “내가 홀몸이 아니라 (출마선언 시기를) 정할 수가 없다”면서도 “양산이 그리워도 (선거법 때문에) 못 가는 신세”라고 말해 출마 결심이 섰음을 밝힌 상태다.
그러나 박 대표가 출마를 하기 위해선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야 하는데 문제는 이 과정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박 대표가 한나라당 간판으로 출마한다 해도 당선된다는 보장이 없다. 한나라당의 한 최고위원은 “양산 현지 분위기로 볼 때 박 대표가 공천을 받아 나가면 다시 ‘낙하산’ 논란에 휩싸여 역풍이 불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박 대표가 무턱대고 나섰다가 패배한다면 여권 전체가 엄청난 데미지를 입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에선 이명박(MB) 대통령도 박 대표가 양산 재선거에 출마하려 할 경우 크게 부담을 느껴 선뜻 ‘OK’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박 대표가 나설 경우 자연스럽게 ‘MB 중간평가’ 성격을 띠게 돼 ‘판이 커지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란 점에서다.
여기에 박 대표의 공천 신청 움직임을 놓고 여권의 다른 공천 경쟁자들로부터 “교장 선생님이 학생들과 같이 시험을 보겠다고 나서는 격”이라는 비판이 거센 점도 부담이다. 이들 중 해당 지역에 영향력 있는 몇몇은 박 대표가 공천을 받을 경우 ‘무소속 출마 불사’를 공언하고 있어 여권 수뇌부의 고민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 지난 5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
대표적인 인물이 김양수 국회의장 비서실장이다.17대 총선 때 양산에서 금배지를 달았던 김 실장은 지난해 18대 총선에선 ‘낙천’한 바 있다.김 실장은 이미 7월 중순 김형오 의장에게 사표를 제출하고, 임시국회가 끝나는 대로 양산으로 내려갈 태세를 갖추고 있다. 김 실장은 “길진 않았지만 그동안 내 정치인생을 총결산한다는 각오로 양산 재선거에 나설 것”이라며 “양산이 아닌 다른 곳에서 정치를 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며, 사분오열된 양산의 상황을 수습할 사람은 나뿐”이라고 배수진을 친 채 임하고 있다. 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대표와 지지도 1~2위를 다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8대 총선에서 친박 무소속연대 간판을 달고 나와 한나라당 허범도 당선자에 3865표 차로 석패(득표율 33.07%)한 유재명 한국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도 다크호스다. 유 연구원은 “한나라당이 공정하게 공천을 한다고 밝히더라도 18대 총선과 4·29 경주 재선거 때를 보면 실제 그렇게 되긴 어려울 것이란 게 솔직한 내 생각이다.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공천을 신청했다가 박희태 대표에 밀려 낙천해 탈당하면 이미지만 구길 것이기 때문에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며 사실상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범여권에선 이밖에 친박연대 정책위의장인 엄호성 전 의원도 출마를 적극 검토 중이며,양산이 고향인 3선 관록의 김동주 전 의원도 출사표를 던질 태세다. 여기에 재경 양산향우회장인 배재욱 변호사(전 청와대 비서관),한충민 한양대 교수, 류수열 변호사, 이장권 전 경남도 의원 등도 채비를 갖추고 있어 가히 ‘후보 홍수’라 할 만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