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숲’으로 본 캠퍼스 연애 풍속도...20대 청춘들의 사랑·이별·애환 담겨 관심 폭주 중
사랑할때는 사랑이 영원할 것처럼 보입니다. 서로 마주보고 있으면 세상을 모두 가진 기분입니다. 하지만! ‘끝’이 보이기 시작하면 공포가 몰려옵니다. ‘양다리’의 주홍글씨는 청춘들의 사랑을 비참하게 짓밟습니다. 첫사랑과의 이별도 견디기 어렵습니다. ‘이 죽일 놈의 사랑’을 외치면서 소주 한 잔을 마시는 까닭이죠.
특히 캠퍼스는 합법적(?) 연애와 처음 마주하는 공간입니다. 누구는 생겼다고, 누구는 차였다는 아찔한 소문들이 들려옵니다. 좋아하는 그 오빠가 나를 좋아한다면, 그것은 ‘천국의 계단’을 오르는 느낌마저 선사합니다. 정반대에선 지옥불을 맛볼 수 있습니다. 대학생들이 사랑에 치이면서도 연애에 올인(?)하는 까닭입니다.
페이스북에는 20대 대학생들의 애환을 담은 ‘대나무숲’이 있습니다. ‘전국 대학생 숲_대나무숲(전대숲)’은 대학생들의 연애, 이별 이야기가 넘쳐 나는 곳입니다. ‘일요신문i’ 전대숲의 ‘베리 핫’한 사연들을 키워드별로 소개합니다.
전대숲은 대학생들이 글을 올릴 수 있는 익명 게시판(페이스북 페이지)으로 당나귀 귀를 지닌 임금님의 비밀을 털어놓는 대나무숲 이야기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1월 11일 현재 8만 6969명의 회원들이 ‘좋아요’를 눌렀고 9만 511명이 팔로우를 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대학생들 사이에서 가히 대세인 대나무숲입니다.
전대숲은 회원들의 익명을 철저히 보장합니다. 글 내용에 대한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글 내용이 너무 공감이 많이 가요. 특히 연애 이야기가 눈길을 많이 끌어서 많이 들어가봅니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 첫사랑
KBS 드라마 ‘고백부부’의 주인공 최반도(손호준)의 첫사랑은 마진주(장나라)입니다. 반도와 진주를 연결해준 끈은 바로 ‘미팅’이었죠. 반도는 원래 폭탄제거 역할을 맡았지만 진주의 물건을 뽑습니다. 두 사람의 나이는 스물, ‘첫사랑’의 시작이었습니다.
전대숲 홈페이지 캡처
전대숲에서도 첫사랑을 그리워하는 이들의 사연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1월 3일 전대숲 회원 대학생 A 씨의 게시물은 “안녕 내 첫사랑아, 너와 헤어진 지 시간이 많이 지났네, 잘 지냈어?”라는 문장으로 시작됩니다. 사연을 들어볼까요?
“보고 싶은 옛 사랑아, 아름다운 기억을 추억으로 남겨두어도 괜찮을까. 널 다시 만나고 싶은 욕심은 부리지 않아도, ‘길을 지나다 혹시 마주치지 않을까’라고 기대해도 괜찮을까? 욕심이지만 널 딱 한번만 안아보고 싶어.”
여러분은 한번쯤, 잠자리에 들기 전 첫사랑을 떠올리면서 A 씨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나요? 특히 ‘널 딱 한 번만 안아보고 싶어’라는 말, 손발이 오그라드는 이 문장이 가슴을 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곰신
첫사랑에 성공해도 청춘들의 연애에는 변수가 있습니다, 바로 군대입니다. 뜨거운 연애를 시작해도, 날짜가 점점 마음에 걸립니다. 이제, 그녀들은 이제 양자택일에 놓입니다. ‘곰신’이냐 ‘이별’이냐?
전대숲 홈페이지 캡처
전대숲에는 곰신을 둘러싼 사연도 가득합니다. 1월 1일 대학생 B 씨는 “안녕하세요, 남자친구와 2년째 연애중이고 군대를 7개월째 기다리는 곰신입니다”며 “군대를 기다리면서 알바를 합니다. 그런데 몇몇 직원들이 듣기 거북할 말을 합니다”라고 밝혔습니다. B 씨의 사연을 들어볼까요?
“남자 직원들이 ‘기다리지 마라, 남자가 변한다, 일말상초다’라고 말하면서 ‘나 군대 때는 여자를 몇 번 갈아탔다. 여자는 돈줄이다. 여자 몰래 남자들은 바람난다. 면회 많이 가면 남자가 질린다’ 이런 얘기만 했어요.”
참다못한 그녀는 시원한 한방을 날렸습니다.
“일말상초든 이말일초든 상말병초든 그건 니네가 아니라, 내가 겪을 일이고요. 이색X들아 왜 니네가 내 미래까지 결정하세요. 자꾸 여자는 돈줄이다 뭐다하는데, 그냥 입을 줄로 묶어드려요?.”
대한민국엔 왜 이렇게 ‘오지랖퍼’들이 많은 걸까요?
최근 전대숲에선 한바탕 난리가 났습니다. 전역을 한 달 앞두고 있는 예비역 병장 C 씨가 올린 게시물 때문입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전대숲 홈페이지 캡처
“21개월 가까이 군 생활을 하면서 ‘정말 예쁘고 인기 많은 여자들은 절대로 군대를 끝까지 기다리지 않는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여자들은 ‘기다림의 결실이다’라며 포장하지만 왜 남자가 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고무신들의 칭송받아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C 씨는 과감하게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그는 “솔직히 제 여자친구는 예쁜 편은 아닙니다. 후임들이 여친 사진을 보여주면서 자랑할 때 부끄러워서 여친 사진을 숨기기도 했습니다. 후임들의 예쁜 여친들은 모두 일병과 이병 때 후임들을 차더군요. 자기한테 다가오는 사람에게 흔들린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C 씨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제 여자친구는 저를 사랑해서 21개월을 기다린 게 아닙니다. 자기한테 대시하는 사람이 없어서 솔로가 되기는 싫으니, 그냥 보험용으로 저를 기다린 것입니다. 2년 동안 수많은 활동을 했는데 다가오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은 인기가 없는 여자라는 뜻이죠.”
C 씨의 말을 요약해보면 ‘못 생긴 여자친구’=‘곰신’=‘보험용’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하지만 C 씨의 편협한 여성관을 향해 페이스북 일부 여성회원들은 융단폭격을 가했습니다.
한 회원은 “X나 별거 없는 X끼야, 휴가 때마다 잘해줬다고 자위하기는…니 얼굴 안 봐도 예상가능해”라고 저주를 퍼부었습니다. 다른 회원 역시 “616일째 기다리는 곰신인데 너 같은 군인들 때문에 군인들이 욕먹어요. 당신한테는 여자친구가 너무 아까운 사람이네요”라고 일갈했습니다.
#스킨십
‘엄빠’ 세대들의 연애는 수줍음 그 자체였습니다. 그 때 그 시절은 손만 잡아도 ‘큰일이 나는’ 시대였습니다. 요즘 대학생들은 다릅니다. 스킨십에 과감하고 또 과감합니다.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그 짧은 시간을 참지 못하고 끌어안고 있는 커플도 많습니다.
전대숲 홈페이지 캡처
전대숲 대학생들은 훨씬 더 과감했습니다. 1월 6일 대학생 D 씨는 “남자친구는 저를 사랑합니다. 다만 성욕이 없을 뿐이에요. 그 남자의 집을 가도, 하룻밤을 같이 있어도 하지 않습니다”고 고민을 토로했습니다.
“한 번도 안 한 것은 아니구요, 사귀기 초반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어요. 성욕이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은 상황입니다. 연애한지 1년 정도 됐는데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합니다”고 밝혔습니다.
전대숲 홈페이지 캡처
이틀 후 정반대 입장의 남학생 글이 올라왔습니다. 1월 8일 대학생 E 씨는 “여자친구가 성욕이 넘쳐요. 싫다고 하면 거짓말인데요. 둘만 있으면 진짜 무서워요”라며 “사랑할 때 자꾸 말 걸어요, ‘괜찮냐, 아프지 않냐’구요. 제가 물어봐도 모자를 판에 자꾸 물어보고 답해 달래요”라고 밝혔습니다.
혹시 D와 E씨가 커플은 아닐까요? 진실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 양다리
‘양다리’는 불륜이 아닙니다. 법적으로 양다리를 걸친 그 여자와 그 남자를 단죄할 수 없습니다. 양다리를 발견한 그 순간, 미친 듯이 화가 나지만 사랑 때문에, 참을 수밖에 없기도 합니다. 양다리는 대학생들의 로맨틱한 사랑을 짓밟는 악마입니다.
전대숲엔 ‘양다리’를 둘러싼 사연도 많습니다. 1월 6일 대학생 F 씨는 “오빠라고 부르기도 싫은 그 남자에게 소위 ‘X버’를 당한 사람입니다”라며 “자기를 좋아하는 마음을 이용해서 어장관리, 첫경험이 욕구 해소 대상으로 이용된 것을 마지막으로 그 사람과 모든 연락이 끊겼죠”라고 밝혔습니다. 그녀의 처절한 사연을 들어보겠습니다.
전대숲 홈페이지 캡처
“저를 이용할 때는 연인이 있었을 때였죠. 어장과 성욕 해소를 위해 자신이 솔로이고 저와 사귈 것처럼 치밀하게 연기했습니다. 그때 정신이 들었어요. 비참해지기 싫어 애써 자책하면서 폐인처럼 살았습니다. 치료까지 받았어요.”
그 남자는 처음부터 불순한 의도를 품고 그녀를 향해 접근한 것일까요? F 씨는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우울증 나락에 빠져 허우적댔습니다. F 씨는 복수를 꿈꾸고 있습니다. “자신 때문에 내가 얼마나 망가졌는지”를 알려주고 싶다고 합니다.
또 다른 대학생 G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G 씨는 ‘곰신’이었습니다. 12월 23일 그녀는 전대숲에 “나는 그저 너의 X정받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더라. 내 친구들도 너의 야한 상상 속 주인공이었는데”라고 운을 띄웠습니다.
G 씨는 “너의 복학 후 첫 여자친구는 X있었니?”라며 “나한테 X버였다고 웃으면서 말했잖아. 그 여자는 너가 그런 애인 거 알아? 정말 네가 원망스럽고, 너랑 친해진 모든 시간들이 후회된다”고 밝혔습니다.
전대숲 회원들의 사연은 제각각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기에, 첫사랑을 그리워하고 떠난 연인을 향해 울분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연애하고 계신가요? 한 점의 후회도 남지 않을 만큼, 그 연인을 죽도록 사랑하시길 바랍니다.
시간은 여러분을 절~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