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도 좋다 물줄기가 내 벗이니…
▲ 늘목 징검다리를 건너고 있는 트래커. 대관대천 협곡은 샘골, 장승골, 공세울, 늘목 등으로 가는 길이 계곡과 나란히 달리듯 펼쳐져 트래킹하기에 좋다. | ||
강원도 횡성군의 커다란 물줄기 대관대천은 산을 돌고 바닥을 치며 십수㎞를 달린다. 대관대천을 이루는 계곡물은 어느 한 곳에서 흘러드는 게 아니다. 남쪽으로는 어답산(798m), 북쪽으로는 태의산(875m)과 병무산(920m), 발교산(998m) 등에서 내린 물이 병지방 마을에서 합수해 흐른다. 대관대천 협곡을 그래서 병지방계곡이라고도 부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관대천 협곡으로 가는 길은 수월치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횡성읍에서 추동리를 거쳐 당거리까지 도로가 포장되어 있어 길 사정이 많이 나아졌다.
횡성읍에서 섬강을 따라 달리다 세목이교를 건너 내쳐 달리면 대관대리. 본격적인 대관대천 여행은 계곡이 끝나는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갑천 방향에서 병지방1리로 들어가 대관대천을 따라 내려오는 방법이 있지만 보통은 이처럼 계곡의 하류에서 상류로 훑어 올라가는 길을 택하는 편이다.
구불구불한 도로변을 따라 이어지는 계곡은 참 수더분하다. 계곡물이 깊지 않고 물살도 빠르지 않다. 다만 물은 아주 맑고 차다. 물길 주변으로는 들꽃이 드문드문 피어 있다. 햇빛이 부서지는 계곡을 뒤로하고 삼베골, 염수골, 추동리를 넘으면 병지방리로 들어가는 솔고개다. 이때부터 도로는 더욱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한다. 그 도로를 따라 계곡도 ‘S’자로 굽이친다.
그렇게 5분쯤 달리면 ‘먹해마을’이다. 대관대천 주변 마을이름은 역사적 사건들과 관련된 것들이 많은데 먹해마을 역시 그렇다. 이 마을은 진한의 마지막 왕인 태기왕을 받들던 신하들이 정사를 돌보던 곳으로 글을 쓰기 위해 먹을 갈았다고 해서 ‘묵해’라 불리다가 ‘먹해’로 이름이 바뀌었다.
먹해마을 주변은 낚시를 하거나 물놀이, 캠핑을 즐기기에 참 좋다. 여름철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수량이 풍부한 편이고 자갈밭도 넓게 펼쳐져 있다.
먹해마을에서 협곡을 따라 5분 정도 달리면 포장도로가 끝나고 주막삼거리다. 길모퉁이에는 예전에 주막을 했다는 집 한 채가 덩그러니 서 있다.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화전민들로 득시글거렸던 이 주막에는 노인 서넛이 화투 패를 돌리며 무료함을 달래고 있었다.
▲ 대관대천 협곡 중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공세울. 말 없이 벗이 되어주는 이만한 절경이 또 있을까. | ||
화투를 치던 한 노인이 당시를 회상하며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그 표정에는 흘러간 옛 시절에 대한 무한한 그리움이 묻어 있었다.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난 길로 접어들면 공세울과 늘목이다. 대관대천을 찾는 사람들은 보통 먹해마을을 그 종착지로 삼게 마련이어서 공세울과 늘목 주변은 아무리 무더운 여름에도 한산하다. 공세울은 예전에 공 씨와 서 씨가 피난을 왔다가 개척한 곳이라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 설과 태기왕이 머물 때 세금을 거둬들인 지역이라고 해서 그리 명명했다는 설 등이 있는데 확인은 불가능하다.
공세울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어울목’이라고도 불리는 늘목이다. 늘목에서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소학동. 이곳에서 산을 조금만 더 오르면 병무산이다. 차를 공세울 주변에 세워두고 늘목을 넘어 병무산까지 올라보는 것도 좋다.
주막삼거리에서 공세울 방향으로 접어들지 않고 직진하면 곧 ‘산뒤골’에 닿는다. ‘어답산 뒤에 있는 마을’이라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산뒤골은 어답산행의 기점이기도 하다. 산뒤골에서부터 어답산 정상까지는 3㎞ 정도. 넉넉잡아 1시간 30분이면 주파가 가능하다. 협곡을 대여섯 차례 건너가며 올라가는 산행길이 즐겁다. 가다 지치면 계곡 바위에 걸터앉아 땀을 식히고 시원한 계곡물로 목을 축인다. 정상 주변에는 낙수대와 지칠바위 선바위 등 절경이 이어진다. 바로 아래에 있는 횡성호가 손으로 잡힐 만큼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정상에서는 동쪽 능선을 따라 갑천으로 내려가거나 남쪽 능선을 따라 삼거저수지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두 코스 모두 두세 시간이면 충분하다.
샘골, 장승골, 율동재 등으로 이어지는 대관대천의 젖줄은 일반 승용차로 가기에는 다소 험하다. 4륜구동차량을 이용하거나 계곡물소리와 벗하며 걸어가는 방법을 권한다.
▲ 1.대관대천 협곡의 먹해에서 한가로이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 메기, 꺽지, 피라미 등 민물고기가 아주 많다. 2.대관대천은 그리 웅장한 풍경은 없지만 곳곳에 발길을 잡아끄는 명소들이 많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풍경을 바라보노라면 복잡하던 머릿속도 어느새 맑은 물처 | ||
섬강은 수려한 경관도 일품이지만 ‘물 반 고기 반’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메기, 꺽지 , 피라미, 잉어, 붕어 등 민물고기들이 많이 서식한다. 투망을 한 번 던질 때마다 어김없이 민물고기들이 그물에 걸려 올라온다. 서너 번만 투망을 던지면 매운탕거리가 해결된다.
횡성댐은 드라이브코스로 참 좋다. 대관대리에서 대관대천 방향으로 내쳐 달리지 않고 오른쪽으로 길을 틀면 횡성댐이다. 지난 2000년 11월 완공된 댐으로 가는 길 주변에 가든과 산장들이 들어서 있다. 댐 바로 밑에는 공원이 조성돼 드라이브를 겸한 여행지로 손색없다.
[여행 안내]
★먹거리: 횡성은 한우로 유명한 곳이다. 횡성여행길에 한우 맛을 놓칠 수는 없다. 곳곳에 ‘한우집’이 많지만 횡성축협에서 운영하는 횡성축협한우프라자(033-345-6160)를 추천할 만하다. 꽃등심, 채끝, 살치살 구이 등이 일품이다. 횡성한우를 구입할 수도 있다. 우천면사무소 앞에 있다. 횡성에는 막국수집도 꽤 많다. 그중 횡성종합운동장 도로변에 있는 마옥막국수(033-343-9925)가 정갈하고 맛있다. 막국수와 함께 먹는 보쌈 맛이 일품이다. 정한식당(033-343-6543)은 장으로 맛을 낸 막장칼국수로 유명한 집이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칼국수지만 일단 맛을 보면 그 구수함에 반하고 만다. 우천면 샘터유통 맞은편에 있다.
★잠자리: 대관대천변에는 딱히 잘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 횡성에는 휴양림이 잘 갖춰져 있는 편. 삼림욕하기에 참 좋고 숙소도 쾌적하다.
●횡성자연휴양림(http://www.hengseong-rf.co.kr) 033-344-3391
●청태산자연휴양림(http://www.huyang.go.kr) 033-343-9707
●둔내자연휴양림(http://www.doonnae.co.kr) 033-343-8143
●주천강변자연휴양림(http://www.joochun.com) 033-345-8225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횡성IC→횡성 방향 6번 국도→횡성교에서 16번 국도 타고 좌회전(섬강유원지)→4번 국도로 갈아타고 횡성댐 방향→횡성댐 지나 다시 6번 국도 갈아타고 달리면 대관대천협곡
★문의: 횡성군청 관광경제과(http://www.hsgtour.com) 033-340-2545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