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빙벽등반은 아찔한 얼음벽을 오르며 겨울을 정복하는 겨울 레포츠다. | ||
빙벽등반을 위해 찾은 곳은 서울 강북구 우이동 오투월드 복합등산레저센터. 지하 3층, 지상 5층 규모인 건물 내부에 높이 20m, 폭 13m의 인공빙장을 설치했다. 이 빙장은 실내 빙장으로는 스코틀랜드의 아이스팩토 빙장보다 4m가 더 길어 세계 최대의 높이를 자랑한다.
빙장의 온도는 영하 5~10℃ 사이.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온도다. 빙장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준비된 등산복으로 갈아입고, 신발도 빙벽화를 갖춰 신어야 한다. 빙벽화에는 빙벽등반의 필수 장비인 날이 시퍼렇게 선 아이젠을 착용해야 한다. 물론 안전헬멧과 장갑 역시 빠뜨릴 수 없다. 안전벨트 착용도 마찬가지다. 피켈은 두 자루. 역시 얼음에 잘 박힐 수 있도록 날이 잘 관리된 것이어야 한다.
처음 빙벽을 체험하는 기자를 위해 나선 ‘1일 호랑이선생님’은 고철준 빙장팀장(44)과 최석문 강사(33). 주의사항 교육에서부터 기초안전훈련까지 한마디로 ‘FM’이다. 철저한 사전교육만이 혹시 모를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빙벽에 오르기 전 실시하는 45도 경사면에서의 각종 보행법과 피켈사용법은 빙벽등반에서 기초 중의 기초. 어떻게 해서 얼음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버티는지, 어떤 식으로 보행을 해야 하는지 습득한다.
“발바닥 전체가 동시에 땅에 닿도록 내딛으세요. …히말라야에서라면 벌써 돌아가셨습니다.”
교육을 시키던 최 강사가 따끔하게 경고를 한다. 비록 높이 1m도 안 되는 경사면이었지만 발을 잘못 디뎌 넘어질 뻔한 것. 기초교육의 중요성이 실감나는 상황이었다.
이어지는 두 번째 교육은 실전 간접체험. 전문가의 빙벽 등반을 눈으로 관찰하는 것이다. 피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어떤 식으로 아이젠을 쓰는지…. 옆에서 바라본 ‘스승들’의 실력은 역시 눈부셨다.
“피켈은 팔꿈치를 접었다 펴면서 원심력을 이용해 손목의 힘으로 짧게 끊어 찍어야 하고, 아이젠은 세게 박는 것보다 정확하게 목표지점을 차세요. 양발은 어깨보다 넓게, 팔은 좁게 자세를 취하고 팔힘으로 몸을 끌어당기려 하지 말고, 내렸던 엉덩이를 밀어올리면서….”
▲ 빙벽등반장이 있는 오투월드. 복합등산레저센터로 다양한 난이도의 실내 암장이 있다. | ||
안전벨트에 로프를 걸고 천천히 빙벽을 오른다. 내딛는 다리가 후들거린다. 피켈은 마음먹은 곳에 박히는 법이 없다. ‘혹시 떨어지지나 않을까’ 두려운 마음뿐이다. 그러나 정상에 고정된 고리를 통해 지상의 확보자가 안전벨트에 걸린 로프를 붙잡고 있으니 추락의 위험은 없을 터. 오르고 또 오른다.
그렇게 몇번 연습을 하고 나자 20m짜리 빙벽에 도전해 보고 싶은 용기가 생긴다. 그러나 직접 빙벽 앞에 서자 그 터무니없는 자신감이 어디서 나왔는지 민망스럽다. 지상의 확보자를 믿고 “출발!”을 크게 외치지만 떨림은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8m짜리 빙벽에서의 연습 때문일까. 의외로 오르는 속도가 붙고, 두려움이 사라지면서 재미도 생긴다. 그러나 한순간 아이젠이 얼음의 디딤점을 잘못 찾아 삐끗 미끄러졌다. 양손에 잡은 피켈이 몸을 지탱하고 또한 안전로프가 있어 위험하지야 않았다지만, 그래도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실제 높이보다 빙벽 위에서 본 지상은 아득하다. 생각 같아서는 끝까지 오르고 싶지만 욕심은 화를 부르게 마련. 이쯤에서 도전을 접어야 할 것 같다.
“13m쯤 올라갔을 거예요. 초보자들 중 최고였습니다.” 두 호랑이선생님이 갑자기 부드러운 스승으로 변해 칭찬을 건넨다.
경외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았던 빙벽등반. 직접 도전해본 빙벽등반은 생각보다 훨씬 스릴 넘치면서도 안전한 겨울철 레포츠다. 춥다고 움츠려들며 방에만 있지 말고, ‘이냉치냉’ 차가운 얼음벽을 오르며 겨울을 활기차게 나는 것을 어떨까.
[체험 안내]
▲가는 길: 강북구 우이동 4·19국립묘지 사거리에서 도봉산 방향 직진→8번 버스 종점 지나 좌회전→6번 버스 종점 지나 전방 100m 지점에서 좌회전(대중교통편은 홈페이지 참고)
▲시간·비용: 오투월드에서는 빙벽등반 강습이 연중 내내 진행된다. 4주간 매주 2회씩 총 20시간 교육한다. 비용은 20만원. 장비대여료 5만원 별도.
▲문의: 오투월드 http://www. o2o2.co.kr 02-990-0202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