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콸콸콸’ 얼음장 같은 물을 시원하게 내뿜는 임산폭포. 산 속 어디에 저렇게 많은 물을 숨겨놓았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 ||
그래서 이곳 가평은 이렇게 더위가 찾아들 때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다.
가평은 험한 산세를 자랑하는 곳이라 폭포만 해도 부지기수다. 칼봉산에 있는 수락폭포와 용추폭포는 기본. 북면 안쪽으로 들어가면 임산이라는 곳에 임산폭포가 있고 명지산에도 여러 개의 폭포가 있다. 더 위로 올라가면 화악산 자락 조무락골이 나오는데 그 위로는 화천과 연계가 된다. 도마치계곡과 용소, 무주채폭포가 있다.
여러 폭포와 계곡을 한꺼번에 돌아 볼 수는 없는 일. 좋은 곳이 너무 많아 어느 쪽을 소개해야 할지 난감할 정도다.
경기도의 최고봉인 화악산 자락, 그와 맞닿은 석룡산(1,155m) 기슭의 복호등 폭포는 가평의 계곡으로는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편이지만 비교적 가벼운 기분으로 한나절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다른 폭포들은 계곡 입구에서 대부분 5∼10분 정도 걸어 오르면 닿을 수 있어 운동량이 적지만 복호등 폭포를 감상하려면 적어도 40분 정도는 족히 걸어야 한다.
석룡산은 가평군 북면과 화천군 사내면에 걸쳐 있다. 세파를 모르는 오지이자 마지막 비경지대인 석룡산엔 지금도 희귀식물이 많이 살고 있어 자연의 보고라 할 만하다. 정상에 서면 동남쪽으로 경기도에서 제일 높은 화악산을, 서남쪽으로는 두 번째로 높은 명지산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전망 또한 일품이다.
▲ 석룡산 백미로 손꼽히는 복호등 폭포. | ||
트레킹은 용수목-외딴집을 거쳐 조무락골, 조각넘이골, 독바위, 윗방골, 사태밭골, 흐릿든지 등 이름부터 아름다운 무수한 계곡길로 이어간다. 울창한 숲은 따가운 햇살을 가려주고 계곡물 소리는 시원함을 더해준다. 등산객들이 남겨놓은 발자국으로 길이 다져져서 초보자도 편하게 올라갈 수 있다. 많지 않은 산행객들. 먹이를 찾아나선 새들의 바스락거리는 소리에도 놀랄 정도다.
석룡산의 백미는 바로 복호(희)등 폭포다. 몇 개의 개울을 건너면 팻말이 나선다. 웅장하지는 않지만 골짜기 깊숙한 곳, 안쪽으로 들어가 있다.
폭포는 몇억겁 년이나 숨어 있었던지 굽이 돌아 쏟아진다. 이름 그대로 ‘복희시대’ 원시 자연을 그대로 간직한 듯하다. 계곡과 폭포에서 튀어나오는 물방울에 더위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가평 최북단에 자리하고 있는 도마치계곡. 강원도 화천과 경계를 이루는 지역이다. 큰 기암이 널브러져 있고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울창한 숲 그늘이 있어서 피서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그만. 계곡의 백미는 용소폭포. 입구의 마을 이름은 용소목(용수목)이다.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은 그 아래가 제아무리 단단한 암반이라도 수천 년 수만 년을 물줄기로 두드리고 또 두드려 마침내 깊은 웅덩이를 만들어 속이 보이지 않는 아득한 소를 만든다.
사람들은 그 폭이 좁으면 용이 승천한 곳이라 하여 용소라 하고 폭이 넓어 연못같이 보이면 달밤에 선녀가 내려와 목욕하는 곳이라 하여 흔히 옥녀탕 선녀탕 같은 이름을 붙여준다. 용소폭포 들어가는 길은 잠시 통제중이다.
용소를 기점으로 찾아갈 수 있는 곳이 무주채폭포(700m 정도)다. 무주채폭포는 국망봉을 향한 길인데, 도중에 바위로 된 봉우리에 소나무가 몇 그루 자라고 있는 곳을 만나게 된다. 바위봉 밑에 동굴이 있는데 ‘임진왜란 굴’이라 불린다. 옛부터 신선이 살았다는 얘기가 전해 내려온다. 가끔씩 하얀 연기가 솟아오른다는 얘기도 있지만, 이는 여름철 폭포의 물이 불어나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극화시킨 것으로 보여진다.
▲ 용소폭포가 떨어진 자리에 깊게 패인 용소(사진 위). 석룡산 초입에 자리한 조무락골은 손이 시려울 정도로 물이 차갑다. | ||
가평 북면 적목리는 원래 포천군 일동면에 예속되어 있었으나 1895년 관제개편에 의해 북면으로 편입된 부락이다. 목동삼거리에서 적목리로 직진하면 강영천 효자정문 표시와 함께 거림천(도마치계곡과 논남계곡이 서로 만나는 지점) 다리가 나타난다. 이 길로 좌회전해 들어가면 소락계곡이 이어진다. 소락개라 부르는 이 개울을 소락포라고도 부르는데 폭포개울이라는 뜻이다. 계곡 중간에 실제로 실타래같이 떨어지는 모습의 작은 폭포가 있다. 이어 논남부락을 만나게 된다. 길따라 계속 직진하면 강씨봉이나 포천 일동면 화대리로 넘어가는 길이다.
마을에서 개울을 건너 비포장 도로를 달리면 임산. 임산은 명지산 중턱에 있는 마을로 본래 화전민이 살던 곳이었다. 임산은 산이 높은 대신 풍부한 산림자원으로 한때는 벌목하는 인부들이 수백 명에 이른 적도 있다고 한다.
울창한 숲사이로 난 비포장길을 따라 가면 왼쪽 히든밸리라는 펜션이 나온다. 길따라 올라가다 산속으로 들어가 6분 정도만 오르면 시원한 물줄기가 떨어지는 3단 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주변이 놀 만큼 넓지는 않지만 물줄기가 시원하다. 논남부락 강영천 효자문이 남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