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한 굴맛이 꿀맛이유~
▲ 지금 태안군 ‘볏가리 마을’에 가면 자연산 굴이 제철이다. 싱싱한 굴을 생으로도 먹고 구워도 먹고 입이 즐겁다. 개조한 마차를 타고 갯벌체험을 떠나는 여행객들. | ||
충남 태안군 이원면 ‘볏가리 마을’(관리마을)이 바로 그런 대표적인 촌마을다. 굴이 제철인 요즘 볏가리 마을에서는 찬바람도 아랑곳 않고 갯벌에 나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곳 사람들은 “웰빙이 뭐 별건가? 공기 좋은 곳에서 싱싱한 제철 음식을 먹는 거지”라고 말한다. ‘자연산 굴구이’로 보신하고, 내친 김에 겨울 바다까지 볼 수 있는 곳, 태안 볏가리 마을로 떠나보자.
“아저씨~ 아저씨~~!”
태안군 이원면 이원방조제 너머의 갯벌에선 한바탕 ‘안타까운’ 장면이 펼쳐졌다. 이미 갯벌 한가운데로 나간 마차를 보며 애달픈 몸짓을 보내는 지각생이 있었기 때문. 급한 마음에 갯벌로 들어서보지만 이내 발이 쑥쑥 빠져서 오히려 갯벌에 갇혀버리고 만다.
“엄마야~, 엄마야~!”
지각생의 비명으로 마차 안의 사람들은 더 야단이다. ‘갯벌 생태’ 설명 들으랴 웃으랴, 안타까운 마음은 뒤로하고 차 안 가득 박꽃 같은 웃음꽃이 피어났다. 바다에는 쌀쌀한 초겨울 바람이 불고 있지만, 요즘 태안군 이원면 볏가리 마을에서는 40여 명의 외지 손님들을 상대로 ‘갯벌체험’을 비롯한 여러 가지 체험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전체 60가구, 약 1백19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볏가리 마을은 얼핏 보기엔 한가로워진 농촌 풍경의 모습 그대로다. 그런데 이 소박한 마을 뒤로 거대한 서해바다가 숨어 있을 줄 누가 짐작이나 하였을까.
볏가리 마을이 위치한 태안군 이원면은 태안에서 북으로 길게 솟은 반도라서 북, 동, 서 어느 방향으로든 조금만 움직이면 이내 바다다. 유독 체험객들의 행렬이 줄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갯벌에 나가면 자연산 굴이 지금부터 제철이기 때문이다.
▲ 볏가리 활용 체험(위)과 순두부 만들기(아래). | ||
“아이구 지금이 뭐가 추워~. 한겨울에도 바람이 없는 날은 갯벌에 나가기 여사여~.”
개조된 갯벌 마차를 타고 한바탕 바람을 쏘이고 나면 금세 허기가 몰려오고, 싱싱한 굴 한 접시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12시께 마을회관으로 돌아오면 군침 도는 어촌의 밥상이 손님을 맞이한다.
“갯벌체험에 염전 견학까지 하는데, 대체 왜 이름이 볏가리 마을이죠?”
인근 서산시 팔봉면에서 견학 온 이웃사촌이 묻는다.
사실 바다를 의지해 살아가긴 하지만 볏가리 마을은 전형적인 농촌의 모습을 보여준다. ‘볏가리 마을’이라는 이름은 이 마을 대대로 전해오는 풍속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마을의 가장 큰 행사로 꼽히는 ‘볏가릿대 세우기’는 한 해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민속행사. 음력 1월14일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 논과 밭둑에 쥐불을 놓고 창호지로 오곡을 싸서 볏가리대 위에 매달아 놓았다가 음력 2월1일 오곡 주머니를 풀어 보는데, 오곡의 싹이 트는 정도에 따라 그 해 농사의 풍흉을 짐작한다는 것. 매년 ‘볏가리대’ 세우는 날에는 큰 잔치를 여는데 때를 맞춰 많은 사람들이 체험 신청을 해온다고 한다.
점심을 먹은 후에는 천일염을 생산하는 마을 염전과 동물농장 견학 순서. 아쉽게도 직접적인 염전 체험은 11월 초에 끝이 났다. 하지만 염전 앞에 서자 마을 사무장인 손영철씨가 바닷물이 소금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쉽게 설명해줘 큰 아쉬움은 없었다. 체험장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손씨가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동물농장도 들릴 수 있다. 타조, 사슴, 관상조류, 멧돼지 등 희귀한 동물들을 모아 놓아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한 곳이다.
약간의 산책 후 드디어 기다리던 굴 구이 체험이 시작된다. 체험장 앞마당에 펼쳐놓은 화로 위에 철망을 올리고 단단한 껍질로 싸여 있는 싱싱한 굴을 올려놓기 시작했다. 더러는 ‘익힐 새가 어디 있냐?’며 생굴을 먹기도 한다. 인근 서산시에서 견학 온 이웃주민들은 ‘조새(굴을 채취할 때 쓰는 전통 농기구)를 거기다 무작정 때리는 게 아니고 이 틈새에 대고 툭툭 쳐야지~’하며 서로 코치를 하느라 아우성이다.
▲ 체험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굴 구이 체험. 굴 껍질이 ‘톡’하고 터지면 입에 군침이 먼저 돈다. | ||
조새에 생굴을 찍어다가 코앞에 들이미는 농촌의 인심에 누구든지 비릿하고 짠 생굴을 덥석 물어버리고 만다. 구수한 농촌 인심만큼이나 찐한 바다 맛이 일품이다. ‘따악따악’ 굴이 다 익었다는 신호를 보내고, ‘어르신 소주 한 병 없습니까’ 하며 단단히 기분을 내는 체험객도 생겨난다. 이렇게 야외에서 먹어보는 ‘굴 구이’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가장 즐거운 체험 행사다.
굴구이에 이어 순두부 만들기까지 먹거리 체험행사가 모두 끝이 나면 오후엔 ‘몸풀기’ 행사가 시작된다. 체험장 뒤편 솔숲은 이른바 ‘희망 솟대’를 만드는 곳.
솟대는 예로부터 정월대보름날 동제를 지낼 적에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위해 장대 위에 새 형상을 만들어 마을 입구에 세워두었던 민간신앙의 상징물이다. 적당한 크기로 잘라 놓은 나무를 다듬어 오리 모양의 솟대를 만들기까지의 시간은 약 30분. 자신의 희망을 적은 천 주머니를 솟대에 매달아 두는 것도 볏가리 마을만의 전통이다. 심지어 마을주민들이 만든 솟대가 상품화되어 팔리기도 했을 만큼 이곳 사람들의 손재주는 뛰어나다.
솔숲을 빼곡히 채우는 ‘희망솟대’는 보는 이의 마음조차 부풀게 해주었다. 이곳을 다녀간 체험객들의 소망이 가득 배어 있는 솟대 만들기를 끝으로 하루 일정이 모두 끝난다.
체험 행사를 마치면 아들을 낳게 한다는 구멍바위(물이 빠지면 걸어갈 수 있다)에도 들러보자. 구멍바위 덕분에 마을에는 유독 아들 낳은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주변 볼거리로는 20분 거리에 학암포해수욕장과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해안사구지대인 ‘신두사구’가 있다. 해넘이 때는 갈대군락을 이루는 이원방조제(갯벌 체험장) 길도 황홀하다.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서산 IC-32번 국도-서산-태안방면 77번 국도-603번 지방도로-이원면 지나 볏가리 이정표가 나타날 때까지 직진.
★체험 안내:·1일 체험: 1만원(체험 및 점심 포함) ·1박 2일: 3만원(체험 및 1박 3식 포함)
★체험 종류: 갯벌체험, 두부 만들기, 솟대 만들기 등이 있고 정월대보름, 음력 2월1일에는 볏가릿대 세우기, 쥐불놀이 등 전통 민속행사 참여도 가능하다.
★문의: 041-672-7913, 011-9635-9356
박수운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