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버] 금강산 관광 중단 10년 3-금강산 인프라 현황은下
2008년 관광객 피격사건으로 중단된 금강산 관광 사업. 이후 10년 동안 관광 시설들은 어떻게 관리 또는 방치됐을까. 사진은 지난 1월 10일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금강산로 481 통일전망대에서 바라 본 북한 지역. 최준필 기자
금강산 관광은 1989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북한을 방문해 ‘금강산 남북공동개발 의정서’를 체결하며 이뤄졌다. 당초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교류가 없어 묻혀가는 듯했지만 그로부터 9년 뒤인 1998년 정주영 회장이 1001마리의 소를 몰고 방북하며 금강산 관광이 본격 추진됐다.
그리고 그해 11월 18일, 승객 1360여 명을 태운 금강호가 강원도 동해항을 떠나 북한 장전항에 도착하며 금강산 관광이 첫발을 떼게 됐다. 그렇게 금강산 관광은 2005년 누적 관광객 수 100만 명을 돌파했지만,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이 북한군의 피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관광은 전면 중단됐다.
이는 단순 관광 사업이 아니라 현대그룹의 정체성이자 남북의 소통 창구로 ‘관광’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 총알 한 발로 끊어진 ‘남북 평화의 연결고리’, 지금 현재는 어떤 모습일까.
현대그룹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2년 동안 북측에 방문하지 못했기 때문에 현재 (금강산 관광) 시설 상태는 알 수 없다”며 “2008년 관광객 피격사건 이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됐는데, 그 이후 북측의 허락을 얻어 1~2년에 한 번씩 금강산에 시설 점검을 나가곤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곳에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추모비도 있는데, 매년 정 회장의 기일인 8월 4일이 되면 현대그룹은 금강산 현지에서 추모식을 진행했다”며 “그러면서 추모도 할 겸 그곳을 방문해 (관광시설) 시설점검을 하고 고칠 부분이 있으면 수리 인력들을 불러 고치곤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하지만 2016년 2월,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이후는 시설점검이 완전히 중단됐다. 방북 신청을 해도 북측에서 이를 허용해주지 않았다”면서 “문재인 정부로 바뀐 뒤에도 방북하려 했지만 북측에서 ‘이번에는 안 오는 게 좋겠다’고 해서 못 갔다. 그렇게 2년 동안 못 갔기 때문에 지금 현재의 시설 사태는 알 수 없다”고 답했다.
북측에 있는 호텔과 리조트 등 관광시설은 북한이 소유하고 남한이 투자하는 합작품이다. 엄연히 소유권은 북한에 있기 때문에 북한 측은 이를 해외 관광객들을 위해 개방하고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기본적인 시설 이용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강산에 아난티골프·온천 리조트 사업을 조성하고 운영했던 리조트 개발 업체 ‘에머슨퍼시픽’은 2008년 금강산에 골프장과 리조트를 개장했지만, 개장한 지 2개월 뒤 관광객 피격사건으로 남북 관계가 경색되며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금강산 옥류동. 연합뉴스
현재 골프장이 어떻게 방치되고 있는지를 물었지만, 에머슨퍼시픽 측은 “북측에 갈 수가 없으니 확인할 방법이 없다. 알 수 없다”고 답할 뿐이었다.
북측 사정에 밝은 인사에 따르면 금강산 관광이 재개된다 할지라도 준비 기간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가안보전문가 A 씨는 “시설들이 현재 너무 심하게 노후화된 상태로 당장 사용할 수 없다. 이는 금강산 관광 시설뿐 아니라 개성공단도 마찬가지”라며 “시설은 물론 전선도 사용할 수 없는 상태”라고 묘사했다.
A 씨는 “골프장도 지금 사용할 수 없는 상태”라며 “골프장에는 잔디가 필요한데 잔디가 자라는 데에도 최소 반년이 걸릴 테니 시설복구 작업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시설 정비에 앞서 금강산 관광 재개에도 넘어야 할 큰 산들이 남아 있다. 이에 대해 A 씨는 “큰 관건은 평창올림픽이다. 평창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치러지고 난 뒤 이산가족상봉이 이뤄지면 좋다”며 “그리고 나서 북한이 개성공단에 ‘오픈’ 제스처를 취하고 나면, 우리 정부가 국제 사회의 분위기를 본 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의 애드벌룬을 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A 씨는 “하지만,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 등을 참아줘야 한다. 그것이 (금강산 관광의) 전제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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