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급 연예인 수백만~수천만 원씩 빌리고 안갚아 ‘대기실 블랙리스트’에 등재
안타까운 얘기지만 연예인이 사기 혐의로 피소되는 사례가 비교적 자주 벌어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연예인이 가장 많이 휘말린 구설수 역시 ‘사기’다. 한 연예관계자는 사기 사건이 연예계 구설수의 스테디셀러라고 얘기할 정도다. 그만큼 꾸준히 유사한 사건이 많이 발생한다.
양현석(위)과 이주노. 방송화면 캡처.
사기에는 종류가 다양하다. 그런데 연예인 사기 범죄의 상당수는 채무 불이행에서 비롯된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연예인이 빚을 갚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사업 과정에서 금전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피소되기도 한다.
더욱 안타까운 경우는 채무 문제가 있지만 이를 고소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다. 바로 연예인과 연예인이 채무 문제로 얽히는 경우다. 피해 연예인 입장에선 오랜 지인인 데다 동료인 연예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데 대한 부담감이 크다. 게다가 그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질 경우에 대한 경계심도 크다. 그러다 보니 마음고생만 하는 사례들이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누구를 조심하라’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오가곤 한다. 나름의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는 것.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중견 연예인, 아니 원로급 연예인 A다. A는 오랜 기간 연예계에서 활동하며 엄청난 인맥을 자랑한다. 그를 가족처럼 따르는 동료 연예인들도 꽤 많을 정도다. 그렇지만 최근 몇 년 새 이런 흐름이 많이 달려졌다. A가 주위 연예인들에게 돈을 빌리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생활고를 토로하며 돈을 빌려가곤 했다는데 몇 백만 원에서 몇 천만 원까지 피해 금액도 다양하다.
빚을 갚으라고 매정하게 얘기하기도 어렵고 사기 혐의 등으로 고소할 수도 없는 처지에서 마음고생만 하는 연예인들이 꽤 많다고 한다. 누군가 이런 고민을 주위에 얘기하기 시작하면서 같은 이유로 속앓이하는 연예인이 꽤 많다는 게 알려지면서 “A가 돈을 빌려 달라고 해도 절대 빌려주면 안된다”는 얘기가 방송국 대기실에서 공공연하게 퍼져나갔다.
한 중견 방송인은 “워낙 가까운 사이였던 터라 절박하다는 얘기를 듣고 빌려주지 않을 수 없었다”라며 “그런데 후배들도 여럿 돈 문제가 얽혀 있다고 그래서 행여 A가 돈을 빌려 달라고 그러면 상황이 더 어렵다고 얘기하라고 주위에 얘기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사례가 중견 연예인들 사이에서 특히 많다. 직업적으로 불안정한 연예인들은 뭔가 꾸준한 수입원을 마련하기 위해 식당이나 카페를 여는 것부터 회사를 운영하는 등 각종 사업에 손을 대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게 돼 주위에 돈을 빌리는 경우가 많은 것. 비교적 연예인이 현금유동성이 원활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는 한 중견 여자 연예인 B가 방송가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남편과 함께 지인의 사업에 동업으로 참여하게 됐는데 예상과 달리 사업이 조기에 망해버린 것. 격분한 B는 사기를 당했다며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얘기했었다. 처음 돈을 빌려준 이들은 소송비용이 급하다는 얘기 때문이었고 그 이후에는 생활비가 부족하다는 부탁을 받고 돈을 빌려줬다. 결국 소송을 제기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기를 당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소송비용을 빌려준 연예인들이 돈을 갚으라고 나서진 못했다. 그 일로 인해 경제적인 어려움이 극심하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렇데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B의 집이 나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얘기와 달리 매우 좋은 집에서 여유롭게 살고 있는 모습이 방송된 탓이다. 분노한 몇몇 연예인은 B를 고소하겠다며 실제로 변호사를 만나 상담까지 받았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다급해진 B는 돈을 빌린 연예인들을 찾아다니며 해명하기 시작했다. 집까지 경매로 넘어가 친정엄마의 집에서 지내고 있는데 방송사에서 인테리어 개조를 협찬해주겠다며 집 공개를 제안해서 출연에 응한 것일 뿐이라는 것. 어머니에게 신세지고 지내는 터라 협찬 받아 인테리어 공사라도 깔끔하게 해드리고 싶었을 뿐이라며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다고 한다.
결국 소송까지는 가지 않았고 이후 B는 보다 열심히 방송 활동에 매진하며 돈을 모았고 지금은 동료 연예인들에게 빌린 돈을 대부분 갚았다고 알려져 있다.
연예인들은 동료 연예인의 배우자와 얽힌 금전 문제도 심각하다고 얘기한다. 고수입자인 연예인은 재테크에 관심은 많지만 잘하진 못한다. 이럴 때 재테크에 능한 것으로 알려진 연예인의 배우자들에게 도움을 받곤 하는데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곤 하는 것. 펀드매니저로 알려진 연예인의 남편이 동료 연예인들의 돈을 관리해주다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동료 연예인 배우자의 사업에 투자했다고 큰 손해를 본 경우도 있다.
방송가에선 몇 년 전 펀드매니저인 한 연예인의 남편에게 돈 관리를 부탁했던 몇몇 연예인들이 큰 손해를 본 일이 있다. 이에 격하게 항의하는 동료 연예인들에게 그 연예인은 “그렇다고 애들 아빠하고 이혼을 할 순 없는 일 아니냐”며 눈물의 호소를 했다고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