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내꺼야‘’ 미친 집착의 말로…
▲ 첫눈에 반한 페르난데스를 얻기 위해 연쇄살인사건을 벌인 마사 벡. 아래 작은 사진 왼쪽부터 버낸 매키니, 신도 미카, 하야시 마스미. | ||
일본 언론들은 사건 자체뿐 아니라 이들의 ‘특별한’ 외모에도 집중하고 있다. 시사대중잡지 <주간포스트>는 최근호에서 과거 뚱보 여성 범죄자들의 사례를 모아 보도하기도 했다.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던 ‘XXL 여성 범죄자’들의 사연을 리플레이해봤다.
풍만함을 넘어 육중한 몸매를 가진 여성 범죄자들. 안타깝게도 이들은 범죄의 경중을 떠나 뚱뚱한 외모 때문에 사회로부터 더욱 더 차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다.
1947년 마사 벡(여·당시 26세)과 레이몬드 페르난데스(당시 33세)가 벌인 연쇄살인사건은 미국을 발칵 뒤집은 스캔들이었다. 턱이 세 개로 접힐 정도로 뚱뚱한 간호사 벡과 여자를 유혹해 돈을 뜯어내는 게 일이었던 라틴계 미남인 페르난데스. 두 사람은 무려 20명의 여성을 상대로 결혼 사기극을 펼쳐 돈을 뜯어낸 뒤 살해했다.
벡은 페르난데스와 펜팔을 통해 처음 만났다. 그녀는 섹시한 외모의 페르난데스에 첫눈에 반하지만 페르난데스는 뚱뚱한 데다 돈까지 없던 벡에게 실망했다. 이미 세 번의 결혼과 이혼을 경험한 벡은 페르난데스를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구애했다. 한번은 그의 이별통보를 받고 가스를 틀어놓고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했다. 페르난데스는 집착을 보이는 벡에게 자신이 별 볼일 없이 여자 등이나 치는 인간이라고 밝히기까지 했다. 이에 벡은 “여자들에게 돈을 뜯어내고, 경찰에 알리지 못하도록 살해하자”는 범행 제안을 하게 된다. 한낱 사기꾼에 불과했던 페르난데스는 벡의 꾐에 빠져 연쇄살인의 구렁텅이에 빠지고 말았다.
욕망과 집착이 광기 수준에 이르러 범죄를 저지르게 된 케이스는 작년에 국내에서도 화제가 된 일명 ‘미저리 사건’도 있다. 미국 여성 조이스 버낸 매키니(당시 57세)는 한국의 한 벤처기업에 죽은 애완견을 복제해 달라고 의뢰했다. 뚱뚱한 모습의 매키니가 복제된 강아지 다섯 마리를 안고 기뻐하는 모습이 전세계에 소개되자 영·미 언론에서는 그녀를 1977년 미국에서 일어난 ‘미저리 사건’의 장본인이라 보도했다. ‘몰몬 성노예 사건’이라고도 불렸던 이 사건의 줄거리는 이랬다.
한때 ‘미스 와이오밍’에 선발될 정도로 빼어난 미모를 자랑했던 매키니. 그녀가 망가지기 시작한 것은 대학 때 만난 몰몬교도 남자친구에게 이별선언을 받은 후부터였다. 그녀는 무서우리만치 그 남자에게 집착을 보였다. 견디다 못한 남자는 결국 몰몬교 전도사를 지원해 영국으로 도망쳤다. 그러자 매키니는 사설탐정까지 고용해 그의 거처를 알아낸 뒤, 친구와 함께 가짜총으로 그를 위협해 외딴 곳으로 납치하기에 이른다. 그녀는 남자의 사지를 묶은 채 결혼하면 풀어주겠다며 3일간 감금했다. 그 사이 성폭행까지 행했다고 한다. 결혼 약속 후 풀려난 남자는 그 길로 곧장 경찰에 달려갔으며 그녀와 그녀의 친구는 납치 혐의로 붙잡혔다.
매키니의 경우는 다음에 소개되는 사건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다. 남자와 결혼하기 위해 자기 아들까지 살해한 ‘엽기적인 그녀’ 신도 미카에 대한 이야기다. 2006년 31세의 신도는 교제하던 남성과 카섹스를 즐기고 있었다. 그때 옆에 있던 네 살배기 아들이 칭얼거리며 떼를 쓰기 시작하자 연인과 함께 아이를 폭행한 것. 이들은 정신을 잃은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고 집 근처에 있던 용수로에 던져버렸다. 그녀는 검찰의 심문에서 “아들을 없애면 그가 나와 결혼해줄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바보 같은 짓을 저질렀다. 아들을 위해 매일 기도하고 있다”며 후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신도의 엽기적인 행각은 이 사건뿐만이 아니었다. 두 번의 이혼 경력이 있는 신도는 10년 전, 소방관이었던 교제상대로부터 이별을 통보받고는 분을 참지 못해 5곳에 불을 질렀다. 그녀는 “불을 내면 그가 나를 다시 돌아봐 줄 것이라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사건 당시 일본 국민들이 주목한 것은 사건의 충격성보다 그녀의 못생긴 외모였다. 어두운 표정과 뚱뚱한 체형이 범죄사실과 함께 그녀를 더욱 추악해 보이도록 만든 것이다. 각종 매스컴과 개인 블로그에서는 공개된 그녀의 사진을 두고 “공모했던 남성의 사진인 줄 알았다” “저런 얼굴로 용케 애인은 있었다”며 비아냥이 쏟아지기도 했다.
한편, 뚱뚱한 몸 덕분에 옥살이를 면한 여성도 있다. 작년 미국 텍사스 주의 마이라 리즈베스 로잘레스(당시 27세)는 두 살배기 조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그녀는 돌보던 아기가 바닥에 떨어지자 들어올리려다 넘어지면서 오른 손이 아기에게 닿은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부검결과 아기는 머리에 굉장히 강한 충격을 입고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체중이 무려 450kg이 넘는 그녀는 거대한 몸집 때문에 스스로 몸을 가누기 어려웠다. 간호가 필요할 정도의 과도비만 상태였던 그녀는 교도소 문을 통과할 수도 없어 징역형을 면하는 행운(?)을 얻었다. 기소될 당시 사진촬영이나 지문채취 역시 모두 그녀의 집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1998년에 벌어진 ‘와카야마 독극물사건’의 범인 하야시 마스미(당시 48세)는 카레에 비소를 넣어 네 명 사망, 67명 중경상의 끔찍한 결과를 부르고 올해 5월 사형선고를 받았다. 역시 뚱뚱한 외모였던 그녀는 몰려든 취재진들에게 물을 뿌리는 등 비호감 돌발행동까지 서슴지 않아 빈축을 샀다.
뚱뚱한 여성이 날씬한 여성보다 범죄를 일으킬 확률이 높다는 통계는 없지만 뚱뚱한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냉랭한 것은 사실이다. 이런 시선이 이들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은 것은 아닐까. 홀대받던 그녀들이었기에 어렵게 찾아온 사랑의 기회에 더욱 집착하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김지혜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