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외면받는 데다 외국인도 매도세 전환…“실적 보고 투자” 지적도
#최대 큰손 국민연금, 바이오주 외면
국민연금은 국내 대부분 대기업의 주요주주지만 바이오에는 예외다. 코스닥 시총 1위 셀트리온, 2위 신라젠, 3위 바이로메드 지분은 물론이고 유가증권시장 종목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도 신고를 한 적이 없다.
이들 종목들은 외국인 지분율도 낮다. 셀트리온은 최대주주 공동보유자인 테마섹을 제외하면 15% 남짓이다. 바이로메드는 7% 미만, 신라젠은 채 10%가 안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8.8%에 그친다.
바이오 종목 가운데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가졌던 곳은 코스닥 5위 메디톡스가 대표적이다. 2016년 2월 지분율을 5% 미만으로 낮췄지만, 여전히 일부 보유했을 가능성이 크다. 메디톡스는 외국인 지분율도 45% 안팎으로 다른 바이오 종목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일본계 노무라증권은 지난 17일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주가가 너무 높다며 ‘매도(Reduce)’ 투자 의견을 제시했다. 목표주가를 각각 23만 원, 12만 원으로 제시했다. 노무라증권은 “셀트리온 주가는 최근 6개월 동안 227%나 치솟아 같은 기간 코스닥 상승률(36%)을 훨씬 뛰어넘었고, 주가순수익비율(PER)은 2019년 이익 전망치 기준 64배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경쟁사들보다 프리미엄을 누릴 자격은 있지만 이익증가 가능성을 고려할 때 최근 주가는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인천시 연수구(송도)에 위치한 셀트리온 본사와 제1공장.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돈 빨아들인 ETF 방향 바꾸나
최근 세계적으로 가장 맹위를 떨치는 투자대상은 주가지수상장펀드(ETF)다. 일종의 종목 묶음이다.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들의 비중을 추종한다. 해당 지수만큼의 수익을 거두는 게 운용목표다. 펀드매니저의 주관이 배제되며, 지수를 얼마나 정확히 추종하느냐가 관건이다. 국내 증시에서 삼성자산운용의 KODEX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한다. ETF는 코스닥 열풍의 숨은 주역이다.
코스피200 시가총액 대비 KODEX200 시가총액 비중은 0.54% 수준이다. KODEX200 레버리지를 합해도 0.67%에 그친다. 코스닥150 대비 KODEX코스닥150 비중은 0.4%인데, KODEX코스닥150 레버리지를 합치면 0.85%로 치솟는다. 공격적인 ETF 자금이 지수를 끌어올린 셈이다. 돈의 힘이다. 문제는 반대의 경우다. 종목 주가 하락 시 이를 반영하기 위해 ETF에서 매도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
#셀트리온 이탈효과 ‘예측불가’
내달 셀트리온이 코스피로 이전 상장된다. 코스닥 시총에서 12%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종목이 사라지는 셈이다. 규모로만 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가 미국으로 옮겨간다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다. 한때 900선에 닿았던 코스닥지수에서 셀트리온을 제외하면 700대 중반으로 주저앉는다.
코스닥150 지수에서 셀트리온 비중은 27%가 넘는다. 초대형 종목 이탈에 따른 ETF 가격변동과 시장충격은 이번이 처음이다. 예상이 어렵다. 셀트리온 공백이 상당할 수 있다. 차익실현 욕구를 자극하기 충분하다. 서동균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ETF에서 약 5800억 원의 자금이탈이 전망된다”며 “이탈된 자금이 남은 구성종목들의 비중에 맞춰 다시 유입된다면, 남은 종목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 보자”…늘어나는 경계론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코스닥을 지속적으로 매수했던 외국인들이 매도세로 돌아섰다”며 “외국인 자금 유입에 긍정적이었던 원화강세 흐름도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구체적인 실적이 없는 기업에 주가 상승세만 보고 무턱대고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에서 바이오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12.3%지만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이라며 “증시와 실물 경제의 괴리가 오래 지속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최열희 언론인
‘코스닥 황제’ 서정진 비장의 무기 남았다…셀트리온 가면 ‘스킨큐어’ 민다 셀트리온의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으로 또 다시 주목받는 회사가 셀트리온스킨큐어다. 향후 셀트리온의 빈자리를 채울 코스닥 유망주다. 코스닥 상장 요건을 대입하면 이르면 2019년 상장 추진이 가능하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69.66%의 지분을 가진 사실상 개인회사로, 그의 장남인 서진석 부사장이 지난해 34세 나이로 대표에 올랐다. 셀트리온스킨큐어는 탤런트 김태희가 광고하는 핑크 크림으로 잘 알려진 회사다. 전신은 바이오기업 투자를 목적으로 세워진 셀트리온지에스씨다. 2013년 ‘BB크림’으로 친숙한 화장품기업 한스킨을 286억 원에 인수한 후 지난해 합병, 이름을 바꿨다. 이렇다 할 매출이 없던 이 회사는 지난해 화장품 사업 합병 이후 매출액이 연간 배 이상 급성장 중이다. 적극적인 인력확충과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도 진행되고 있다. 아직은 적자지만 최근 서 회장을 비롯한 그룹 수뇌부가 경영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의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사실상 총수 일가의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우선 지난해 10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2021년이 만기다. 전환가는 28만 3172원이다. 현재 주당 순자산가치가 22만 3480원이다. 3년 안에 26% 이상 가치를 높이지 않으면 대규모 원리금 현금상환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 당장 상환능력이 부족해 담보로 잡힌 셀트리온 주식이 넘어갈 수도 있다. 이 회사의 상장은 서 회장 후계구도에 중요하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홀딩스를 통해 셀트리온을 지배한다. 지분율은 19.72%다.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 계열 사모펀드 ION인베스트먼트가 무려 14.25%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지난해 상장한 셀트리온헬스케어 역시 서 회장 지분이 35.72%로 높은 편이지만, ION인베스트먼트 등 사모펀드들의 지분이 31%에 달한다. 이들은 일부 임원선임권도 보유하고 있다. 부분 공동경영인 셈이다. 서 회장의 수입은 셀트리온에서 받는 약 8억 원의 보수와 금액이 확인되지 않는 셀트리온홀딩스 급여가 거의 전부다. 많아야 15억 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 회장의 보유 주식가치도 10조 원에 육박하지만 정작 보유한 현금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은 우회상장으로,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신주발행으로만 기업공개를 해 현금을 만지지 못했다. 서 회장은 현금 마련을 위해 주식담보대출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스킨큐어가 보유 주식을 현금화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회사인 셈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스킨큐어 상장 차익을 극대화시켜 주력기업 지배력을 높일 자금을 확보하는 게 서 회장 일가의 후계를 위해 필요하다”면서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비슷한 과정을 거쳤고, 지난해 전환사채 발행 시 상장을 염두에 둔 다양한 옵션계약을 체결한 데서도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셀트리온스킨큐어는 셀트리온에서 원료를 매입하지만, 매출은 그룹 외부에서 이뤄진다. 자력 매출이니만큼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해당하지 않는다. [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