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도 배우고 작품도 만들고
▲ 갈산토기 체험장 금촌관.옹기가 촘촘히 박힌 지붕이 재밌다 | ||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장독이 사라지고 있다. 김칫독은 김치냉장고가 대신하고, 장류도 사다 먹기 시작하면서 장독은 사라질 위기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를 이어 옹기를 굽고 있는 곳이 있다. 충남 홍성에 자리잡은 ‘갈산토기’. 이곳은 옹기 생산뿐 아니라 체험학습장도 열고 있다. 옹기 제작 과정을 견학하고, 직접 물레를 돌리며 함께 질그릇을 빚다보면 우리 전통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옹기 사랑이 절로 솟는다.
‘갈산토기’는 멀리서 보더라도 한눈에 전통옹기를 굽는 곳임을 알 수 있다. 황토 흙을 바른 벽에다 지붕에는 기와 대신 작은 옹기들을 촘촘히 박아 매우 토속적이면서도 이색적이다. 조붓한 마당에 들어서면 한켠에 차곡차곡 옹기들이 쌓여 있고, 떡메 치는 소리와 수레 돌아가는 소리가 장단을 맞추는 게 정겹게 들린다. 이곳에서 옹기장 방춘웅씨(65)와 장성한 그의 자녀들이 5대째 옹기를 굽고 있다.
여기에는 주작업장과 보조작업장, 체험학습장 그리고 옹기전시판매장 등의 건물이 들어서 있다. 2백여 평 주작업장은 옹기의 생산이 이뤄지는 곳으로 7개의 물레와 2개의 가마가 있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며 옹기 생산의 전 과정을 볼 수 있다.
옹기는 우선 반죽해서 쌓아둔 흙을 낫처럼 생긴 도구로 깎아내는 ‘깨끼질’부터 시작한다. 흙 속의 불순물을 걸러내는 과정. 여러 번 깎아낼수록 흙이 고와진다. 보통은 두 번을 깎고, 결이 고운 질그릇을 만들려면 세 번을 깎는다.
▲ 자동물레를 돌리며 옹기를 만드는 어린이들. | ||
꽃메질이 끝나면 옹기 바닥을 만드는 ‘바닥치기’와 그 위에 몸통을 올리는 ‘수래질’이 이어진다. 황순원 소설 <독짓는 늙은이>에서 묘사된 ‘…반쯤 독을 지어 올려, 안은 조마구 밖은 부채마치로 맞두드리며 일변 발로는 틀을 돌리는…’ 장면이 바로 수래질이다. 물레가 돌아갈 때마다 서서히 옹기의 모양이 갖춰진다.
몸통이 만들어지면 주둥이와 손잡이를 만들고 무늬를 내어 반건조에 들어간다. 약 50% 정도 건조되면 ‘잿물 입히기’로 들어간다. 옹기에는 콩깍지나 솔개피를 태운 잿물을 쓴다.
잿물을 입힌 옹기는 일주일가량 완전건조 후 마지막으로 ‘굽기’에 돌입한다. 1천2백50℃의 뜨거운 불가마 속에서 12시간을 굽는데, 전통가마의 경우 절반만 건져도 성공적이라고 한다. 현대식 가마는 보통 80% 가량의 온전한 옹기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제작과정을 둘러본 후에는 체험학습장에서 직접 물레를 돌리며 뚝배기나 고추장단지처럼 작은 질그릇을 관광객이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발로 돌리는 전통물레가 어려워 자동물레를 사용한다.
▲ 1.깨끼질, 2.꽃메질, 3.바닥치기, 4.수래질, 5.유약바르기, 6.굽기 | ||
아직 어린 아이들은 체험장 한켠에서 흙덩이로 저마다 만들고 싶은 것들을 빚는다. 어린이들의 작품은 흡사 고대의 토우를 보는 듯 하다.
직접 만든 작품은 체험자가 원할 경우 가마에서 구워 집으로 배달해준다. 질그릇을 건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2주. 배달되는 데까지 넉넉잡아 3주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신의 작품을 받아볼 수 있다.
옹기도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작은 고추장단지는 1만원, 중간 크기 김치항아리는 6만원선이다. 문의 041-633-1711, 011-741-4133. 체험비용 1인 7천원.
▲가는길: 서해안고속도로 홍성IC 지나 해미/서산 방면 29번 국도로 갈아탄다. 5km 정도 가다보면 갈산면 동성리 옹기마을 이정표가 보인다. 이곳부터 광성초등학교 끼고 1km 달리면 갈산토기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