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서 찾아오는 ‘꽃대궐 1번지’
▲ 산동면 상위마을은 산수유나무로 둘러싸인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대궐 마을이다. 왼쪽은 봄을 즐기는 꼬마 상춘객들. | ||
지리산 자락에 자리한 상위마을은 봄이면 마을이름이 ‘산수유마을’로 바뀐다. 수만 그루의 산수유나무가 활짝 꽃을 피울 때면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산수유마을이 어디냐”며 길을 묻는다.
구례군 산동면은 전국 최고의 산수유나무 군락지. 산수유 열매 생산량의 60%가 여기서 나온다. 산동면 여러 마을 중에서도 특히 상위는 나무의 수나 풍광에서 단연 으뜸이다.
산수유꽃은 동백, 철쭉 등과 함께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꽃 중 하나다. 이르면 2월 말, 늦어도 3월 초면 노란 꽃이 피기 시작한다. 올해는 겨울이 유난히 추웠던 까닭에 개화가 다소 늦었다. 산수유꽃은 딱 40일간 꽃을 피운다. 3월 중순이 넘어서야 꽃이 피기 시작했으니 4월 말까지 꽃을 보는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산수유나무는 추위에는 강하지만 공해에는 취약하다. 열매는 10월에 빨갛게 익으며 절기상으로 ‘상강’(한로와 입동 사이의 절기)이 지나면 수확한다. 맛은 떫고 강한 신맛. 간과 신장에 효능이 있어 약용으로 이용한다. 차로 마시거나 술을 담가 먹기도 한다.
상위마을은 게르마늄수로 유명한 지리산 온천랜드로부터 도보로 40분 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온천랜드를 지나면 위쪽으로 서서히 산수유꽃길이 펼쳐진다. 이 꽃길을 500m쯤 올라가면 사거리가 나오는데 왼쪽이 상위마을로 가는 길이다. 멀리 보이는 산등성이 온통 산수유 밭이다.
상위마을은 높은 곳에 자리했다고 해서 붙은 이름. 그 아래가 하위마을이다. 상위마을의 ‘위세’ 때문에 대접이 소홀하지만 사실 하위마을 또한 산수유꽃이 볼 만한 곳이다. 상위마을 가는 길에 왼쪽으로 좁다란 시멘트길이 나 있는데 이곳이 하위마을 입구. 별 기대 없이 들어선 마을은 웬걸 그야말로 진풍경이다. 주민들의 쉼터인 팔각정을 지나면 밀려들기 시작하는 꽃물결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다.
하위마을 산수유나무 군락의 특징은 지리산에서 흘러내려오는 계곡가를 중심으로 조성됐다는 것. 겨우내 쌓였던 눈이 녹아 흐르는 계곡물은 소리조차 맑고 시원하다. 그 양옆으로 피어있는 노란 꽃들. 그 흥취에 몸이 달아서일까. 아직 차갑기만 한데 계곡물에 발을 담그는 사람들이 많다.
▲ 는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오른쪽). 주위의 풍광이 아름다운 천년고찰 천은사(왼쪽 위)와 천은사보다 300년 전에 지어진 고찰 화엄사(아래). 화엄사에는 천연기념물, 국보, 지방문화재 등 보물이 수두룩하다. | ||
하위마을에서 20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닿는 상위마을은 지대가 높은 산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얼핏 보기에도 하위마을과는 해발고도가 100m 이상 차이나 보인다.
마을은 완전히 산수유꽃에 뒤덮여 있다. 마치 노란 파스텔 가루를 흩뿌려 놓은 듯한 모습이다. 제대로 산수유꽃 유람을 하기 위해서는 전망대로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전망대는 마을 끝 부분 언덕길에 있다. 이곳에 서면 상위마을 전체가 내려다보인다. 전망대 바로 아래는 산촌마을의 특징인 계단식 논이 있다. 논가에서 여유롭게 봄나물을 캐는 여행객들이 눈에 띈다. 논자리 일부를 제외하고는 마을 일대가 모두 산수유밭이다. 높은 곳에서 바라본 마을의 풍경은 한 폭의 수려한 그림과도 같다.
여행객들은 마을을 이리저리 거닐며 봄기운을 제대로 만끽한다. 잠깐 들렀다 갈 생각이었던 사람들도 이곳에서는 시간을 잊게 마련. 시계를 들춰보며 호들갑을 떠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상위마을이 있는 구례는 천은사, 화엄사, 연곡사 등 유명한 사찰이 많은 곳이다. 산수유마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가 바로 고찰 탐방이다.
그중 상위마을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절은 천은사다. 이 사찰은 지리산 일주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다. 823년(신라 흥덕왕 3년)에 건립된 천은사는 1775년(조선 영조 51년) 중건되어 오늘에 이른다. 처음에는 경내에 이슬처럼 맑고 차가운 샘이 있어 ‘감로사’라고 불렸다. 그 물을 마시면 흐렸던 정신도 맑아진다고 해서 한때는 1000명이 넘는 승려들이 몰려들어 함께 지내기도 했다.
경내에 보물로 지정된 극락보전의 아미타후불탱화와 지방문화재 2점이 보관돼 있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무지개 모양의 다리 위에 설치된 수홍루가 특히 인상적이다.
연곡사는 화엄사와 함께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 그러나 임진왜란과 6·25전쟁 때 거듭 불탔고 1981년에야 비로소 중건됐다. 국보로 지정된 연곡사 동부도와 서부도, 북부도, 삼층석탑 등의 문화재가 보존돼 있다.
상위마을에서부터 천은사, 화엄사, 연곡사 등으로 이어지는 길은 드라이브하기에도 참 좋은 코스다. 길이 그다지 멀거나 험하지 않고 요즘 벚꽃이 한창이라 봄 풍경을 감상하기에는 이만한 데가 없을 듯하다. 특히 화엄사에서 연곡사로 건너갈 때 섬진강가 19번 국도를 달리게 되는데 이곳은 우리나라에서도 알아주는 벚꽃 명소다.
[여행 안내]
★가는 길: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해 광주까지 간 후 88올림픽고속도로를 타고 구례로 가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전주IC에서 17번 국도를 이용해 남원을 거쳐 19번 국도로 갈아타고 산동터널을 넘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숙박: 산수유마을 아래쪽에 지리산 온천랜드가 있어서 숙박 걱정은 없다.
★먹거리: 남도의 먹거리는 일단 눈이 즐겁다. 반찬만도 수십 가지다. 젓가락이 무척 바쁘다. 구례에서는 대나무통밥이 유명하다. 화엄사에 있는 음식점 ‘지리산대통밥’(061-783-0997)은 더덕무침과 갖은 봄나물, 말린 산나물 등 반찬이 열일곱 가지. 1만 원짜리 대통밥 팔면 얼마나 남을까 되레 걱정된다.
천은사 앞에는 흔치 않은 사찰음식을 파는 ‘초가원식당’(061-781-1985)이 있다. 맵고 짠 일반 음식과 달리 재료 본연의 특성을 살린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사찰음식 1만 2000원, 산채비빕밥 6000원.
★문의: 구례군청(http://www.gurye. go.kr) 061-782-2014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