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검사 결과 용의자인 아들 친자 아닐 가능성 높아…“친자든 아니든 대학까지 보냈는데 참담”
2월 27일 주광덕 의원의 친형 주 씨가 경기도 구리시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주변 CCTV와 현장에 남겨진 소지품 등을 토대로 숨진 주 씨의 40대 아들을 유력 용의자로 지목했으나 아들 주 씨는 이미 행방을 감춘 뒤였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아들 주 씨는 사건 발생 일주일 만인 3월 7일 경찰에 체포됐다. 서울 중랑구에서 지나가던 시민과 폭행시비를 벌인 것. 경찰 관계자는 “범행도구에서 발견된 혈흔과 아들 주 씨의 혈액이 일치해 3월 14일 검찰에 송치한 상태”라고 말했다. 주 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버지와) 돈 문제로 시비가 붙어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말했으나 이후 횡설수설하며 진술을 번복했다.
검찰과 경찰 등 사건 관계자 등에 따르면 사건 조사 과정에서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주 씨의 사체에서 검출한 혈액과 현장에서 발견된 아들 주 씨의 DNA를 유전자 검사한 결과 아들 주 씨가 숨진 주 씨의 친자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국과수 결과가 나온 것. 경찰 관계자는 “본 사건과 무관하고 사생활의 영역이기 때문에 정확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며 “수사 과정상 국과수에 숨진 주 씨와 아들 주 씨의 유전자 검사를 의뢰한 건 맞다”고 답했다.
경찰 조사에서 가해자 주 씨는 피해자 주 씨를 친아버지로 알고 있다는 식으로 진술했다. 다만 일부 지인들 사이에서는 “범행의 잔혹함을 볼 때 가해자 주 씨가 피해자 주 씨가 친아버지가 아니라는 걸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달 27일 오전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의 친형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혜리 기자
주광덕 의원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20년 전 친형으로부터 가해자 주 씨가 형의 친자가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주 의원은 “아들이 성격부터 외모까지 자신과 너무 달라 상담을 핑계로 학교에서 생활기록부를 봤는데 자신과 전처 사이에서는 나올 수 없는 혈액형이었다고 했다”며 “동네 병원에서 진찰을 받으며 의사에게 물어보니 의사 역시 두 사람 사이에서 나올 수 없는 혈액형이라는 말을 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러한 사실을 확인할 당시 숨진 주 씨는 이미 부인과 별거한 상태로 아들과 딸을 홀로 양육하고 있었다.
주 의원은 “평소 그런 말을 하시는 분이 아닌데 그날따라 우리 부자와 주변인을 언급하며 ‘누가 봐도 네 아들 같다’며 부럽다고 했다”며 “그럼에도 20년 가까이 아들로 키워왔는데 어떻게 하겠느냐며 앞으로도 책임지겠다고 말했고 그 뒤로는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첫째 형과 누나도 몰랐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가해자 주 씨가 피해자의 친아들이 아닐 경우 법원은 가해자에게 존속살해죄를 적용하여 처벌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존속살해죄는 보통살인보다 형을 가중하여 사형 또는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유전자 검사 결과와 상관없이 존속살해죄를 적용할 수 있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반면 법조계에선 존속살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 변호사는 “매우 흔치 않은 사례인데 서로 친부와 친자로 알고 지냈을지라도 실질적으로 부자 관계가 아님이 드러난 만큼 이런 경우에는 존속살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존속살해죄 적용 여부가 형량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가해자 주 씨가 친자가 아니라고 판정될 경우 존속살해죄 대신 보통살해죄가 적용될 수 있다”며 “다만 이 사건의 경우 존속살해죄 적용 여부가 형량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보통살해죄의 경우 사형 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형을 가중하는 존속살해죄보다는 조금 형량이 가볍지만 큰 차이가 없어 존속살해죄 적용 여부가 형량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편 주 씨의 오랜 지인들은 그동안 가해자 주 씨가 피해자 주 씨의 친자라는 것에 대해서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다는 입장을 나타낸다. 숨진 주 씨의 친구이자 도배일을 함께했다는 김 아무개 씨는 “40년을 알고 지냈지만 친구와 아들에 대해서는 얘기를 나눈 기억이 거의 없다. 특히 아들이 직장을 다니지 않아 더욱 그와 관련된 얘기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워낙 인품이 훌륭한 친구였다. 도배일을 하며 남자 혼자 살림까지 하고 딸과 아들 둘을 대학까지 보냈는데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서 너무 착잡하다”고 심경을 전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