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인 로스터 벽에 빅리그 콜업 난항, ‘양도 조항’ 행사해도 현실 변수…가능성 안 닫힌 LG 복귀
[일요신문]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산하 트리플A 톨레도 머드헨스에서 활약 중인 고우석에게 메이저리그는 여전히 닿기 어려운 무대인 것 같다.
고우석의 계약서상 옵트아웃 조항이 7월 1일 발동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디트로이트는 29일(한국시간) 골반염 진단을 받은 켄리 잰슨을 15일짜리 부상자 명단(IL)에 올리고 트리플A 톨레도에서 좌완 드류 소머스를 콜업했다고 발표했다. 드류 소머스는 지난 5월 25일 일시적으로 빅리그에 콜업됐다가 한 경기도 던지지 못하고 다음 날 바로 트리플A로 내려간 바 있다. 드류 소머스는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라 이동이 자유로운 편이다.
올 시즌 디트로이트 마운드에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면서 부상자 명단이 공지될 때마다 고우석을 응원하는 팬들은 내심 고우석이 빅릭그의 부름을 받기를 기원했다. 그러나 고우석이 빅리그 무대에 오르기엔 신분이 발목을 잡고 있다. 40인 로스터에 포함되지 않은 고우석을 디트로이트 구단이 빅리그로 콜업하려면 기존 40인 로스터 내 선수를 내보내거나 장기 이탈자를 60일 부상자 명단으로 옮겨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구단 입장에서는 고우석을 위해 40인 로스터 자리를 비우는 게 행정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고우석은 어떤 행보를 보일 수 있을까. 고우석이 올 시즌을 앞두고 디트로이트 구단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을 때 옵트아웃 조항을 포함시켰다면 옵트아웃 이후 다른 팀으로 이적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6월 1일 옵트아웃이 있는 걸로 알려진 고우석은 6월 1일이 아닌 7월 1일에 옵트아웃의 일종인 ‘양도 조항(assignment clause)’을 포함시킨 걸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조항은 선수의 권리가 많이 축소된 내용이다.
만약 고우석이 7월 1일에 자신의 ‘양도 조항(assignment clause)’ 권리를 행사한다면 디트로이트 구단은 메이저리그 29개 팀에 이 내용을 공시한다. 29개 팀에서 고우석을 데려가려면 24시간 내에 고우석을 26인 로스터에 넣어야만 한다. 만약 A라는 팀이 고우석을 26인 로스터에 넣기 위해 데려가겠다고 하면 디트로이트 구단이 48시간 안에 고우석을 40인 로스터에 넣을지 말지를 정해야 한다. 40인 로스터에 넣겠다고 하면 다른 팀으로의 계약은 무산되고, 40인 로스터에 넣지 못한다면 고우석을 26인 로스터에 넣겠다고 하는 다른 팀으로 보내줘야 한다. 즉 고우석의 신분은 디트로이트 구단이 쥐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빅리그 마운드에 오르지 못한 고우석을 데려가려고 다른 팀에서 26인 로스터 자리를 내주는 게 현실적으로 쉽게 일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디트로이트 구단이 고우석을 다른 팀으로 보내는 게 싫어 40인 로스터 자리를 만든다고 해도 빅리그 로스터가 보장된 건 아니다. 이후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우석이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LG로 복귀한다면 LG는 디트로이트 구단에 일정한 이상의 이적료(바이아웃)를 지급해야 하는데 그 금액은 15만 달러(약 2억2600만 원) 전후로 알려졌다. LG는 지난 4월 말에 디트로이트 구단에 고우석의 이적과 관련해 문의를 했었고, 당시 디트로이트는 선수만 동의하면 이적료를 받고 풀어주겠다고 답한 바 있다. 이후 차명석 단장이 고우석을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향했지만 빅리그에 대한 꿈이 확고한 고우석의 의지를 재확인하고, 응원하는 마음을 전한 후 돌아왔다.
과연 고우석이 오는 7월 1일 ‘양도 조항(assignment clause)’ 권리를 행사할까.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고우석은 올 시즌 디트로이트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마무리하거나 LG로 복귀하는 방법 외엔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불운의 아이콘' 나균안…"긴 이닝 소화가 더 중요"
롯데 자이언츠는 5월 28일 현재 8위에 머물러 있지만 리그 중반 순위 싸움에 지각 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다크호스로 꼽힌다. 그 이유는 3점대의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선발 투수가 김진욱, 나균안, 제레미 비슬리 등 3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나균안은 이번 시즌 등판 6경기 만에 첫 승리를 챙기는 등 승리와 인연이 없었다. 사진=연합뉴스그들 중 나균안은 5월 27일 사직 LG전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르기 전까지만 해도 9경기 2승 4패 평균자책점 2.65를 기록 중이었다. 선발 투수 평균자책점 순위에서 아리엘 후라도(삼성), 아담 올러(KIA)에 이어 3위였고, 국내 선발 투수 가운데 1위에 올랐다. 그러나 27일 LG전에서 6⅓이닝 9피안타(1피홈런) 3볼넷 7탈삼진 7실점을 허용하며 평균자책점이 3.45로 상승됐고, 전체 순위는 9위, 국내 선수 순위는 3위에 머물렀다.
나균안은 올 시즌 개막 첫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이 2.28이었는데 결과적으로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그래서 나균안에게 유독 ‘불운’이라는 수식어가 뒤따른다.
롯데 나균안은 지난해 유독 승리와 인연이 없었다. 137⅓이닝으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지만 3승 7패 평균자책점 3.87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나균안이 세운 목표는 승수가 아닌 지난해보다 더 많은 이닝 소화였다. 선발 투수에게 ‘이닝 이터’ 만큼 중요한 덕목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스프링캠프에서도 올 시즌 가장 큰 목표로 가급적 많은 이닝을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투수의 평균자책점은 수비의 도움도 받지만 이닝 소화 능력은 순전히 투수의 몫이다. 그래서 많은 이닝 소화를 목표로 삼았는데 우리 팀 선수들이 잘 도와준 덕분에 아직은 잘 가고 있는 것 같다.”
나균안은 이닝을 늘리기 위해 공격적인 피칭을 선호했다. 포수들과 대화할 때도 자신이 어떤 형태의 마운드 운영을 하고 싶은지를 정확히 알렸다.
“선발 투수가 많은 이닝을 소화하려면 투구수 관리를 해야 하는 터라 포수들에게 안타를 허용하더라도 초구, 2구에 승부를 보고 싶다고 말했는데 그 부분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나균안은 2025시즌에는 137.1이닝 50볼넷으로 9이닝당 약 3.28볼넷(BB/9)을 기록했다. 올 시즌에는 57.1이닝 18볼넷으로 9이닝당 약 2.83볼넷(BB/9)으로 데뷔 후 가장 적은 수치를 보인다. ABS 시대에 볼넷이 더 줄어든 비결이 궁금했다.
“사실 ABS가 시행된 이후 제구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이 부분도 포수와의 대화를 통해 풀어갔다. 그 대화 속에 공격적인 피칭으로 어려움을 극복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공격적인 피칭을 이어가면서 볼넷 개수도 줄어들었다.”
나균안은 2017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롯데 자이언츠의 선택을 받았다. 나균안은 투수가 아닌 포수로 프로에 데뷔했고, 당시 강민호(삼성 라이온즈)의 후계자로 지목 받았지만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2020시즌 나균안은 야구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바로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것이다. 이름도 나종덕에서 나균안으로 개명했다. 2020시즌에는 퓨처스리그에서 투수 경험을 쌓았고, 본격적으로 1군 마운드에 오른 건 2021시즌부터였다.
투수로 전향한 첫 시즌에는 23경기에서 1승 2패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6.41을 기록했고, 2022년에는 39경기 3승 8패 2홀드 평균자책점 3.98을, 이듬해에는 23경기에서 6승 8패 평균자책점 3.80을 올리는 등 해를 거듭할수록 눈에 띄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2024년 4승 7패 평균자책점 8.51로 힘든 시즌을 보냈는데, 2025년에는 유독 승리와 연이 닿지 못하는 불운 속에서도 데뷔 후 가장 많은 137⅓이닝을 소화했고, 3승 7패 평균자책점 3.87을 기록했다.
포수 출신의 나균안에게 포수를 경험한 이력이 투수하는데 어떤 도움을 주느냐고 물었다.
“아무래도 경기 중 타자의 반응을 빠르게 잡아낼 수 있는 게 도움되는 것 같다. 반면에 포수를 믿고 따라가야 하는데 내가 분석한 내용을 앞세워 생각이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 그런 건 단점으로 느껴진다.”
그렇다면 포수 나종덕은 투수 나균안이 됐을 때 자신의 성공 가능성을 어느 정도 예상했을까.
“포수하면서 투수의 공을 받을 때 어떤 위치에서 공을 던져야 타자를 상대하기 편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요즘 타자들의 스윙이 어퍼 스윙의 궤도가 많다 보니 높은 코스의 볼을 던져야 파울이라든지 카운트 잡을 때 유리하다는 것도 파악했다. 내가 다른 투수들처럼 구속이 150km/h 나오는 투수가 아니기 때문에 높은 코스로 직구를 던져 파울을 유도하고 결정구로 포크볼을 높은 코스로 던져 떨어지게 하면 괜찮은 승부를 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나균안은 올 시즌 7개의 피홈런 기록을 갖고 있다. 그런데 그 중 3개를 KIA 타이거즈 박재현에게 허용했다. 박재현은 5월 8일 사직 롯데전에서 4타수 3안타(2홈런) 2타점 3득점 1볼넷을 기록했는데 첫 리드오프 홈런과 첫 멀티 홈런을 나균안을 상대로 뽑았다. 이 정도 되면 천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균안은 다음에 박재현을 또 상대한다면 경기 전 미리 “어디로 칠 거냐고 물어보고 던져야 될 것 같다”며 미소를 담아 대답했다.
나균안은 통산 좌타자보다 우타자에게 강한 편이다. 안타는 물론 홈런, 볼넷까지 좌타자에게 약한 면모를 보였다. 그 이유를 묻자 나균안은 평소 고민했던 문제점을 풀어낸다.
“직구랑 포크볼이 나의 주 구종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타석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좌타자들에게 홈런과 안타를 더 허용한 것 같고, 우타자를 상대할 때는 슬라이더를 포함해 다양한 구종을 던지니까 나를 상대하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나균안은 2027시즌을 마치면 FA 자격을 얻는다. 그렇다 보니 벌써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나균안은 FA 관련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데 집중하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올 시즌 나균안의 첫 승은 6번째 등판이었던 지난 5월 2일 SSG전이었다. 당시 나균안은 7이닝 6안타(1홈런) 1볼넷 7삼진 2실점 퀄리티스타트 플러스(QS+)로 호투를 펼쳤다. 유독 승운이 안 따랐던 나균안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그 경기 전 웨이트 트레이닝할 때 우연히 운동하고 계시던 김태형 감독님을 만났다. 감독님이 운동 마치고 나가시려다 내 뒤로 오셔서 “어디 가서 기도라도 하고 와”라고 말씀하시더라. 그만큼 감독님도 내 첫 승을 기다리셨다.”
그날 경기 후 김태형 감독은 현장 취재진에게 “선발 나균안이 7이닝 2실점으로 좋은 투구를 해줬다. 그동안 호투하고도 승수를 챙기지 못해 안타까웠다. 시즌 첫 승 축하한다”라는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나균안에게 주위에서 ‘불운’ 이야기를 종종 꺼내지만 선수는 “승수를 챙기는 것보다 이닝에 대한 생각이 크기 때문에 신경 안 썼다”라고 답한다. 그는 또한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았고, 갈 길이 멀다. 더 좋은 성적을 내 우리 팀이 가을야구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말로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