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를 정복하는 두 바퀴 게임
▲ 경사진 산길을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내려오는 마니아들(왼쪽)과 이날 참여한‘홍일점’ 권미경 씨. 힘에 부치면 웃음으로 대신한다. | ||
4월 5일 국내 최대의 산악자전거(MTB)동호인 모임인 ‘와일드바이크’에 번개공지가 걸렸다. 남부군(경기 남부지역), 자갈치(부산), 마창진(마산·창원·진해) 등 전국 소모임이 따로 있지만 수시로 커뮤니티 란에는 번개모임이 공지된다. 시간이 허락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투어를 하자는 내용이 대부분.
4월 8일을 ‘D데이’로 한 이번 번개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부천지역 회원의 산악자전거점 개업 축하’라는 목적도 있었다. 코스는 소사동 한양MTB 부천점에서 출발해 이 지역의 할미산, 봉매산, 성주산, 소래산 능선을 따라 달리는 것으로 정해졌다. 출발 시간은 오후 1시. 비가 오면 ‘폭파’(모임을 파기한다는 뜻의 산악자전거 동호인들의 용어).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대신 황사가 힘들게 했다. 그러나 눈앞을 가리는 먼지도 이들의 열정을 막지는 못했다.
이날의 참가 인원은 10명. 출발지를 떠난 자전거는 도로를 내쳐 달리더니 어느새 산길로 방향을 튼다. 산들은 동네 뒷산처럼 고만고만하다. 표고 80m에서 220m에 이르는 이 산들은 걸어서라면 무리 없이 산책하듯 오를 수 있는 코스다. 자전거코스로도 별 무리는 없다. 난이도별로 초·중·상급을 나눈다면 이번 코스는 초급 코스 정도.
그러나 간혹 가파른 산길이 등장해 바이커들을 흥분시킨다. 순탄한 길을 달려온 그들은 갑자기 엔돌핀이 솟는 듯 만면에 희색이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주저 없이 페달을 밟는다. 몇몇은 얼굴이 일그러지고 또 몇몇은 입술을 지그시 깨문다. 그러나 포기는 없다. 밟고 또 밟아 기어이 그 가파른 길을 점령하고야 만다.
물론 코스 정복에 전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도전은 계속 이어지지만 한계에 부딪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면 또 어떠랴. 자전거를 타고 가지 못하면 짊어져서라도 가면 된다.
최고령 참가자인 김문영 씨(69·닉네임 롯데 김)는 몇 번 시도하더니 결국 자전거를 끌고 길을 오르며 미소 짓는다. 공직생활 은퇴 후 건강관리를 위해 시작한 산악자전거. 그는 “산악자전거는 공해에 시달리지 않고 자연 속에서 탈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고 말했다.
▲ 부천 할미산에서 성주산 등으로 이어지는 투어에 나섰던 동호회 회원들. | ||
산악자전거를 남성들만의 운동으로 착각하기 십상. 그것은 큰 오해다. 이날의 유일한 홍일점이던 권미경 씨(38·잘생긴걸)는 지난해 강화도레이스 크로스컨트리 부문 2위를 하기도 했다. 철인3종경기 선수인 남편의 권유로 시작한 산악자전거가 이젠 인생의 일부가 됐다. 현재 권 씨는 부천여성MTB동호회 코치 겸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산악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은 자전거로 산길을 오르고 또 내릴 때면 무한한 자유를 느낀다고 말한다. 박선수 씨(47·참길)는 “어려운 코스에 도전할 때면 무아지경에 빠지고 모든 얽매인 것들로부터 해방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산악자전거는 입문용 자전거가 40만 원 선. 헬멧과 장갑, 유니폼, 신발 등 보호장구와 의류까지 갖추려면 70만~80만 원이 든다. 물론 자전거 가운데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것들도 있다.
일면 비용이 많이 든다고 볼 수도 있지만 산악자전거 마니아들의 생각은 다르다. 산악자전거를 타게 되면 폐활량을 늘리기 위해 담배를 자연스레 끊게 되고 몸이 건강해져서 병원과도 ‘안녕’이다. 출퇴근을 자전거로 할 수도 있으니 기름값도 아낄 수 있다. 굳이 계산기를 두들기지 않더라도 답이 나온다. 마니아들의 표정이 마치 이렇게 묻는 듯하다. 당신이라면 어느 것을 택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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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