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국방부-국세청 로비대상으로 지목
앞서 일요신문은 지난달 13일 ‘[단독] 홈캐스트 주가조작 키맨 재수사 진짜 이유’ 기사에서 최 변호사의 탈세 의혹과 박근혜 정부 실세를 상대로 한 로비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일요신문DB
지난 5일 검찰은 “최 변호사가 변호사 수임료를 축소 신고하고, 차명계좌를 운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34억여 원의 세금을 포탈했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최 변호사가 ㅎ은행 지점장 명의의 입금증을 위조해 수십 개의 차명계좌를 운영하고, 이중장부를 작성해 법인세 등을 탈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최 변호사는 “검찰 수사가 앙심을 품은 제보자에 의해 기획됐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변호사가 받는 의혹은 크게 두 가지다. 국가로부터 피해를 입은 국민에게 돌아가야 할 배상금 수백억 원을 횡령한 의혹, 이 횡령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탈세 사건은 전자에서 파생된 ‘별건’일 가능성이 높다. ‘본건’은 후자인데 만약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지난 ‘정운호 게이트’ 못지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검찰은 지난해 최 변호사가 2013~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고위직을 지낸 거물 법조인을 상대로 수억 원의 현금을 전달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구체적으로 범행 당일 새벽 최 변호사의 차명계좌에서 수억 원이 빠져나갔고, 이 돈이 쇼핑백에 담겨 차량 앞 조수석에 실렸으며, 실제 현금이 전달된 장소는 서울 모 테니스장이라는 내용이다. 실제 최 변호사는 평소 ‘고위공직자’와 인연을 주변에 강조했고, 금품 로비 의혹을 받는 거물 법조인과 같은 테니스동호회에서 활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검찰은 관련 첩보의 진위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세청은 2015년 최 변호사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일부 탈세 혐의를 포착했지만 형사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초 사건을 접수한 서초세무서는 서울지방국세청으로 사건을 이관했지만 별도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검찰은 국세청 로비 의혹과 관련해 최 변호사의 옛 운전기사 이 아무개 씨가 작성한 자술서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해당 자술서에는 서울 서초구 소재 ㄷ 오피스텔에서 최 변호사 측이 세무공무원을 상대로 접대를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세무조사를 앞두고 최 변호사는 사건 수임료를 축소한 약정서 3600여 장도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2014년 9월 서울서부지검 소속 현직 검사가 최 변호사에게 수차례에 걸쳐 수사 정보가 담긴 음성파일 140여개를 전달한 정황을 잡고 ‘윗선’의 개입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특히 검찰은 2014년 9월 서울서부지검 소속 현직 검사가 최 변호사에게 수차례에 걸쳐 수사 정보가 담긴 음성파일 140여 개를 전달한 정황을 잡고 ‘윗선’의 개입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앞의 거물 법조인이 개입했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최 변호사는 2014년 당시 200억 원대 횡령 및 탈세 의혹 등으로 서울서부지검의 수사를 받고 있었다. 해당 사건은 2017년 1월이 돼서야 탈세 혐의를 뺀 ‘140억 원대 횡령 사건’으로 공소장이 작성됐다.
당시 검사가 최 변호사에게 건넨 음성파일은 이 사건 제보자로 알려진 연예기획사 O 사 대표 ㅈ씨의 접견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다. ㅈ씨는 최 변호사를 속여 수십억 원을 투자받은 혐의(사기 등)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ㅈ씨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ㅈ씨는 최 변호사를 ‘회장님’으로 부르고, 수억 원의 수표를 한꺼번에 받아 각종 사업에 투자하는 등 자금 관리를 도맡았다. 최 변호사는 2013년 한 해에만 ㅈ씨에게 8차례에 걸쳐 모두 60억 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ㅈ씨는 이 돈을 투자 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했고, 피해자인 최 변호사는 ㅈ씨를 사기 등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ㅈ씨는 재판 과정에서 “최 변호사의 지시에 따라 투자금 일부를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ㅈ씨 주장의 신빙성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최근 대면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밝혔듯 법조계 안팎에선 이번 사건의 파장이 국방부에까지 미칠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최 변호사는 군용비행장이 있는 지역 주민들을 대리해 정부를 상대로 소음피해 집단소송을 벌였다.
감사원의 ‘2011년 국방부 감사 결과문’과 국회 국방위원회가 2013년 작성한 ‘군용비행장 소음피해 보상법안 검토보고서’ 등에 따르면 국방부는 이른바 ‘대구비행장 사건’에 따른 배상금으로 2013년 2월까지 모두 2167억 원을 지급했다. 최 변호사는 2004년부터 대구비행장 사건을 맡은 대표변호사였다. 최 변호사가 집단소송을 맡은 지역(대구, 수원, 충주)의 배상금 합계는 3111억 원에 달한다. 감사원에 따르면 최 변호사는 2010~2011년 사이 소송 배상금으로 1403억 원을 받았다.
그러나 감사원은 집단소송 원고 가운데 75명이 중복소송을 제기하고, 1억 3900만 원의 배상금이 부당 청구된 사실을 적발했다. 또 238명의 원고가 소송 직후 사망하거나 거주지가 없는 등 배상금을 받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소송대리인(최 변호사)이 배상금을 공탁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하라고 국방부에 통보했지만 최 변호사는 오히려 공탁돼야 할 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또 국방부는 기존에 없던 소음대책비 명목으로 2013년부터 860억 원을 국방 예산에 끼워 넣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ㅈ씨 판결문에 등장하고, 최 변호사에게 유리한 증언을 했던 A 씨는 국방부 중앙 부처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2013년까지 최 변호사 사무실의 비서로 근무했고, 회계직원과 함께 자금관리를 담당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6일 법정에서 만난 최 변호사는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