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판+숙소 합쳐져 ‘성폭력 화약고’…스태프가 짐승 돌변도
지난 11일 제주도 게스트하우스(게하)를 운영 중인 한정민이 숙박한 피해자 A 씨를 살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제주도 게하 관계자 사이에서는 ‘터질 일이 터졌다’는 평이 대세다. 성폭력 사태가 빈번하게 벌어진다는 이야기는 제주도 게하 사이에서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였다.
제주도 게스트하우스에서 술판을 벌이고 성폭력 사태가 빈번하게 벌어지는 등 ‘파티 게하’ 문화가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게하 사이에서 가장 큰 문제는 ‘파티 게스트하우스’였다. 한 전직 파티 게하 운영자는 ‘화약고나 다름없다’고 말할 정도다. 게스트하우스 사장들이 말하는 파티 게하의 역사는 2014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올레길 붐을 타고 제주도 게하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2012년 올레길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해 관광객이 기피하면서 침체기에 빠져들었다. 상황을 타개하고자 나온 게 ‘파티 게하’였다.
전에도 손님들이 돈을 모아 고기 등 음식과 주류를 구입해 먹을 수 있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있었지만 파티 게하에서는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변한다.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모아 이야기 장을 만들어주는 정도를 넘어 성비를 관리하고 ‘미팅’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특히 약 20개 정도 되는 게하에서는 DJ를 불러 본격 파티까지 열리고 있다.
파티 게하가 화약고인 이유는 술을 마시는 곳과 자는 곳이 합쳐져 있다는 점이다. 어디서 자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범죄 표적이 되기 일쑤다. A 파티 게하를 운영했다는 전 사장은 “이번에 살인 사건이 발생한 게하의 수준이나 매니저 인성과 큰 차이가 없는 게하가 많다. 특히 파티 게하에서는 고객뿐 아니라 스태프도 고객에게 추파를 던지고 취한 고객을 다른 숙박업소로 데리고 나가는 경우도 많았다”며 “스태프들은 새로운 이성과의 사랑을 꿈꾸며 취업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남성 스태프는 대놓고 여성과의 잠자리가 목적인 경우도 흔했고 실제로 여성 손님과 빈번하게 음주 후 나가는 스태프도 많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주도 B 게하 사장도 “술에 취해서 여성 방에 강제로 들어가거나 방에 잠금장치조차 되지 않아 고객이 경찰을 부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설명했다.
파티 게하가 불법적인 요소도 있다. 먼저 일반음식점 등록을 하지 않고 술을 판매하는 경우다. 게하 사장들은 대략 20~30% 이상이 불법적으로 술을 판매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성비를 맞추거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스태프들이 사실상 접대로 볼 수 있는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고 한다.
B 게하 사장은 “남녀 성비가 안 맞을 때면 인근으로 남녀고객을 보내줄 수 있는지 타진하는 경우가 흔하다”며 “보통 성비가 안 맞을 때는 휴무 스태프들도 나가서 음주를 하면서 분위기를 맞춰야 한다”고 귀띔했다. C 게하 사장은 “스태프들이 앉아서 술을 따라주고 분위기를 주도하는 게 유흥주점이나 다를 바 없다”며 “다른 일반 음식점에서 종업원이 술 한 잔 따라줬다가 영업정지 60일을 당한 적이 있다. 제주도 게하도 잡기 시작하면 상당수가 걸릴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문제는 또 있다. 제주도 게하는 대부분 농어촌 민박으로 등록한다. 별 다른 요건 없이 신고만 하면 된다. 살인마가 민박을 차려도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농어촌 민박은 사장이 직접 관리하라는 의미에서 전입신고를 해야 하고 거주해야 하지만 전입신고만 했을 뿐 매니저가 전부 관리하는 곳도 많다.
게하 사장들은 “최소한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요식행위로 비칠지라도 일반음식점은 최소한의 교육, 자격은 갖춰야 하지만 농어촌 민박은 규정이 없기 때문에 최소한의 필터조차 없다고 말한다.
자격도, 요건도 까다롭지 않다보니 제주도 농어촌 민박이 3000여 개에 달하고 있다. 반면 관리도 허술해 수천 개의 민박을 각 읍사무소에서 관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B 게하 사장은 “자격 요건을 까다롭게 하거나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둘 다 힘들다면 더 이상 신고라도 받지 말고 기존 게하와 규정 정비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C 게하 사장은 “제주도가 강력범죄 부동의 1위다. 언제부터 제주도가 이렇게 됐냐. 과거 상주 인구 기준으로 경찰력이 짜여 있다고 알고 있는데 밀려드는 외지인, 관광객을 감안해 경찰을 늘려야 한다”면서 “파티 게하도 문제지만 술에 취한 여성을 데리고 나가는 광경을 보면서도 괜히 싫은 소리를 들을까봐 방관하는 현실도 문제다. 이게 강간이라는 의식이 있고 그 상황을 사람들이 제지해야 최소한 범죄는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16년 경찰 자료에 따르면 5대 강력범죄 발생 건수가 가장 높은 지역은 1만 명당 158건으로 제주자치도였다. 제주도는 2014년, 2015년에도 범죄 발생이 가장 많아 3년 연속 광역단체 1위를 기록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