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강에 드리운 낙조가 피처럼 붉다. | ||
온 가족이 단란한 여행을 하면서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다.
늘 쫓기듯 살아온 일상을 벗어나 잠시 자신을, 또는 가족을 뒤돌아볼 수 있는 시간.
가수 조영남이 노래한 ‘라디오 TV도 없고 신문 잡지도 없고 전화 한 통 걸려오지 않는 멀고 조용한 곳’으로의 여행은 바로 피곤하고 지친 현대인들이 가장 꿈꾸는 여행이 아닐까. 특히나 중요한 것을 생각하고 싶은 연초 같은 시기엔 더욱 그렇다. 평소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모든 일상과 관계들로부터 완전히 단절하여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휴식을 퇴휴(Retreat)라고 한다. 천주교의 피정이나 불교 사찰에서 운영하는 템플 스테이는 좀 더 완벽하게 쉬어볼 수 있는 방법이다.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는 피정과 템플 스테이 장소들을 소개한다.
[경기 가평] “품에” - 청평호변 조용한 묵상처
남이섬~복천리(호명산 입구) 사이 강변에 있는 금대리를 찾아가면 ‘품에’라는 작은 간판이 나온다. 금대리는 도로표지판을 통해 금방 알아볼 수 있다.
찻길에서 강변쪽으로 500m정도만 들어가면 언덕 위에 붉은색 건물이 나타난다. ‘품에’(031-582-8249, 018-407-8249, 가평읍 산유리)는 성당이 아닌 개인집이다. 누구나 올 수 있는 자유로운 쉼터로 대부분 입소문을 통해 찾아오는 가톨릭 신자와 수녀, 수도자들이 소규모 단체로 찾아와 피정을 즐긴다.
건물은 피정관과 휴식관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엄밀히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스케줄은 찾아온 이들이 자유롭게 만들어갈 수 있다. 40여 분 정도 걷기 좋은 산길과 발 아래 흘러가는 북한강 줄기, 밤하늘의 별빛, 이른 아침 물안개가 감동을 준다. 1박2일 10인 기준으로 15만원을 받는다.
경춘국도 46번 가평구간에서 강변쪽으로 난 남이섬~복정리 구간 도로는 75번 국도 구간으로 지정돼 있다. 청평댐 옆으로 가는 방법도 있지만(15㎞), 호반 드라이브보다는 빠르고 편안하게 도착하는 게 목적이라면 아예 경춘국도 가평 입구까지 가서 남이섬 입구를 지나쳐 금대리로 들어가는 것이 훨씬 낫다.
좀더 빠른 길은 경춘국도 청평~에덴휴게소 사이에 있는 상천역 입구를 거쳐 들어가는 길이다. 산 하나만 넘으면 복정리가 나타난다. 경춘선 열차를 이용할 때는 가평역에 내려 연락한다.
남이섬 가평탑랜드(031-582-5372)가 가깝다. 식사는 품에에서 해결된다. 강변에 전통 방식으로 요리하는 매운탕집들이 여럿 있다. 사조연수원 옆 금대식당(582-5986)은 후한 시골 인심에 매운탕과 닭백숙이 싸고 맛있고 푸짐하다.
▲ (1번)낙산사. (2번)1895년 세워진 공세리 성당. (3번)일반 가정집인 ‘품에’에선 아늑한 분위기에서 충분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 ||
여주 도전리 방면은 예전에 천주교가 박해를 받을 당시에 피신해 들어온 신자들이 둥지를 틀었다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가톨릭단체가 많다. 피정을 할 수 있는 곳은 스승 예수 제자 수녀회(031-886-1101)다. 한적한 자연을 배경으로 서있어 조용한 피정이 가능하다.
숙박동 40실은 독방으로 이뤄져 있고 1박3식 기준 3만2천원이다. 오전 6시30분에 미사를 보고 식사시간 외에는 자유롭다. 일반인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문턱을 없앴다. 뒷산에 조용히 묵상할 수 있는 산책로가 있다.
영동고속도로 여주IC에서 나오자마자 우회전. 읍내 사거리에서 여주대교를 건너 42번 국도 따라 사거리에서 북내면 쪽으로 좌회전. 북내면에서 중암리쪽으로 들어서 고갯길을 넘어서면 도전리다.
주변에 강변 사찰 신륵사와 목아불교박물관, 명성황후 생가는 누구나 들르는 명소들이다. 참숯익는 마을(881-2627) 숯가마터와 삿갓봉 여주온천(885-4800)은 피로를 풀 수 있는 건강시설이다.
보배네집(884-4243) 만두와 보리밥과 읍내 마을해장국집(885-2450) 시골해장국(885-2022)이 좋다. 강천면 조선옥(883-3939)은 한정식으로 소문난 집. 목아박물관내 걸구쟁이네(885-9875) 산채정식과 신륵사 앞 미아리회관(884-5040)의 매운탕은 관광객들에게 사랑받는 메뉴다. 테마 카페 언덕말(886-1144)에는 잠사박물관이 있다.
[충남 아산] “공세리 성당” - 방학기간 가족 피정 적합
가족 피정에 특히 적합한 곳이다. 아산만 방조제를 지나면 산 언덕에 성당(041-533-8181, 아산시 인주면 공세리)이 있다. 금방이라도 들어갈 수 있을 것처럼 지척인데 행여 길을 잘못들면 몇 번을 돌아야만 찾아갈 수 있다.
공세리 성당은 1895년에 성일륜(애미리오) 신부에 의해 세워진 고풍스런 고딕식 2층 건물. 충청도 내포지역의 공세리 일대는 한국 천주교회 초창기에 이미 내포의 사도로 불린 이존창이 천주교를 전래한 유서깊은 성당이다. 성당 옆으로는 한적한 오솔길과 길가에 예수의 수난을 묵상할 수 있는 14처가 마련돼 있다.
피정의 집은 특히 방학기간에 맞춰 가족을 위한 행사를 준비해두고 있다. 가족피정인 경우에는 4만원이고 30명 이상인 경우는 2만5천원씩이다. 난방비는 하루 20만원이다.
서해안 고속도로 서평택IC - 39번 국도를 따라 아산만 방조제 건너 약 1km 직진하면 작은 동산이 하나 나오고 그 뒤쪽에 성당이 있다.
주변에 아산만 삽교천과 현충사 외에 아산온천(041-541-5526)과 스파비스(539-2000, spavis.co.kr), 전통의 온양온천 등이 있다. 아산만 방조제 앞 도로변 기사식당(681-3325)은 간단하게 식사하기에 괜찮은 곳이다. 아산온천 단지에 낙원가든(541-6866)은 특허까지 받은 앉은 뱅이갈비탕을 자랑한다. 삽교방조제쪽 문방리 장어촌에서는 옛날돌집(533-6700)이 원조격이다.
[충남 당진] “솔뫼 피정의 집” - 성 김대건 신부 탄생지
충청도 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솔뫼성지(041-362-5021~2, solmoe.net, 당진군 우강면 송산리)를 찾는데 다소 애를 먹어야 한다. 팻말이 잘되어 있기는 하지만 어느 순간 나타난 마을 앞에서 팻말을 놓치고 만다. 공세리처럼 빼어난 건물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 (1번)솔뫼성지, (2번)영탑사. (3번)여주 스승예수 제자 수녀회, (4번)양양 오생문, | ||
그저 썰렁한 공간에 역사를 증명해주는 것은 3백여 년의 연륜을 지닌 소나무숲뿐이다. 이곳에도 피정의 집이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서해대교 건너 송악IC로 나간 뒤 38번 국도와 622번 지방도로를 이용해 합덕으로 간다. 합덕읍내에서 북서쪽으로 1.5km거리. 주변에 면천읍성과 영탑사가 있다.
서해안관광농원(356-2025)에서 눈썰매와 함께 전통식 구들방 찜질이 가능하다. 해뜨는 서해바다 당진 왜목리와 석문, 대호방조제 드라이브는 권할 만하다.
[그 밖의 피정소]
▲배론성지 두메꽃 피정의 집(충북 제천, 043-651-4527, baeron.or.kr)
기도실, 독방(3실), 3인(1실), 5인(1실), 10인(1실). 1박3식 기준 3만5천원. 중앙고속도로 신림IC-봉양면 방향 5번국도 이용.
▲풍수원 성당(강원 횡성, 033-343-4597, pungsuwon. or.kr)
온돌방 2실 규모. 30명 이상일 때 1박3식 기준 1만5천원이다. 난방비 10만원 별도. 개인 피정은 주변 민박 이용. 6번 국도 이용. 횡성에서 16㎞ 풍수원 마을.
[강원 양양] “낙산사” - 방학중 불교학교 운영
우리나라 최대 명산인 설악산을 찾아갈 때 으레 들르는 곳이 낙산도립공원(관리사무소 033-670-2518-9, 낙산사 672-2448)이다. 낙산사는 낙산 해수욕장 북쪽의 야트막한 오봉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해돋이는 관동팔경의 하나로 꼽힐 정도로 장관이다. 사철 해돋이를 보려는 사람들이 일찍부터 모여들기 때문에 개장도 일출 시간에 맞추어 시작된다.
이곳에서 사철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 개인의 경우 3만원이고 여행사(033-645-3033, koreaitour.com)를 통할 때는 1박2일에 어른 5만5천원, 초등학생 4만5천원이다. 다도체험, 발우공양(7인 이상), 저녁예불 등을 체험할 수 있다. 겨울철에는 초등생들에게 불교학교를 연다.
[충남 공주] “마곡사 자비명상” - 충남 지역 최대 사찰
공주시 사곡면의 마곡사(041-841-6221-2, magoksa. or.kr)는 태화산(416m)속에 푹 파묻혀 있다. 우리나라 사찰의 28본산의 하나로 충남의 모든 사찰을 관할하는 큰 절이다. 이곳에서는 자비명상 템플스테이(1월21-25일)와 함께 일반인이 참여할 수 있는 선수련회(1월28-2월1일)를 운영한다. 참가비 3만원(1박3식 기준)이며 신청은 전화나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된다.
천안-논산간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정안IC-23번 국도-사곡면 사무소에서 우회전. 마곡사 입구까지 진입가능. 공주에서 27km(30여분). 웅진나루변 공산성을 비롯하여 공주의 백제유적을 돌아볼 기회다. 마곡사 앞에는 태화가든(041-841-8020)은 친정어머니의 대를 이어서 딸 윤순옥씨가 맛을 이어 특별한 산채정식과 산채비빔밥을 낸다.
[그 밖의 템플 스테이]
신흥사(031-357-2695 경기 화성),신륵사(031-885-2505 경기 여주), 구룡사(033-732-4800 강원 원주), 부석사(041-662-3824 충남 태안), 대흥사(061-534-5502 전남 해남), 백양사(061-392-7502 전남 장성), 성륜사(061-363-0081 전남 곡성), 대원사(061-852-1755 전남 화순), 원명선원(064-755-3322 제주) 등 큰 절들이 겨울방학기간 혹은 연중 템플 스테이가 가능한 절들이다. 전문 사이트(info.ibuddhism.org)에 들어가면 자세한 운영 계획을 볼수 있고 참가 신청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