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꽁꽁 언 소양호에서 빙어 잡는 가족. | ||
꽁꽁 언 호수 위에 구멍을 뚫고 간이 의자에 앉아 낚시줄을 드리운 겨울 강태공. 날이 추울수록 어울리는 얼음낚시는 그 정경만으로도 영화 같은 낭만이 느껴진다. 그 얼음 밑에서 건져올리는 손가락만한 물고기를 빙어라 한다.
빙어 낚는 채비는 견지낚싯대나 소형릴대 또는 만낚싯대 등 여러 가지를 사용할 수 있지만 간단히 견지낚싯대 하나로도 충분하다. 파리채처럼 생긴 견지낚싯대는 현지에서 구입할 수 있는데, 1대에 4천원이다. 빙어가 가장 좋아하는 미끼는 구더기. 꼬리를 살짝 꿰어 꿈틀꿈틀 살아 움직이도록 하면 된다. 낚시법도 어려울 게 없다. 끌을 이용, 빙판에 지름 20cm 가량의 구멍을 낸 뒤 구더기 미끼를 꿴 낚싯줄을 구멍 속으로 드리우고 살살 고패질(미끼가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낚싯줄을 올렸다 내렸다는 하는 것)만 해주면 된다. 초보자도 자리만 잘 잡으면 30분에 20~30마리 정도는 너끈히 잡는다.
지난 10일 소양호, 서울 강동구에서 온 박희숙씨(38)는 혼자 힘으로 1시간에 70여 마리나 낚았다. 물론 낚시 경험이 거의 없는 초보자. “빙어낚시는 처음인데요. 이렇게 많이 잡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 썰매 타며 겨울을 만끽하는 가족. | ||
집에서 챙겨야 할 필수품은 따뜻한 옷 하나가 전부인 셈이지만, 낚은 빙어를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요리 준비가 많을수록 좋다.
빙어 낚시의 즐거움은 뭐니뭐니 해도 먹는 즐거움이 절반이다. 빙어의 첫맛은 역시 회. 꾼들은 잡아 올리자마자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빙어 맛을 최고로 친다. 상큼한 수박향과 시원한 오이향이 난다 해서 별명까지 과어(瓜魚). 비린내가 없고 연한 뼈까지 오도독 오도독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튀김도 별미다. 밀가루를 대충 입혀 끓는 기름에 풍덩 넣으면 빙어튀김 완성. 초고추장과 갖은 야채를 버무려 만드는 빙어회무침과 매콤한 매운탕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회무침과 매운탕은 소주와 찰떡궁합. 꽁꽁 언 뼈, 곱은 손이 살살 녹는다. 식성 까다로운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라면에 빙어를 넣어 끓인 ‘빙어 라면’이 인기다.
라면과 빙어 회를 찍어먹을 초고추장은 기본. 빙어 튀김을 위해 취사도구와 기름, 밀가루를 준비하면 금상첨화. 상추와 채 썬 배를 준비하면 회 무침도 가능하다.
소양호 빙어낚시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은 썰매타기다. 낚시가 지루하다 싶을 즈음이면 낚시터는 이내 썰매장으로 변한다. 호숫가에 썰매를 대여해주는 업소가 많다. 썰매 한 대의 하루 대여료는 5천원. 썰매 한 대로 3명까지 같이 탈 수 있으니 과히 비싼 것은 아니다.
꽝꽝 얼어붙은 소양호 얼음벌의 규모는 자그마치 3백만 평. 가까운 곳만 가볍게 한 바퀴 도는 데도 30분 이상 걸린다. 주말과 하루 20만 명 이상이 찾는 축제 기간에는 많이 붐비므로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1월 말 주말에는 소양호 인제 지역에서 빙어축제도 열린다. 오붓하고 한가롭게 썰매를 타거나 낚시를 즐기려면 주말 축제기간을 피하는 것이 외려 나을 듯하다.
▲ 추위를 느낄 새도 없이 낚는 재미,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 ||
▲인제 가는 길
수도권에서는 팔당대교 끝에서 6번 국도 이용. 양평-홍천까지 간 후 44번 국도를 따라 속초 방면으로 간다. 인제군 신남면 소재지에서 조금 더 가면 부평쉼터와 부평교가 나오고 왼편으로 신남선착장이 나온다. 중앙고속도로 홍천IC에서 빠져나와 44번 국도를 타고 신남까지 가는 것도 방법. 당일 여행이라면 새벽에 일찍 출발하는 것이 좋다. 주말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5~6시까지 낚시터 부근 교통이 혼잡하므로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좋다.
▲빙어축제 정보
빙어를 소재로 펼쳐지는 국내 유일의 축제. 오는 27일부터 30일까지 나흘 동안 소양호 신남선착장 일원. 빙상골프, 빙어낚시교실, 얼음썰매, 얼음축구, 얼음 속 빙어찾기 등 겨울놀이 중심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www.injefesti val.co.kr. 033-460-2082
▲빙어낚시 명소
소양호 외에도 빙어낚시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는 춘천, 의암, 파로호 등 강원권의 유명 호수와 제천 의림지, 강화 분오리지, 괴산 신흥지, 음성 내곡지, 진천 백곡지, 포천 냉정지 등을 꼽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호수의 풍광이 수려한 강원권의 호수들과 제천 의림지가 인기. 제천 의림지의 경우 매월 정월 대보름에 ‘공어(빙어)축제’를 연다.
빙어는 아니지만 강원도 양구와 화천에서도 얼음낚시를 즐길 수 있다. 주요 어종은 메기와 산천어. 양구 서천 둔치에서는 23일까지 ‘웰빙 메기 축제’(www.yanggu.go.kr)가 열리고, 화천에서는 30일까지 ‘산천어축제(www.hwacheon. gangwon.kr)가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