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덕사 앞 천연기념물 호두나무. | ||
완만한 등산로와 맑은 계곡이 많아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광덕산이 있고, 한때 경기 충청 일대는 물론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대찰로 명성을 누렸던 광덕사가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고속철 시대가 열리면서 이제는 수도권에서 당일 코스로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이 늘었다. 천안역이나 터미널에서 광덕사로 들어오는 버스가 있어 더욱 이용이 편리하다.
험한 바위가 별로 없어 ‘널리 덕을 베푸는(廣德) 산’이라 불리는 광덕산(699m)은 충청도 인심만큼이나 넉넉하고 푸근한 품을 갖고 있다. 천안과 아산시의 경계에 위치하여 북으로는 만경산, 태화산 등 제법 넓은 산지를 형성하고 있다.
광덕산 주차장에서 입구에 이르러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호두 전래 사적비’다. 우리나라 호두 재배의 발원지로서, 천안 명물 호두를 기념하여 세운 비석이다. 비석 주변이 예쁜 화단처럼 잘 꾸며져 있어 기념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다.
곧이어 닿는 곳은 일주문, 얼마 안 가 광덕산의 푸른 산록에 묻혀 있는 광덕사를 볼 수 있다. 웅장하거나 크지 않지만 단아하고 정갈한 절의 분위기가 답사객의 마음을 차분하게 정화시켜 준다.
대웅전 입구 보화루 앞에는 4백 년 된 천연기념물 호두나무가 서 있다. 백로가 지난 9~10월께 수확하는 호두나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손톱 크기만한 초록색의 호두 열매가 벌써 맺히기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넓게 퍼진 나무의 모양새와 잎을 기억하고 광덕산 등산로를 지나가다 보면 곳곳에 호두나무가 자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광덕산은 산세가 부드럽고 유연하여 종점 주차장에서 정상까지 1시간 20분 안팎이면 도착할 수 있다. 김부용 묘소와 장군바위를 거쳐 돌아서 가더라도 2시간이면 닿을 수 있다. 등산로 초입부터 맑은 계곡이 함께 하여 울창한 나무와 더불어 가는 길이 즐겁다. 조선 3대 명기 중 한 명인 운초 김부용의 묘는 광덕사에서 8백m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항상 꽃다발이 놓여 있는 묘 주변엔 산나물을 캐는 사람들만 간혹 찾아올 뿐이다. 직육면체형 거암 위에 작고 네모진 바위가 얹혀 있어 마치 장군처럼 보이는 장군바위를 거쳐 정상에 오르면 천안과 아산 시가지가 한눈에 보이고 깊은 계곡 아래로 광덕사도 내려다 보인다. 서남 방향으로 오서산, 남동 방향 계룡산도 시야에 잡힌다. 날이 맑은 오후에 갔다면 동해의 일출보다 아름답다는 광덕산 일몰을 감상할 수도 있다.
여유롭고 조용한 한때를 광덕산에서 보내고 나면 찾은 이들의 마음에 모두 큰 덕[廣德]이 쌓이지 않을까 싶다.
고려 말 역관 유청신(柳靑臣)이 원나라에 다녀오면서, 묘목과 종자를 얻어다 고향 광덕사 부근에 파종한 것이 국내 호두재배의 시초로 전해 온다. 호국(胡國)에서 가지고 왔고 모양이 복숭아와 비슷하다 하여 호도(胡桃)라 불리게 되었는데, 그후 사람들이 호두로 많이 발음하므로 바뀐 형태가 굳어져 호두가 표준말이 되었다.
땅이 비옥하며 따뜻한 곳에서 잘 자라므로 천안 광덕면 일대가 생육의 최적지로 알려져 있다. 밤 은행 땅콩 등과 함께 부럼 과실로 쓰이고 담백 고소한 맛과 영양으로 어린이의 두뇌발달에 도움을 준다. 우연히도 생긴 모양까지 사람의 뇌와 비슷하게 생겨 머리가 좋아진다는 말이 더 그럴듯하게 들린다.
열차에서 파는 천안 명물 ‘호두과자’는 알이 크고 하얀 팥앙금이 꽉 차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알짜배기 호두 알갱이가 들어있어 고속도로 휴게소 제품과는 확실히 다른 별미다. 광덕면에서도 학화호두과자(041-551-3370) 등이 유명하다. 광덕사 주변에서는 호두 빈대떡도 맛볼 수 있다. 감자, 도토리, 버섯가루에 각종 야채를 넣은 후, 광덕산 호두 고명을 얹은 빈대떡(5천원)은 출출한 등산객의 입맛에 그만이다. 직접 호두 농사도 짓는 음식점 ‘좋은날에’(567-0705) 등에서 먹을 수 있다.
▲충남 천안시 광덕사 ▲천안 시내버스 610, 611(천안역-공용터미널-신부동) ▲포인트: 광덕산 계곡, 광덕사, 부용묘, 장군바위, 아산 외암 민속마을 등
관련정보
▶광덕사~천안 시내버스는 40분에 한 대씩 운행. ▶광덕사 주차장 평일 1천원, 휴일 2천원(100m 아래 상가 지역 주차장은 무료) ▶입장료 없음 ▶광덕사 종무소(041-567-0050) / 천안시 문화관광과(550-2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