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청순녀 알고 보니 뽕순이
▲ 이랬던 그녀가 노리코의 실종 사건이 도주극으로 밝혀지면서 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위부터 노리코의 어린 시절, 결혼발표 당시, 염색한 모습. | ||
8월 3일 새벽 시부야의 유흥거리에서 순찰 중이던 경찰들에게 각성제취급법 위반으로 현행범으로 체포된 다카소(41)는 아내인 사카이 노리코(38)와 함께 ‘사장’이라 불리는 한 남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 경찰 검문에서 다카소는 “정력제다. 쑥스러우니 조용히 끝내자”고 말했고, 노리코 역시 “남편은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다”라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곧 검식반의 조사로 그가 소지하고 있던 약물이 각성제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노리코는 뒤늦게 나타난 ‘사장’과 함께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한다며 임의동행을 거부하고 자리를 떴다. 하지만 아이만 찾으면 경찰서로 출두하겠다던 그녀는 곧 소식이 끊기고 말았다.
그녀가 6일 동안 종적을 감추자 일본 국민들은 남편 잘못 만난 노리코가 결국 아이와 함께 자살을 하러 갔다고 말하면서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그녀의 자택에서 0.008g의 각성제가 발견되었고, 각성제 흡입에 사용한 스트로에 묻어있는 타액이 그녀의 DNA와 일치하자 이 해프닝은 그녀가 꾸민 도주극에 불과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에 사람들은 실망과 배신감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들이었다.
그녀의 실종사건이 도주극으로 밝혀지자 세간의 관심은 그녀가 6일간 무엇을 했느냐에 쏠리기 시작했다. 3일 새벽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아이를 지인에게 맡긴 뒤 짐을 싸서 신주쿠로 향했다. 신주쿠의 ATM에서 도주를 위한 자금으로 현금 40만 엔(약 520만 원)을 인출한 그녀는 세면도구와 속옷, 간이음식 등 필요한 물품을 대량 구입했다.
신주쿠에서 야마나시 현으로 이동했다가 다시 도쿄로 돌아온 그녀는 ‘사장’의 동생이 소유한 맨션에서 2박, 그리고 ‘사장’이 별장으로 이용하는 하코네에서 2박을 하며 마사지를 받고 머리 염색을 하는 등 마약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했다. 마약테스트 중 머리카락 테스트는 염색을 하게 되면 그 반응이 미미하게 나오거나 음성으로 판정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럼 도대체 그녀의 데뷔 초부터 후견인 역할을 해왔다는 ‘사장’이라는 남성은 누구일까. 그는 나카노구에서 건축업을 하는 도미나가 요시마사(75)라는 인물로 노리코의 잠적과 관련된 모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거물 고객을 상대하기로 유명한 미야비 법률사무소의 소장을 지냈던 그는 변호사로 활동할 당시 재계의 거물과 연예인, 스포츠 선수 등의 법률 대리인으로 활약하며 이름을 날렸던 유명인사다.
정작 노리코를 국민적 여배우로 키워낸 장본인인 선뮤직의 사장조차 요시마사와 노리코의 관계에 대해서는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다. 그 둘의 관계는 노리코가 고작 열세 살이었던 25년 전부터 시작됐다. 당시 클럽의 마담이었던 노리코의 새어머니와 친밀한 사이었던 요시마사는 사람들의 눈길을 한 번에 끌 만큼 깜찍한 용모의 노리코를 연예계에 데뷔시키기 위해 오디션에 내보냈다. 그렇게 해서 연예계 생활 25년이 지난 현재까지 계속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노리코가 출산한 후에는 요시마사 소유의 하와이 콘도에서 요양을 할 정도로 친밀한 관계라는 등 여러 가지 소문들만 무성하지만 정작 노리코와 요시마사, 그리고 노리코의 양모, 이 세 사람의 정확한 관계를 알고 있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그런데 그녀의 도주극에서 놀라운 사실이 한 가지 더 밝혀졌다. 열 살 난 아들을 맡긴 지인이 바로 남편 다카소의 불륜 상대라는 것이다. 노리코는 “믿을 만한 사람이고 아들이 잘 따른다”고 해명했지만 남편이 바람을 피운 여인에게 아들을 맡기는 것은 아무리 일본이라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게다가 그 여인은 노리코의 오래된 친구였다. 즉 노리코의 오래된 친구와 남편이 바람이 났고, 노리코는 그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 세 사람이 한때 동거를 한 적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이런 관계 때문에 얼마 전부터 노리코의 성장과정 등 과거에 관한 이야기들도 함께 떠오르고 있다.
국민 여배우로 대표되는 그녀의 아버지는 한때 야쿠자였다. 연예계 데뷔를 앞두고 소속사에서 그녀의 아버지에 대한 직업을 놓고 문제를 제기하자 그녀는 “저희 아버지는 나쁜 사람 맞다. 그게 문제가 된다면 포기하겠다”며 또박또박 말했다고 한다. 친모는 두 살 때 아버지와 이혼해 전혀 기억도 없고 새어머니는 클럽의 마담이었다. 새어머니의 소개로 요시마사와 같은 거물 후견인을 만나 연예계에 데뷔도 하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서 큰 성공을 거둔 탓에 롯폰기 등지에서 폭주족들과 어울리며 코카인과 각성제를 흡입하는 등 문란한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녀의 연애생활 역시 순탄치 않았다. 한때 인기절정의 극작가 노시마를 만나 여배우와 작가라는 환상의 커플로 화제를 낳았지만 2년간의 열애를 뒤로하고 결국 헤어지고 말았다. 뜨겁게 사랑했던 그들의 이별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완전히 사라지기도 전에 그녀는 돌연 결혼과 함께 임신사실을 발표했다. 상대는 의외의 인물로 스포츠 용품 상점의 사장인, 바로 다카소였다. 그는 롯폰기에서는 이미 마약이나 여자관계로 유명했다.
일본 최후의 청순파 아이돌이라 불리며 결혼 후에는 중년 여성들의 롤모델로 확실히 자리 잡은 노리코의 각성제 복용사실은 개방적인 일본의 언론과 국민들에게도 받아들이기 힘든 사건으로 보인다. 일본 연예계에서 복귀가 힘든 두 가지가 마약복용과 원조교제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런 듯하다. 일본 국민 여배우에서 마약복용자로 또 가여운 희생자에서 교활한 악녀로 하루아침에 바뀌어버린 그녀의 인생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많은 일본인들이 궁금해 하고 있다.
김지혜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