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빚탕감 정책’이어 자립 돕고 ‘불법사채추심’ 적발까지...3년 만 정부 ‘신용대사면’ 정책 이끌어내기도
이재명 성남시장 문재인 정부 ‘신용대사면’ 이끌어내
[일요신문] 이재명 성남시장 “도덕적 책임 묻기 전에 누군가 일으켜줘야 하지 않나” 지난 2014년 성남시장에 재임한 이재명 시장은 기성 정치권과는 거리를 둔 아웃사이더 출신으로 “빚으로 고통 받는 취약계층을 품고 세상의 빛으로 나서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도덕적 해이와 포퓰리즘의 전형이라며, 정치권 등에서 무수한 비난이 불거졌지만, 이 시장은 아랑곳없이 그해 9월 악성채권을 싼값에 매입해 저소득층의 빚을 탕감해주는 ‘성남시 빚탕감프로젝트’를 시작으로 2015년 8월 ‘주빌리은행’을 설립하여 지금까지 공동은행장으로 활동 중이다.
주빌리은행은 개인 또는 단체의 후원을 받아 부실채권을 약 5%에 매입하여 빚 탕감, 채무 조정, 새출발 지원 등 금융 취약계층의 생존권과 소비자로서의 최소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빌리은행은 2014년 4월부터 2017년 11월 현재까지 총 39회에 걸쳐 약 7600억 원어치의 부실채권을 소각하여 4만 8000명의 빚을 탕감해 주었다. 이 운동의 원형인 ‘롤링 주빌리’(월가점령시위 이후 전개된 채무자 운동)가 약 350억 원 정도의 채권을 소각하는 데 그친 점을 고려할 때, 이는 매우 큰 성과임에 틀림없다.
나아가 이재명 시장은 지난 대선 경선에서도 공약을 내걸며, 취약계층에 대한 빚탕감 정책을 이어갈 것 뜻을 피력했다.
이 시장의 진정성이 통했을까. 이 시장의 빚 탕감프로젝트 실시 3년여 만인 지난 11월 29일 문재인 정부는 1000만 원 이하 빚을 10년 넘게 갚지 못한 장기소액연체자를 대상으로 소득을 따져 상환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빚을 전액 탕감해주기로 했다.
올해 10월 31일을 기준으로 연체기간이 10년을 넘기고 빚 원금이 1000만 원 이하인 사람들이다. 정부가 추산한 지원대상 규모는 최대 159만 명이다. 부채의 원금 기준으론 6조 2000억 원 규모이며, 빚 탕감 과정에서 정부 예산은 들어가지 않게 설계된 점도 눈에 띈다.
또한 이번 대책은 그간 조금씩이라도 빚을 갚아 온 성실상환자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이재명 시장은 곧바로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 시장은 “정부의 정책에 적극 환영한다”며, “생계형 부채자의 빚을 탕감하는 ‘신용대사면’ 방안은 성남형 빚탕감프로젝트가 문재인 정부의 국가시책으로 확대된 것이다”고 밝혔다.
반면, 도덕적 해이 문제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이번 빚 탕감 정책을 비판하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가계부채 1400조 시대에 팍팍한 삶을 살고 있으며, 자살률 또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나라에 살고 있는 시민들은 돈보다 사람이 먼저라며 따뜻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재명 시장 또한 “도덕적 해이 걱정은 안하셔도 된다. 장기연체채권은 원금의 1~2%에 거래되기도 한다. 사실상 종이쪼가리에 불과하지만 채무자에게는 살아있는 고통일 수밖에 없다”면서, “도저히 갚을 능력이 없어 정상적인 삶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들의 고통을 헤아리는 것도 공동체의 몫이다”고 밝혔다.
이어 이 시장은 “정부도 단순한 ‘빚탕감’을 지양하고 취약계층과 성실 납부자 간 형평성을 지켜내고 도덕적 해이를 막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면서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할 수 없는 채무자들이 다시 경제활동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사회 전체적으로도 더 큰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증명하듯 이재명 시장은 2014년부터 성남시 빚탕감프로젝트로 1년간 구제 인원 1072명과 부실 채권 소각액만 106억 3000만 원을 기록했다. 이어 2015년 3월부터 현재까지 성남시 금융복지상담센터를 운영하며, 가계 빚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 및 성남시민의 채무 조정, 복지, 재무 관리 상담 등 경제적 재기를 돕고 있다. 올 9월까지 3년간 채무 조정과 채무자대리인계 등으로 850억 원에 상담건수만 10915건에 달한다. 교육사업과 내담자 관리가 이어지고 대부업 모니터링까지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재명 시장은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 못지않게 채권자의 도덕적 해이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며, 금융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도 채무자 권리보호가 중요하다”며, “빚은 갚아야 하는 것이지만 존엄한 삶 모두를 포기해 가며 노예와 같은 처지에 내몰릴 때까지 갚으라고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재명 시장은 불법고금리 사채에 대한 엄단 의지를 밝히면서 고금리 불법 사채업 단속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 9월 출범한 성남시 불법고리사채업자단속TF팀은 지난 3일 오후 2시경 서현동 경마장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다수의 경마장 이용객들에게 불법 고리사채를 빌려준 혐의를 받고 있는 대부업자 A 씨(35)를 지하 주차장에서 분당서 경찰관들과 합동으로 검거한 바 있다.
지난 9월 길거리에 무단으로 광고를 전단을 배포하면서 연 1026.7%의 고금리 사채업을 운영한 K 씨(25)를 합동으로 검거하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불법고리업자는 물론 성매매 등 유흥관련 전단지도 보기 들게 줄어들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불법법고리사채근절 대책 관련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다만, 성남시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공무원 등 직원들의 고충은 우려스럽다. 실제로 불법대부업자들의 협박과 회유가 드물게 보고되기도 한다. 이에 이재명 시장은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뿐이다. 하지만 우리보다 못한 현실에 처한 시민들은 훨씬 더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지금까지 앞으로도 이겨나가는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며, “경찰들과 공조 등 유관기관과의 연계에 더 힘써 보람되고 자랑스러운 정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이 시장은 또 “불법대부와 추심세력 적발은 물고기 잡기와 비슷하다. 성남시가 상시적인 적발에 나서자, 타지역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경찰 등에서 집중단속기간을 통해 적발에 나서고 있지만, 상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경기도 등 광역이나 정부가 나서 전국적으로 확대되어야만 불법대부업과 추심으로 고통 받는 국민들을 보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의 협조와 정책 확대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한편, 정부의 이번 장기소액연체자 지원대책에 발맞추고자 국회에 계류중인 채권추심법(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대부업법(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안에 대한 심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걱정스러울 정도로 용기있고 직선적인 발언을 한다. 이 때문에 정적과 언론 및 과거 정부로부터 공격을 받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끝으로 이재명 시장은 “‘XXX 파묻는다. 죽인다’라는 욕설은 시작에 불과하더라. 제가 시민들께 약속한다. 폭력과 협박을 일삼는 불법추심세력들은 성남시에 발을 못붙이도록 반드시 잡겠다”고 전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빚탕감 프로젝트와 불법추심과의 전쟁이 과연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