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우를 지나면서 녹차가 본격적으로 생산되기 때문이다. 곡우 이전에 따는 잎을 우전(雨前)이라 하는데 차잎으로는 고급에 속하지만 많은 양이 생산되지 않는다. 이때를 지나 잎이 보다 무르익은 뒤에야 대량수확이 이뤄진다.올해 곡우는 4월20일이었다. 5월 들어 생산지마다 차밭 축제도 열리고 있다.
[보성 차밭과 다향제]
전남 보성군의 대표적인 여행지는 물론 보성차밭이다. 아름다운 풍경으로, 이곳을 찾은 이들에 의해 입소문이 나기도 했고 수많은 드라마와 CF 촬영지로 전국에 알려졌다.
봇재를 중심으로 수많은 다원들이 펼쳐진다. 가장 유명한 곳은 대한다원. 20m가 넘는 삼나무가 아름드리 펼쳐져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길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건물 뒤켠으로 차밭이 펼쳐진다. 위 아래 좌우가 모두 드넓은 산허리를 차나무들이 뒤덮어 모두 돌아보는 데만도 1~2시간 걸린다. 보성 다향제(5월4일~10일)가 열리고 있다.
▲가는 길: 보성읍에서 18번국도 이용, 율포해수욕장 방면 8km.
[무공해 잎 사용 징광녹차]
보성군 벌교읍에서 징광마을을 찾는 것은 미로찾기와 같다. 팻말조차 없는 징광녹차집(011-640-5064)을 사전답사 없이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인공적으로 씨를 뿌리고 가꾼 곳이지만 거의 자연 상태로 방치해 자생군락지처럼 정돈돼 있지 않다.
마을 뒤켠 가파른 산자락에 무성하게 풀숲과 함께 자란 야생차밭이 있다. 고개 하나 넘어까지 조성돼 있기 때문에 규모만도 15만여 평이나 되는, 야생차밭으로서는 세계 최대의 규모다.
비료와 농약을 치면 파종 후 3년 만에 수확을 할 수 있다는 차를 여기서는 1년에 세 번 정도 주변 잡초 베기와 전지작업만 하면서 공을 들인 끝에 15년 만에야 첫수확을 했다. 긴 세월의 인고를 거쳐서 본격적으로 차 수확을 하게 된 것은 불과 수년 전이다.
차 만들기도 전통 방법을 고수한다. 수증기로 쪄내는 대량 생산기술을 외면하고 무쇠솥에 올려 손으로 직접 덖고 비비기를 아홉 번씩 한다. 수확량이 적어 회원제로 공급하고 있으며 봄철이면 회원들이 내려와 함께 차를 덖는다.
▲가는 길: 벌교읍에서 2번국도를 따라 보성읍내쪽으로 가다보면 우측에 징광리라는 팻말이 나선다. 이 길을 따라 15분 정도 달려가면 저수지가 있는 자그마한 마을이 있다. 마을입구에 팻말이 없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또는 벌교읍에서 15번, 27번국도를 이용하는데 징광마을이라는 팻말은 없고 보성이라고 써 있다. 이 길로 좌회전하면 저수지 마을이 나선다.
[화개장터 지나 지리산 차밭]
하동 쌍계사는 차와 인연이 깊은 곳이다. 기후와 토양이 차나무 성장에 적당한 지리산에서 야생하는 차나무 잎으로 만든 녹차는 그윽하기로 유명하다. 특히 지리산 서쪽(쌍계사, 연곡사, 천은사 일대)에서 자라는 잎으로 만든 작설차를 으뜸으로 친다.
신라 흥덕왕 3년(828) 김대렴이 당나라에서 차의 씨앗을 가져와 왕명으로 지리산 줄기에 처음 심었다고 한다. 이후 진감선사가 쌍계사와 화개 부근에 차밭을 조성했다고 하는데 요새는 화개장터 지나 쌍계사 주변까지 산자락이 모두 차밭 일색이다. 5월8일부터 11일까지 야생차문화축제(055-880-2341)가 열리고 있다.
▲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전주IC-전주, 남원방면 17번국도-남원 19번국도-구례-하동방면 19번국도-화개에서 좌회전-쌍계사/남해고속도로 하동IC-하동읍, 19번국도-화개-쌍계사
[영봉다원 재래종 차밭]
다솔사 올라가는 길목 구멍가게 앞부분에 영봉다원이라는 자그마한 팻말이 나선다. 마을을 지나 한 고개를 넘으면 용산마을이다. 이슬 내린 새벽이면 멧돼지도 나오고 노루도 나오는 봉명산 깊은 골짜기다. 영봉다원(055-854-9260, 6568) 차밭은 마을을 벗어나 산쪽으로 올라가야 한다. 유기농, 무퇴비 등 환경친화적 농법으로 재배한다. 본래 영봉사라는 고찰이 있던 곳으로 지금도 언덕 밑에 야생차 몇 그루가 자라고 있다. 영봉다원은 이 골짜기에 재래종자를 심어 조성했다.
차를 만드는 이는 비구니 원표 스님이다. 차가 갖고 있는 자체 수분만으로 잎을 쪄서 만드는 증제차를 비롯해 발효차(우롱차) 등 여러가지를 낸다. 스님의 차는 전국의 스님들 사이에서 인기다. 초의선사 증손벌인 해남 대흥사 응송(應松) 스님 문하에서 차 만드는 법을 직접 전수받았다고 한다. 새순이 돋아나면 직접 차만들기 체험도 하면서 스님과 함께 다도를 즐길 수 있다.
▲가는 길: 남해고속도로 곤양 IC-58번 지방도로-곤명면-다솔사. 우측 마을길로 들어서 왼쪽 고갯길을 넘어서면 용산마을이다.
이혜숙 여행작가 www.heysook.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