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성공 확률 0.01%, 상용화까지 십수 년 걸려…장밋빛 전망에 숨겨진 가시를 조심해
지난 24일 코스닥지수가 10년 만에 800을 넘어섰다. 바이오주가 코스닥 상승의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간암치료제 펙사벡은 환자 600여 명을 대상으로 세계 20여 개국에서 임상 3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암 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하여 파괴한다는 게 장점이다.
펙사벡은 미국 FDA와 유럽 EMA로부터 간세포암(HCC) 치료와 관련된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희귀의약품지정제도란 희귀질병 치료목적 의약품에 특별한 지위와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로 7년(미국) 또는 10년(유럽)간 독점적 마케팅 권한을 갖는다.
현재 간암 항암제 시장에서 선두주자는 바이엘의 넥사바다. 이 약의 매출은 지난해 8억 700만 유로(11조 281억 원)다. 이를 참고하면 펙사벡도 조 단위 매출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
회사 측은 간세포암에 대한 시판 허가를 시작으로 다른 암으로 적응증을 확장한다면 신규 파이프라인이 형성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매출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소규모 기업인 신라젠이 글로벌 기업인 바이엘만큼의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신라젠은 펙사벡의 시판 승인 이후 파트너사들이나 제휴사에 판매를 맡기고 로열티를 받을 방침을 정했다. 직접 판매하는 바이엘보다 매출이나 이익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다.
#티슈진, 지나치게 낙관적
티슈진은 코오롱 계열사다. 1999년 세포유전자기술을 이용한 골관절염 치료제 개발을 위해 설립됐다. 무릎 관절염 치료제인 인보사는 올 7월 식약처에서 국내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미국에서는 진행 중인 임상 3상시험을 2021년까지 완료, 2023년부터 판매를 개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
글로벌Data가 추정한 주요 7개국(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일본) 2017년 골관절염 시장은 약 39억 200만 달러로, 연평균 10% 내외씩 성장해 2024년에는 92억 1800만 달러로 예상된다.
적응증에 따른 시장규모는 무릎 24억 1900만 달러, 손 22억 2000만 달러, 고관절 골관절염 3억 4000만 달러다. 2023년 인보사 시판이 이뤄져도 연매출이 5조 원을 넘기 어려운 시장인 셈이다. 최고 4조 원에 달했던 시가총액은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지난 8월 코오롱웰케어에서 인수한 화장품과 드러그스토어 사업부문 역시 기업 가치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 이 사업무문의 올 상반기 매출은 33억 원, 영업손실은 15억 원이다. 외부평가기관 분석 결과 화장품 및 드러그스토어 사업부는 5년 후 매출 115억 원, 영업이익 3억 원 정도가 예상됐다.
#신약성공 확률 1만 분의 1…바이오 좀 더 높아
미국 FDA 분석을 보면 1만 개의 신약후보물질이 발굴되면 그 중 250개만 비임상 단계 진입에 성공한다. 임상시험에 진입하는 것은 5개로 감소하며 시판승인에 이르는 것은 1개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1개가 시판 승인을 받기까지는 약 10년에서 15년 또는 그 이상 장기간이 소요되며, 그 과정에서 많은 연구 및 개발 비용이 발생한다.
다만 ‘내추어바이오테크놀로지’의 2016년 자료를 보면 바이오신약은 미국 FDA 기준 임상 1상시험에 진입한 뒤 시판 승인에 이를 확률은 전체 질환 평균 약 18%로 합성신약의 성공확률 9% 대비 높다.
티슈진과 같은 세포유전자치료제의 경우 인허가를 위해 안전성, 유효성 및 품질을 적절히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모두 확립되지 않은 상황이다. 1999년 미국에서 제시 겔싱어(Jesse Gelsinger)라는 18세 소년이 유전자 치료를 받다 나흘 만에 사망한 사건과 같이, 유전자치료제에 대한 부작용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허가 이후에도 임상에서 투여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15년간 안전성에 대한 추적조사를 실시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신약 시판에 성공해도 상당 기간 위험 대비가 필요한 셈이다.
최열희 언론인
이웅열 코오롱 회장, 바이오 재벌 등극 바이오 열풍으로 이른바 ‘바이오 재벌’의 탄생이 잇따른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김선영 바이로메드 이사,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 양용진 코미팜 회장 등은 이미 ‘재벌’의 반열에 올랐다. 티슈진 상장과 주가 상승으로 이웅열 코오롱 회장이 바이오재벌에 등극했다. 연합뉴스 최근 폭등세를 보이는 신라젠과 티슈진도 두 사람의 ‘바이오 재벌’을 탄생시켰다. 티슈진 최대주주는 ㈜코로롱이지만,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도 개인적으로 20.3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의 티슈진 지분가치만 8000억 원에 달한다. 나머지 코오롱 계열사의 이 회장 주식 가치는 6400억 원으로 티슈진 한 종목의 가치에도 못 미친다. 티슈진 덕분에 이 회장은 ‘조단위 재벌’ 반열에 오른 셈이다. 문은상 신라젠 대표도 지분가치만 6500억 원에 육박한다. 개인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하면 1조 1000억 원대다. 하지만 이들 바이오재벌의 지분가치는 요동이 심하다. 기대감으로 주가는 높아졌지만 대부분 실제 돈을 버는 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바이로메드, 신라젠, 티슈진 등은 아직 본격적인 매출이 미미해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결국 자본 확충을 통해 연구개발 비용을 마련해야 한다. 자본이 늘면 기존 주식가치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코미팜 역시 흑자는 나지만 규모가 5억 원 안팎이다. 2조 5000억 원에 달하는 시가총액과 어울리지 않는다. 메디톡스는 성형재료인 보톡스와 필러 제품의 인기로 1000억 원대 매출에 50%대의 영업이익률을 자랑하지만 2조 5000억 원이 넘는 시가총액을 감안하면 주가수익비율(PER)이 30배가 넘는다. 통상 바이오벤처의 PER이 30배 정도임을 감안하면 획기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렵다. 실제 메디톡스 주가는 지난 7월 65만 원에 육박했지만 현 주가는 그보다 30%가량 낮은 45만 원 미만이다. 셀트리온은 여전히 회계투명성이 약점이다. 바이오시밀러 제조사인 셀트리온은 제품을 판매대행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에 팔지만 대부분 현금이 아닌 매출채권으로 받는다. 샐트리온은 올 3분기까지 68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셀트리온헬스케어 매출액은 5000억 원을 조금 넘는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재고자산은 2015년 1조 4000억 원, 2016년 1조 5000여 억 원으로 불어났고, 올 9월 말 현재 1조 7000억 원을 넘어섰다. 셀트리온에서 사온 제품을 다 팔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올 들어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860억 원 정도 순유출이다. 올 7월 증자를 하지 않았다면 자칫 자본잠식에 진입할 위험까지 있었다. 최근 셀트리온에 대해 한 외국계 증권사가 사실상 매도 의견을 낸 이유이기도 하다. [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