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3개 구역 선정…전문가들 “선정 못된 단지들, 실망감이 향후 추진 동력, 가격 등에 영향”
이들 선정지구를 중심으로 재건축에 속도가 붙는 반면 선정되지 못한 단지들은 앞으로 주민들의 적극성에 따라 추진 속도가 크게 나뉠 수 있다. 실망 심리에 거래량이 축소되면서 단지 매매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국토교통부는 27일 1기 신도시 정비사업 선도지구로 △분당 3곳(1만 1000호) △일산 3곳(8900호) △평촌 3곳(5500호) △중동 2곳(6000호) △산본 2곳(4600호)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국토부는 이에 더해 분당과 일산의 연립 2개 구역(1400호)에 대해 별도 정비물량을 선정하고 선도지구에 준해 지원·관리할 예정이다.
선정된 지구를 구체적으로 보면, 분당(성남)은 △샛별마을 동성 등 2843호 △양지마을 금호 등 4392호 △시범단지 우성 등 3713호를 지정했다. 일산(고양)은 △백송마을1단지 등 2732호 △후곡마을3단지 등 2564호 △강촌마을3단지 등 3616호를 선정했다. 평촌(안양)은 △꿈마을금호 등 1750호 △꿈마을우성 등 1376호 △샘마을 등 2334호를 선정했다. 중동(부천)은 △삼익 등 3570호 △대우동부 등 2387호를 낙점했다. 산본(군포)는 △자이백합 등 2,758호 △한양백두 등 1862호가 선정됐다.
지난 9월 총 99개 단지가 선도지구 지정 제안에 공모한 것을 고려하면 이번 선도지구 선정 경쟁률은 총 ‘7.6 대 1’을 기록했다.
이들 선도지구는 앞으로 △안전진단 면제 △학교문제 사전해소(국토부-교육부-경기도교육청 간 업무협약) △한국부동산원 분담금 산출지원 △전자동의 선제도입(2025년 3월 예정) △미래도시펀드 조성(2026년 초기 사업비부터 지원) △노후계획도시 특화보증 △특별정비계획 수립 패스트트랙 등 정부와 지자체의 각종 제도적 지원을 받으며 정비사업 진행 속도를 높일 전망이다.
선도지구 외 1기 신도시 내 노후단지들은 ‘특별정비예정구역별 순차 정비 개념’이 도입되기 때문에 지역 여건이나 단지별 정비사업 추진의 주민 적극성에 따라 정비사업의 속도는 천차만별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번에 선정된 분당 선도지구를 중심으로 정비사업추진의 기대감이 높아지며 해당 단지는 가격 강보합이 예상되나, 그 외 단지들은 일부 실망감에 거래 소강을 보이거나 가격상승에 제동이 걸리는 양극화 움직임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함 랩장은 “특히 정부는 2027년까지 사업 절차상 이주·착공 준비가 완료된 선도지구 물량에 대해 즉시 착공할 수 있도록 이주 시기를 순연하지 않을 계획이어서 선도지구 내에서도 최대한 주민동의율을 높여 사업추진 속도를 높이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정부와 지자체가 유휴부지 개발, 영구임대주택 공급 외에도 순환정비 등의 이주대책, 광역교통 개선방안을 발표할 계획지만 3만 호 넘는 물량의 이주 시기가 2027년에 겹칠 가능성이 열려있는 만큼 철저한 이주계획을 통한 전·월세 가격 불안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른 시일 내 단기 공급이 가능한 비아파트 임대주택 공급이나 공가 활용, 도정법상 1년 내 지자체의 관리처분계획인가시점 조율 등 다양한 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노후도시 정비사업은 어느 시기이든 필요하며 현재와 같이 제도적 준비를 해두는 것은 필요한 사안”이라며 이 “매년 선도지구를 추가 지정하더라도 이주대책 등의 문제로 정비사업을 착착 진행하는 것이 현실에서 만만치 않은 사안이므로, 일단 1기 신도시 전체가 재정비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상당할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위원은 “앞선 정부 발표는 1기 신도시 전체 정비물량의 10~15%를 올해 선도지구로 선정하고, 이후 2030년 입주를 목표로 정비를 추진한다는 계획이었는데 선도지구 지정 규모가 더 커켜 현실적으로 기한이 더 빠듯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게 자연스럽다”며 “다만 노후계획도시의 전면적 재정비는 우리 사회가 아직 경험하지 못한 사안으로, 일단 선도지구를 더 넓게 지정하고 그 중 사업추진이 빠른 곳을 중점 지원하는 것도 하나의 접근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간정비사업의 핵심은 추가 분담금 등 돈 관련 사안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1기 신도시 조성 초기에 입주한 주민들은 자신의 생애 경제활동에서 전성기가 지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가격 시세나 일반분양 물량, 분양가, 추가분담금 등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고 짚었다.
이 연구위원은 “과거와 달리 사업 인허가는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개별 조합원들의 자금여력, 즉 추가분담금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느냐가 정비사업 추진의 관건으로, 사업추진속도가 이른바 부촌 중심으로 두드러질 여지가 크며 지역적‧국지적 양극화로 연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정부가 ‘통합정비 맞춤형 금융지원 방안’을 제시하긴 했지만 이 역시 조합원의 입장에서는 결국 대출로 만만찮은 사안이 아니다”라며 “정비사업을 진행해 입주 가능한 공급 물량이 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 이번 선도지구 지정에 따른 주택시장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강훈 기자 ygh@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