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롬 헤븐(Far From Heaven, 2002)`포스터와 타로 3번 카드.
[일요신문] 1950년대. 미국 상류층으로 아름답고 지혜로우며 자상한, 그리고 모든 면에서 완벽에 가까운 캐시는 자신이 생각하는 완벽한 결혼생활을 위해 애쓴다. 모델하우스 같은 집을 꾸미고 이웃들에게 다정다감하며 남편과 아이들에게 헌신한다. 머리와 옷도 항상 아름답고 완벽하다. 주변의 모든 이들에게 부러움과 찬사를 받으며 그것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의 동성애를 목격하고 놀라지만 병이라 생각하고 병원에 함께 다니며 치료를 위해 힘쓴다.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끝내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나게 된다. 또한 캐시의 정원을 가꾸어 주던 흑인의 아들인 레이먼드와 인종차별 없는 만남으로 마을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게 된다. 진정으로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공감해주는 사람은 레이먼드였지만 시대적인 상황에서 그들의 만남은 허락되지 않는데.
타로카드의 3번은 여황제이다. 여황제는 그리스 신화의 아프로디테인 사랑의 여신이며 데메테르인 곡물의 여신이다. 데메테르의 풍요로움과 아프로디테의 사랑과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그림을 살펴보면 곡물이 자라고 있고 수풀이 우거져 있으며 물이 거품을 이루며 흐르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성장과 풍요를 의미한다. 커다란 쿠션에 기대고 있는 모습은 편안함과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며 석류가 그려진 옷은 여성성과 다산을 말한다. 여황제는 예쁜 것들을 좋아해 자신의 모습만이 아닌 자신의 주변을 이루고 있는 것들도 꾸미고 아름답게 한다. 또한 관계를 소중히 해 주변인들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다산의 의미는 어머니를 상징하며 모성애와 책임감도 느낄 수 있다.
캐시를 보는 순간 우아하고 고혹적인 모습은 여황제를 느낄 수 있었고 자신의 품위를 지키려 애쓰는 마지막 모습까지도 아름다웠지만 안쓰러웠다. 영화의 제목 ‘파 프로 헤븐’처럼 그녀의 멋진 천국 같았던 삶은 모래성과 같아 우아하게 지키려 했지만 무너지고 말았다. 캐시는 모든 상황에 최선을 다했고 노력했기에 더욱 가혹해 보인다. 그러나 그녀는 여황제이기에 다시 자신만의 천국을 만들기 위해서 떠난다. 이번의 천국은 겉만 거창하고 보여주기 위한 모습이 아닌 속이 꽉 찬 모습으로 진정한 행복의 천국으로 거듭날 것이다.
타로 10번 카드.
위에 타로카드는 컵10번이다. 이 카드는 타로의 마지막 카드이며 타로카드의 최종 결론을 보여준다. 이 가족은 언덕 위에 작은 집에 살고 있고 큰 명예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최고의 행복을 느끼고 있다. 결국 행복이란 부와 명예가 아닌 소박한 가정과 자신의 마음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내 스스로보다 내가 가진 것에 더 큰 가치를 둔다면 결국 나는 상대적 행복만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 자신을 돌보는 것이 아니라 가진 것을 돌보고 탐닉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소중하고 훌륭한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똑같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상품과 나를 동일 시 하지 말아야 한다.
최정임 judyvill6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