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놀이터에 바이오 거품 부글부글
신라젠 부산 본사 전경으로 신라젠 홈페이지 캡처.
실제 신라젠은 아직 시판 중인 항암 치료제가 없다. ‘펙사벡’(Pexa-Vec)이라는 항암 신약이 있지만 아직 임상(시험) 단계로 시판까지는 적어도 3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다. 신라젠은 임상과 항암 바이러스 연구개발(R&D) 비용 등으로 매년 수백억 원의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신라젠이 작성한 사업보고서를 보면 펙사벡은 정맥투여가 가능한 유전자 조작 항암바이러스로 무작위 임상 2상 시험에서 말기 간암 환자의 생존율을 현저히 향상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또 신라젠은 펙사벡을 투여받은 다수의 암 환자에게서 항암항체가 생성된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신라젠은 매년 연평균 6~8% 성장하는 글로벌 항암제 시장에서 성공을 자신한다. 신라젠에 따르면 세계 항암제 시장 규모는 2014년 기준 1000억 달러(약 120조 원)였으며 2018년에는 1470억 달러(약 176조 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펙사벡의 기술가치에 대한 시장 평가액은 1조 원 이상이다. 현재 임상 중인 간암에 대한 효능이 입증되면 대장암 등 다른 암에 대해서도 치료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렇듯 신라젠의 주가 급등은 1차적으로 항암신약에 대한 시장의 ‘우호적인 전망’과 관련이 있다. 당장의 수익은 없지만 신약이 시판되면 ‘잭팟’이 터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지난 11월 21일 신라젠의 시가총액(시총)은 장중 한때 10조 원을 돌파하며 52주 신고가 기록(15만 2300원)을 갈아치웠다. 신라젠은 코스닥 대장주인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이어 시가총액 3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9일 종가 기준 신라젠은 코스닥 시총 4위인 CJ E&M과 시총 격차를 3조 원 이상으로 벌렸다. 대기업 계열이자 코스피 상장사인 롯데쇼핑, CJ제일제당, 삼성중공업도 시총 규모(4조~6조 원)에선 신라젠보다 아래였다. 하지만 현재 신라젠의 매수를 공개 추천하는 증권사는 단 한 곳도 없다. 올 초까지만 해도 신라젠의 시장 가치를 10조 원 이상으로 평가하던 증권사 리포트는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한 지난 9월 전후로 자취를 감췄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가가 왜 오르는지 (우리도) 설명하기 어렵다”라며 “신라젠 주가가 일부 고평가됐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얘기”라고 말했다.
지난 29일 북한이 75일 만에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음에도 코스닥지수는 7.49포인트 상승하며 출발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8.60포인트 오른 781.72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공교롭게도 지난 11월 초 7만 원대였던 신라젠 주가는 모건스탠리가 같은 달 14일 신라젠을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에 편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주일 새 2배 가까이 폭등했다. 같은 기간 2%대였던 외국인 주식 보유율은 5%대로 치솟았다. 모건스탠리는 주가가 최고점을 찍은 11월 21일부터 약 1700억 원 규모의 공매도 물량을 쏟아냈다. 최근일(11월 24일) 기준 신라젠 공매도 잔고는 2360억 원으로 11월 초와 비교해 30%가량 급증했다. 또 11월 22일~28일까지 신라젠 주가는 연일 10% 이상 하락했다가 다시 소폭 상승하는 널뛰기를 반복했다. 이는 신라젠에 대한 투자가 투기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지표다. 신라젠 측은 이에 대한 답변을 주지 않았다.
증권가에선 이번 주식 대박으로 회사 임직원들이 받을 거액의 스톡옵션에 대해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특히 지난해 말 신라젠 전환사채(CB)에 공모했던 투자자들은 연말로 예정된 보호예수 기간이 끝나면 10배에 가까운 시세 차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자 가운데는 개인도 있지만 기관과 사모펀드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업계 다른 관계자는 “주가가 이상 급등하는 종목에는 대부분 사모펀드가 개입돼 있다”고 했다. 신라젠 CB의 보호예수 기간은 오는 6일 종료된다. 이날 신라젠 내부에서 한꺼번에 물량이 빠져나오면 주가는 그만큼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