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아 열풍’ 맞먹는 ‘골프 왕자’ 강타
▲ 로이터/뉴시스 | ||
이시카와 료가 사상 최초로 10대에 2009년 상금왕에 올랐다. 지난 12월 6일 도쿄도 이나기시 요미우리CC에서 열린 JT컵을 마지막으로 시즌을 마친 그는 이 대회에서 19위에 그쳤지만 이번 시즌 총 4승을 거두었으며, 연간 획득 상금이 약 1억 8352엔(약 23억 7000만 원)을 기록했다.
이로써 그는 1973년, 오자키 마사시가 26세에 달성한 JPGA 최연소 상금왕 기록을 갈아치웠다. 1976년 스페인의 골프영웅 세베 바예스테로스가 유럽투어에서 기록한 19세 상금왕 기록도 갱신한 것이다.
료의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173㎝에 64㎏으로 골퍼로서는 왜소한 체구지만 파워풀한 드라이버는 보통 300야드를 웃돈다. 특기인 장타뿐만 아니라 정교한 쇼트게임으로도 유명하다. 일본 내에서 우승한 대회만 프로로 전향한 이후 벌써 6회다. 국내외 55번 출전에 비해 우승횟수가 월등히 높은 것은 아니지만 그의 나이를 생각한다면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평가받고 있다.
지금 그의 인기는 일본국민들의 영원한 우상인 배우 기무라 다쿠야를 뛰어넘는다. 얼마 전 발표된 2009 CF 킹&퀸 남자부문에서 그는 기무라 다쿠야와 공동 1위를 했다. 2009년 한 해 사이에 찍은 CF만 무려 12편이다. 그와 5년간 6억 엔(약 78억 원)에 용품 사용계약을 맺은 골프용품회사 요넥스는 ‘이시카와 효과’로 대박을 터뜨렸다. 요넥스의 한 관계자는 “그가 대회에서 썼던 골프채, 그가 입었던 골프웨어는 불티나게 팔렸고, 팬들이 ‘료군이 입은 옷’, ‘료군 마크가 달린 클럽’을 찾기 시작했다”며 ‘이시카와 효과’를 설명했다.
‘이시카와 효과’가 이렇게 성공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물론 그의 실력 탓도 있겠지만 그의 호감형 얼굴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일본에서 한류 붐을 일으킨 주역인 박용하와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 외모가 수려하다. 그의 열혈 팬인 한 여성은 “야외 스포츠선수답게 검게 그을린 피부가 매력적이고 겸손한 태도와 선한 웃음을 보면 팬이 안 될 수가 없을 것”이라며 열렬한 응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는 수줍어하는 듯한 태도와 미소 덕분에 수줍은 왕자(하니카미 오지)라는 별명도 얻었다.
일본에서 골프는 대중 스포츠다. 그래서 골프용품 회사들은 대중들의 눈을 끌기 위한 스타마케팅으로 치열하다. 대회성적이 좋은 선수들과 계약해 용품 사용계약을 따내는 것이 판매율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시카와의 경우는 대회성적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하더라도 ‘수줍은 왕자’를 지지하는 수많은 여성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침체기를 걷고 있던 일본 남자골프계에서 역시 ‘이시카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평균 5%대의 시청률이던 골프중계 프로그램이 그가 등장하는 대회에서는 평균 15%대를 보장하는 데다 16.1%라는 최고기록을 세우기도 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골프선수로서 그를 냉정히 평가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나친 스타대접이 훌륭한 선수를 망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염려에서 나온 말이다.
하지만 그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올해 1월에는 <월간 이시카와 료>라고 하는 이시카와에 관련된 기사만을 다룬 월간지가 출간되기도 했다. 잡지에는 그의 근황부터 부모님 인터뷰, 그가 초등학생 때 그렸던 그림 등 그에 관한 일거수일투족이 실려 있다.
이시카와는 최근 인터뷰에서 “대학진학을 포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학업과 골프를 양립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어 골프를 택했다”고 말하며 골프에 대한 뜨거운 의지를 표현했다. 그는 향후 10년간은 골프에 전념할 계획이라고 한다. 과연 그가 침체기를 걷던 일본 남자골프계에 구세주가 되어줄 것인가. 그가 일본 골프계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와 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김지혜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